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할 때 가장 무서운 것은 '관성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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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 시간의 주인인 것 같아, 우리의 우주 같다고..."
만난 지 하루 된 남녀지만, 그리고 하루가 지나면 헤어져야 함을 알고 있음에도
정말 깊은 사랑을 하게 되는 유명한 영화 대사 속에 녹아진 남자와 여자의 설레는 대화.
시작은 언제나 좋다.
설렘은 항상 환영이다.
그리고 설렘에 장사 없다.
그 당시에는 세상이 다 내 것, 우리의 것이다.
반대로 이별은 같은 듯 반대로 흘러간다.
시간이 우리의 주인이 되고, 우리 것이라 믿은 우주는 누구의 것도 아니게 된다.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이별 노래가 내 것이 되고, 듣고 싶지 않은 상대방의 소식은 나의 열등감과 자괴감을
증폭시킨다.
행여나 잘 지내는 모습 (나 없이도), 누군가와 행복한 모습을 보게 되는 순간은
어떻게든 그것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누군가를 대신 사랑하던가, 새로운 취미를 찾던가, 학생은 공부를 더 하고 직장인은 미치도록 일을 하던가.
그렇지 않으면 미칠 수도,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직접 느끼게 되고 실제로 두렵게 되니까.
이별할 때 가장 무서운 것은 '관성의 법칙'이다.
너와 나는 멈췄는데, 나의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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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에 집착하는 남자.
그리고 현재와 미래에 집착하는 여자.
다르다.
많이 다르다.
달라도 너무 많이 다르다.
나의 인연들을 돌아봐도 그렇고, 주위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봐도 그렇다.
남자들은 여자의 과거에 민감하고, 현재 있는 여자를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 여자가 아니면 세상 끝날 것 같다.
또한 과거에도 민감하다. 지금 여자의 과거가 정말 궁금하고 과거를 통해 여자를 판단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남자는 과거의 몇몇 여자를 잊지 못한다.
여자는 좀 더 냉정하다.
현재의 남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은 남자와 같지만, 그것은 바로 미래가 보이는 경우에만 그렇다.
현재를 기준으로 남자와 여자는 격렬한 사랑을 하면서도,
남자는 여자의 과거 때문에 헤어질 수도 있고, 여자는 남자와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 버릴 수도 있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 있는 각자의 우주는 분명 있지만,
그 우주는 절대 같을 수 없는, 일종의 교집합일 뿐이다.
첫 설렘과 사랑스러운 연애 기간에는 그 교집합만 보이게 되고,
교집합 외의 것을 알아갈 때, 사소한 싸움과 오해는 점점 더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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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짝사랑한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여자 아이의 소식이 궁금하지만,
그래도 내게 첫사랑을 묻는 다면 나는 큰 눈망울의 중학생 소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중학교 3학년, 그 소녀는 중학교 2학년.
친구 따라 나간 교회의 성가대에서 처음 만난 그 소녀의 뒷모습은 작고 아담했으며 짧은 머리였다.
사슴 같은 큰 눈으로 나와 내 친구들에게 예의 상 건네 준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속에서 난 그녀의 마음을 읽었고, 그것은 오해가 아니었다.
"야, 초콜릿 포장 모양이 좀 다른데?"
나와 함께 초콜릿을 받은 두 친구 녀석 중 한 명이 예리하게 알아챘다.
"응? 정말이네, 너희들 것은 얇은 가나 초콜릿 두 개... 난 얇은 가나 초콜릿 두 개에 블랙로즈 하나 더..."
난 모르는 척 반응했으나, 받을 때부터 다른 모양에 내심 기대한 것은 사실이었다.
"야, 블랙로즈면 600원씩이나 하는... 비싼 건데..."
친구 녀석이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난 그저 웃고 있었다.
당시 가나 초콜릿은 200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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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순수했다.
사귀기로 했고 좋아하는 마음은 서로에게 숨길 수 없었지만, 손조차 잡을 수 없었다.
당시 유행하기 시작했던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 슬러시 두 개 사들고는 각자 먹었다.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는 사람들이 신기해 보이던 그런 시절이었다.
중학생의 데이트는 그러했다.
어느 하루는, 길이 엇갈려 비 오는 날 각자의 집 앞에서 몇 시간을 서로 기다렸던 적도 있었다.
휴대폰도 없었고, 메시지도 날릴 수 없었으니까.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낭만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많은 연인들이 그러하겠지만 당시 두 중학생에게도 자존심과 질투라는 감정이 잘못 사용되어져,
좋아하는 마음을 뒤로하고 결국 헤어졌다.
이별의 가장 결정적인 단초는 초콜릿의 차이를 발견한 친구의 지나가는 한마디였다.
"야, 나 네 여자 친구 봤는데 어떤 교회 형이랑 같이 가더라. 예쁘게 입고 가던데?"
내가 사랑하는 소녀가 다른 사람 옆에서 더 예뻐 보인다는 소리를 듣고는
뭔가 모를 열등감과 조급함이 밀려왔고, 툴툴 대던 나는 숨어 버렸다.
결국 어릴 적 순수한 질투와 뭔지 모르는 열등감은 첫사랑과의 '첫 이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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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난 동갑내기 여자 친구는 여상에 다니는 친구였다.
93년 그 당시에는 인문계와 상업계의 구분이 명백한 때였다.
주위 친구들은 나에게 왜 여상 다니는 여자를 만나냐고 다그치기도 했던 웃지 못할 기억도 있다.
중학교 때의 사랑이 순수한 첫사랑이었다면,
고등학교 때 만난 동갑내기 여자 친구는 몸과 맘이 하나됨을 깨닫게 해 준 사람이었다.
첫 키스는 무엇보다 달콤했고, 서로 경험한 첫 섹스는 뭣도 모르고 좋았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항상 밖에 계셨고, 누나 또한 방황하며 늦게 들어오던 나의 상황과,
부모님의 잦은 싸움, 그리고 특수 목적고에 다니는 똑똑한 오빠에 비해 초라한 취급을 받던 동갑내기 여자 친구의 상황은,
서로를 더욱더 불타오르고 위로하게 했다.
나를 위해 도시락을 싸주기도 했고, 장을 보고 요리를 해주기도 했으며,
우리 집 문 한편에 정성이 담긴 쪽지를 항상 두고 가는 좋은 친구였다.
나 또한 부기 학원을 끝내고 나오는 그 친구를 항상 기다리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거운 데이트를 즐겼었다.
그렇게 4년을 만났고, 나는 대학교에 진학하고 동갑내기 여자 친구도 나를 따라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를 하며 지냈다.
그러는 사이 우리의 교집합은 점점 사라져 갔고 각자의 영역은 넓어져만 갔다.
그리곤, 참으로 쿨하게 서로의 합의하에 이별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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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하에 이루어진 이별이었지만, 그 아픔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었다.
또 이 친구와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의 외로움은 어떻게 달래야 할까?
사랑에도 관성의 법칙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바로 이때였다.
서로 합의하에 이별을 하며 급정거를 했지만, 진행되던 우리의 마음과 일상, 추억은 자꾸만 더 앞으로 가려했다.
그게 그렇게 힘들 수가 없었다.
어릴 때 만난 4년의 시간은 작은 것이 아니었다.
공부를 해도, TV를 봐도, 밥을 먹어도 그 친구의 손길과 흔적이 있었다.
길을 잃은 듯했다.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도 두렵고, 안 하자니 너무나 힘들었다.
자꾸만 들려오는 그 친구의 소식도 나를 힘들게 했다.
재수 학원에서 만난 남자 친구가 있다는 것,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친구도 힘들었는지 짧고 잦은 만남과 이별이 있었다는 것.
당시 그래서 좋아하게 된 가수가 '포지션'이다.
'후회 없는 사랑', ' Remember'를 무한 반복으로 들으며 마음을 달랬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가사가 내 맘을 후벼 파기도 했고,
또 위로하기도 했다.
"사랑했었어. 후회 없는 사랑을 했어. 한 때는 전부였지만...
새로운 만남을 위해 이쯤에서 끝내. 나에게 미련을 갖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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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정사와 연애사 때문인지, 난 외로움을 참지 못했다.
짧고 긴 만남과 만남 사이에도, 외로움에 만난 인연들도 꽤 있었다.
사랑을 느껴 만나기보다는 사랑하기 위해서 만나고 노력한 인연은,
당연히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때는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에게 갑작스레 고백을 하기도 했고,
교회 후배에게 그러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 사람에 대한 열망보다는 함께 걷던 길거리의 분위기
연애의 기억 저편에 있었던 지난 인연들과의 좋은 기억들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 같았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아니 다시 맛보고 싶은 찬란한 시간, 그것 때문에.
생각해보면 지나간 인연들이 모두 소중하고,
다시 만난다면 그 당시에는 너 때문에 행복했고, 슬펐고 찬란했고 초라했기에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