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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19. 2024

아하, 삶은 임계점의 연속이구나

<스테르담 중년과 에세이>

저기만 넘으면 된다고 삶이 손짓할 때가 있다.

그 손짓에 홀려 영혼을 끌어 모으고, 나를 버려가면서까지 달려가 보면 그 손짓은 어느새 저만치 가 있다.

남는 건 허탈함이고, 아차 싶어 다시 돌아 나를 챙기러 가는 그 길은 외롭고 괴롭다.


대학교만 들어가면, 취업만 되면, 승진만 하면, 자격증만 따면, 이 학위만 따면.

더 좋은 세상이 될 줄 알았는데. 무언가가 손에 잡힐 줄 알았는데.


여지없이 삶은 나를 기만한다.


한 번 속고, 두 번 속고.

속고 또 속고. 이쯤 되면 속는 내가 바보인 것이다.

이것만 넘으면 편해지려나...


그러게.

홀린 건 나다. 삶이 아무리 저기서 손짓을 해대도, 내가 그것에 홀리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무엇에 홀린 것인가.

순간을 벗어나고픈 안달. 내가 바뀌기보단 주위의 무언가가 바뀌기를 바라는 허상. 과연 그렇다. 저기만 넘으면 된다는 마음속엔 조급함과 욕심이 그득하다. 거기엔 내가 있을 리 없다.


나보다 앞선 마음들은 언제나 나를 버리고 저들끼리 달려가니까.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

99도에서 머무르면 끓지 않는다. 1도가 올라 물이 끓어오르는 그 지점을 '임계점'이라 한다.


삶이 99도라 할 때, 우리는 그 삶이 끓어 넘치게 하려고 아등바등 댄다.

그 1도가 인생의 정답인 것처럼, 우선 끓이고 보자고 달려든다. 그런데, 막상 물이 끓고 나면 우리는 왜 물을 끓였는지 모른다. 끓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물을 왜 끓였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저기만 넘으면 된다고, 1도만 더 올려 물을 끓이면 된다고. 임계점을 넘어야 한다고.

삶이 자꾸 손짓할 때 조금은 의연해야겠다. 앞서 가는 마음들을 잡아들여야겠다. 대신, 내가 가는 길에서 '왜'라는 말을 외치려 한다.


어차피 삶은 임계점의 연속 아닌가.

끝은 없다. 임계점의 연속은 결국, 삶이란 '과정'임을 깨닫게 한다.


계속해서 물을 끓여야 한다면, 적어도 왜 끓이는 건지는 좀 알고 살아야겠다.

그러니까, 속더라도 좀 꾀스럽게 속아야겠다.


지금부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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