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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16. 2024

커피와 인생의 상관관계

<스테르담 중년과 에세이>

커피는 쓰다.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인생이 쓴데 왜 커피까지 마셔야 하는가에 대한 고찰은... 사실 변명이다. 그냥 입에 맞지 않는 것이다. 나이는 들었지만 달달한 걸 좋아하는 유아적 미각이 사실은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더 큰 이유다.


그러나 때론 커피가 끌릴 때가 있다.

맛보다는 향 때문이다. 커피 향은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밑도 끝도 없이 그 향은 모든 악취를 잠재울 수 있을 거란 희망과 기대를 머금게 한다. 동네 커피 가게 앞 작은 바구니에, 무료로 나눠 주는 커피 찌꺼기의 자취를 나는 본 적이 없다.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 기대를 품고 순식간에 그것을 채가는 게 분명하다.


그 어떤 '찌꺼기'가 이리도 효용이 있을까.

커피를 잘 마시지 않지만, 커피의 인기를 깎아내리지 않는 이유다.


더불어 커피는 직장인에게 있어 '약'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하던가. 직장생활의 고됨을 커피는 알아준다. 출근 시간이나 점심시간. 그리고 야근할 때 손에 쥐어진 커피는 그야말로 위로다. 쓰디쓴 맛은 기어이 정신과 몸을 각성시켜 그래도 한 걸음 더 나아가라고 부추긴다.


또한 커피는 조화로운 존재다.

커피는 달달함과 다양함을 불러 모은다. 초코와 캐러멜, 생크림과 우유 등. 커피는 모든 것을 포용한다. 쓰니까 오히려 다른 것들과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삶은 '모순'이 아니라 '역설'이라고 그렇게 커피는 우리에게 속삭인다. 인생은 쓰고, 셀 수 없이 다양하다는 걸 돌이킬 때 그 속삭임은 나에게 전율이다.


인생의 맛이 쓰다고 나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커피야 안 마시면 그만이지만, 인생은 그럴만한 성격의 것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나는 어찌해야 할까.


때로는 인생의 쓴 맛을 약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고, 또 때로는 다양한 다른 것들을 시도함으로써 그 맛을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연유를 듬뿍 넣은 생크림 거품과, 쓰디쓴 에스프레소의 조화가 꽤 괜찮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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