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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24. 2024

내 마음 번역기, 글쓰기

<메타버스보다 에고버스>

해외에 살다 보니 번역기를 쓰는 경우가 많다.

길을 지나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거나, 급하게 로컬 언어로 소통을 해야 할 때 번역기는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번역기를 통해 '번역된 언어'는 최대한 그 뜻을 일치시키려 노력한다. 그러나 모든 말이 딱 들어맞는 건 아니다. 상황과 맥락, 그리고 정서를 아직은 다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통에 대한 미련은 생각보다 크다.

오죽하면 동물 번역기도 존재할까. 언어 없이 알음알음 서로의 맥락과 정서를 꿰뚫는 때도 있지만, 분명 확실한 소통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는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건, 어느 특정 수준까지다. 말해 알 때도 있고, 말이 안 되면 활자로라도 그 뜻을 헤아려야 한다.


문득, 내 마음 번역기가 있다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시시때때로 변하고, 열길 물속보다 더 알 수 없는 내 마음. 그 마음을 번역하고 해석해 줄, 그런 기계 어디 없나. 동물과도 소통하는 이 시대에.


타임머신은 영화에나 나오는 이야기다.

후회와 미련으로 점철된 우리네 인생은, 그토록 과거로 돌아가 많은 것을 돌려놓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덜 후회할 일을 만드는 것이고, 과거를 타산지석 삼아 현재와 미래를 어제보다 나은 날들로 만들어야 한다.


마음 번역기도, 그것이 발명될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나는 찾았다. 그건 바로 '글쓰기'다. 글은 활자다. 구체적이다. 생각과 마음에서 활자로 변환되는 그 자체가 바로 '번역'이다. A라는 언어를 B라는 말로 바꿔주는 것 그 이상이다. 글쓰기라는 번역기는 '맥락'과 '정서'를 머금는다. 단어나 문장을 있는 그대로 매칭시켜주는 차가운 기계가 아니라, 나도 몰랐던 것들을 발굴해 주는 따뜻한 혁명 그 자체다. 혁명의 매커니짐을 나는 잘 모른다. 다만, 그것의 효용은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정도로 강력하다.


마음 번역기를 가지고 나서부터, 나는 나 자신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 자신을 잘 이해하니, 알지 못했던 것들이 두렵지 않다. 받아들임의 용기와 그것들을 포용하는 여유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번역기가 있다고 모든 걸 알게 되었다는 오만과 자만은 금물.

내 마음은 나도 모른다. 날씨보다 더한 변덕의 정도로, 좌우는 물론 상하를 오가는 마음의 요동은 새롭게 진화한다. 번역기 또한 업그레이드가 되어야 하고, 지난날의 글로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단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하나하나 쌓아가다 보면, 나만의 빅데이터가 쌓일 것이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지혜가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글쓰기를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

내 마음 번역기를 늘 돌려야 하는 이유.


번역기를 가졌을 때의 삶과, 그것을 가지지 않았던 때의 삶의 차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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