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Jun 23. 2024

늙어 돈이 없을까 나는 두렵다.

<스테르담 중년과 에세이>

산 위에 올라 야경을 보면, 반짝이는 건물들의 모습이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나이 들어 보니, 수많은 건물 중 내 것 하나 없다는 게 요상한 박탈감을 선사한다. 낭만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후회와 아쉬움 그리고 세상과 나에 대한 책망이 가득 들어찬다. 집 하나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은 아스라이 사라지고 가까스로 집 하나 건진 사내는, 이젠 건물 하나 없다는 한탄에 빠져 한숨을 내쉬기 일쑤다.


야경의 아름다움이 먼저 아닐까...라고 정신 승리를 위한 위로를 해보려 하지만 이미 천지에 깔린 건물 하나하나엔 분명 주인이 있을 거란 생각에, 쉬이 낭만적이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솔직해지겠다.

나는 돈 많은 노인이 되고 싶다. 중후하게 살고 싶다. 중후함은 여유에서 나온다. 여유는 돈에서 나온다. 돈은 자본에서 나온다. 그래야 줄어들지 않고 늘어나거나 아니면 최소 유지는 되는 것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물려받은 게 없는 나는.

아니, 가족으로 인해 오히려 더 출발 선 저 멀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는 근원적인 서러움을 가지고 있다. 더 잘난 부모, 더 잘난 형제자매를 만나 여유롭게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박탈감이 그 서러움의 근원을 구성한다.


나이 들어 아등바등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두렵다.

그 모습이 내가 될까 봐,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후회로 이어 갈까 봐.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최고다.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의 가식을 나는 신경 쓰지 않겠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오히려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린 것이 지난날의 옛 모습이며, 나는 다시금 그 전철을 밟고 싶지 않다.


젊든, 늙든.

돈이 많아야 한다. 물려받은 게 없다면, 늙어서라도 돈이 많을 수 있도록 젊어서 아등바등해야 한다. 늙어서의 아등바등은 초라함이다. 중후함을 가지고 살려면, 다시 말하지만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 안정적이거나 풍부한 경제력 없이 멋들어지게 중후한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내가 택해왔던 삶은 나이 들어서의 중후함을 보증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누군가 나에게 부자가 되는 법이나, 경제적인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걸 가르쳐 준 사람도 없다. 원의 시간은 과거로 족하며, 이제 나는 스스로 중후함을 찾아가야 하는 때가 되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때로 현재의 다짐을 강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원동력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에너지이며, 지금의 내가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두려움은 다짐과 실행으로 승화하면 된다.

(아직...) 건물이 없지, 의지가 없나.


하루가 괜스레 더 소중해지는 오늘이다.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아들아, 나는 너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이전 14화 아하, 삶은 임계점의 연속이구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