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때로 답을 모르는 자의 변명일지라도 말이다. 주인공은 이 대사에 하나를 더 얹는다. 때론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그 문제를 놓아주라고. 이 또한 동의한다. 언뜻, 답을 찾기를 포기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포기'가 답을 때도 있으니까. 답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문제를 흘려보내면 '포기'가 답이고 그것이 어쩌면 더 역동적인 결과를 자아낼 수도 있다는 걸 삶의 많은 경험을 통해 알았으니까.
쉬이 답을 찾지 않고 그것을 기다리는 걸, 나는 '버티기'라 명명한다.
삶의 곳곳엔, 문제가 흥건하지만 그 답을 내어 놓아라는 시간에 조건을 달지 않은 것들도 많다. 대개 그러한 건, 버티다 보면 알게 된다. 답을 찾게 된다. 나는 또다시, 그것을 '깨달음'이라 부른다.
모든 문제에 답이 있지 않다는 건.
관점을 넓혀 바라보면, 문제에 대한 답은 하나가 아니며 여럿일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세상이 정한 하나의 답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여러 개의 답. 지금 당장 내어 놓지 않아도, 문제를 흘러가게 두면 자연스럽게 깨달아 알게 되는 삶의 통찰.
또 하나.
답을 모를 땐, 질문을 바꿔 보는 것도 방법이다. 문제는 누가 왜 내는 것인가. 답을 찾기 전에, 문제에 대한 고찰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문제의 질문을 바꿀 수 있다는 건, 이전보다는 더 큰 삶의 주체성을 확보했단 걸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