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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09. 2024

자동차 메커니즘의 미학 (싫은 사람에게도 감사할 만큼)

<운전대로부터의 사색>

자동차에게 있어 중요한 건 '방향'과 '속도'다.

이는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운전대로부터의 사색은 재미와 의미가 함께다. 운전석에 있으면 '운전'과 '인생'이 오버랩되어, 나에게 많은 글감을 선사한다.


회사에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사람이 있다. 

업무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그 사람이 상사라면 직장생활은 불 보듯 뻔하다. 사사건건 부딪치고, 서로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팽팽한 기싸움에 하루의 에너지가 바닥난다. 이게 무슨 악연일까... 란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오랜 직장생활을 해온 나는 안다. 어디에나 사이코는 있고, 어디에나 나와 맞지 않은 사람은 존재한다. 내가 모두를 사랑할 수 없듯, 모두가 나를 사랑할 순 없는 노릇이다.


퇴근하는 길, 운전석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 사람은
내 인생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사람이 아닐까?


자동차엔 엑셀만 있는 게 아니다.

서야 할 때도 있다. 목적지에 잘 도착하려면 속도를 내되, 잘 설 줄도 알아야 한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는 주행을 하는 게 아니라 폭주하는 것이며,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자동차의 결말을 우리는 잘 안다.

속도에 맞는 브레이크를 갖추어야 한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네 삶을 방해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삶을 힘겹게 하는 이들을 보며 어쩌면 그들이 브레이크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 것이다. 아니, 분명 그러하다고 믿는다. 삶의 방해를 받을 때, 이유 없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당했을 때. 비로소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나 자신을 돌아본다. '엑셀'이 '열정'이라면, '브레이크'는 '쉼'이다. 잘 가려면 잘 서야 하고, 잘 서면 안전하게 잘 갈 수 있다.


우리는 전진만이 아니라, 후진과 좌우로도 갈 줄 알아야 한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게 브레이크 아닌가. 서지 못하는 건 자동차가 아니다. 브레이크가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그러니까, 삶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어야 그것이 진정한 삶이라는 것이다.


자동차는 달리는 시간보다 서 있는 시간이 더 많다.

주차가 가능한 건 브레이크 덕분이다. 다시 달릴 수 있는 채비가 가능한 것도 브레이크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나와, 삶과, 주위를 살핀다.

브레이크를 밟아주는, 나에게 방해를 선사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자동차는 메커니즘이고.

삶에 적용되는 메커니즘은 미학(美學)이다.


꼴도 보기 싫은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이 생길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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