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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07. 2024

결혼은 열린 결말이다.

<스테르담 중년과 에세이>

신랑 입장이란 소리와 함께 내 결혼식의 기억은 없다.

다만,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난 아내와 십 년을 훌쩍 넘긴 세월을 같이 살고 있고, 함께 먹는 입도 두 개나 늘었다. 가장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때론 숨이 벅찰 때가 있지만, 재잘대는 그 입 둘과 나를 믿고 인생이라는 여행을 함께 해주는 아내를 보면서 나는 숨을 고른다.


'결혼'이란 단어는 참으로 당연해 보인다.

어렸을 때 나에게 그것은 나이가 차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우리는 결혼한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니까. 사랑하는 남녀 둘이 만나 아이를 낳고 사는 것의 결과물이 우리이기에 더 그렇다.

결혼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연애의 시작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소스라칠 정도의 현실을 마주한다.

결혼은 당연한 것이 아니란 것. 어쩌면 이것은 내게 가장 큰 인생의 반전이자 배신이었는지 모른다. 세월이 지나면, 어른이 되면 당연히 무언가 되어 있을 거란 착각을 한 내 잘못인지도.


결혼은 온갖 변수의 결과물이다.

여러 조건도 맞아야 하고 돈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인연'이라는, 그러니까 그 어느 조건과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그것을 충족시켜야 비로소 결혼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론, 나는 아내를 처음 본 순간 얼굴에서 나는 빛을 보았기에 그나마 보다 확실하게 결혼을 향해 달려갈 수 있었다. (그 빛은 나에게 부족한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랑을 듬뿍 받은 은은한 광채였다.)

'인연'이란 확신은 다른 조건들이 좀 부족하더라도 끝내 결혼할 수 있는 힘이 된다.


그래서 돌아본 지금까지의 결혼은 '연애의 끝'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에서도 언급했지만, 결혼은 '또 다른 연애'의 시작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결혼은 역할의 변화이자, 남편과 아내 그리고 부모라는 페르소나를 겹겹이 써야 하는 막중한 인생의 숙제다. 

그러나, 그러함에도 난 '남자'와 '여자'의 본연적인 끌림을 추구한다. 그리고 두 남녀의 이성적인 매력과 호기심 그리고 보살핌이 있어야 결혼은 보다 행복하게 이어진다.


그래서 결혼은 '열린 결말'이라고 나는 말한다.

배우자를 두고 '잡아 놓은 물고기'란 표현을 쓰는 건 닫힌 결말의 언어다. 즉, 결혼은 '연애의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연애의 시작'이니 그 끝은 아무도 모른다. 드라마의 열린 결말은 시청자의 몫이다. 그 이후를 밝게 끝낼 것이냐, 어둡게 끝낼 것이냐는 오롯이 각자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당사자들에 의해 결혼이라는 열린 결말은 그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 것이다.

부부는 현실 세계라는 드라마의 연출자이자 배우다. 어떻게 연출할지, 어떻게 연기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저마다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연기를 할 때. 때론 연출을 해주기도 하고, 연출을 받기도 할 때. 


그 결과는 더 아름다워질 거라고 믿는다.




그러고 보니, 두 아이들이라는 시청자가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데, 우리를 보고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결혼'이란 개념은 무엇일지 사뭇 궁금하다. 물론, 나는 두 아이에게 우리의 '결혼'이 '또 다른 연애의 시작'이자 '열린 결말'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물론, 강요는 아니다. 두 아이가 커서 맞이하는 시대와 세상은 내가 감히 '결혼'을 이렇게 받아들여야 한다 말할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이것 또한 열린 결말이라고 해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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