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더불어, 좋은 일을 느끼게 하는 감각이 무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닳고 닳지 않는가. 닳고 닳는 건 몸만이 아니라 생각과 마음 그리고 감정과 감각도 그렇다. 단적인 예로 생일이 그러하다. 어릴 땐 마냥 좋았던 그날이, 이제는 아무 날도 아니고 오히려 나이를 먹어가는 서러움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기쁘고 좋은 일도 이리 무뎌지니, 좋지 않게 느껴지는 건 또 얼마나 쉽게 다가오고 마는가.
'먹는 것'.
생각보다 많이 먹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이 나는 서글프다.
끼니를 거르면 매가리가 없는데, 그렇다고 챙겨 먹으면 속은 더부룩하다.
어쩌란 건지를 모르겠다. 삶의 농간인지, 누군가의 계략인지. 세월이 가면 갈수록 약 오른 일만 늘어난다. '삶'은 '농(弄)'이라 말하고 싶은 이유다.
요전 날엔 전력질주를 하다 넘어질 뻔했다.
내 생각은 저만치 앞을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몸은 요 만치 밖에 못 가면서 일어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