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로부터의 사색>
심리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한 건, 순전히 나를 더 알고 싶다는 근원적인 욕구로부터였다.
심리학 공부를 하며 알게 된 건,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선 타인도 함께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타인의 마음에 투영된 나의 그것과, 나와 같거나 다른 타인들의 생각을 엿보고 유추하며 많은 걸 배웠다. 대학 강의장에서 배운 것보다, 그렇게 나와 타인을 바라보며 배운 것들이 지금의 현실에서 더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직장이라는 곳이 심리학의 실전 무대라 말한다.
다양한 인간군상이 모여, 먹고사니즘과 각자의 목표를 안고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가히 가관이다. 내가 아닌 것을 연기해야 하는 곳. 타인과의 갈등이 무수히도 많이 일어나는 곳. 계산할 수 없고,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곳. 책에 있는 내용보다 더 많은, 실질적이고도 실전적인 심리학을 배운 곳이 바로 직장이다.
또 하나, 나는 이러한 진실된 심리학의 장(場)을 '도로'라고도 말한다.
문득, 도로는 생명이 없는 기계가 오가는 것 같지만 실상 그 기계를 움직이는 건 사람이라는 걸 상기할 때, 도로의 질서와 무질서, 혼잡과 평온은 모두 인간의 기분과 마음의 함수 결과라는 걸 깨닫는다.
그 마음을 움직이고 촉발하는 건, 바로 '비교'다.
도로만큼 '비교'라는 트리거가 크게 작용하는 곳은 없다. 예를 들어, 평온한 마음으로 그저 앞 차를 따라간다고 결심했다고 하자. 급할 것도 없고, 시간에 쫓기는 것도 아니다.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음악을 들으며 마음 편히 가야지... 안전하게 운전해야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내 평온함은 사라진다. 왜? 그리고 언제? 옆 차선의 차들이 나를 앞질러 쌩쌩 달려 나아갈 때. 아, 나는 왜 이 차선을 택해서 남들보다 늦는가? 급할 것 없던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이리저리 차선을 바꾸고, 다른 차들과 보조를 맞추어야 비로소 마음이 편해진다. 아니, 어느 날은 모든 차들을 제쳐야 비로소 평정심을 되찾을 때도 있다.
이뿐인가.
차 브랜드, 차종, 차 값 등을 가늠하고. 혹여라도 나보다 어려 보이는 사람이 슈퍼카를 몰고 가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를 허탈함이 온몸을 감싼다. 어느 날은 아무렇지 않다가도, 또 어느 날은 그 공허함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불행의 씨앗은 '비교'에서 오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다만, '비교'는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도로 위엔 수많은 비교가 이루어진다.
'비교의 심리학'이라는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곳도 '도로'다.
하고 싶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우리는 '비교'를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어찌 되었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나 외에 타인을 신경 써야 한다는 것.
그로 인하여 비교는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것.
자, 이제 우리는 판단을 해야 한다.
죄회전을 할 것이냐, 우회전을 할 것이냐처럼. 우리 자신을 어느 방향으로 끌고 나아갈 것인가.
불행을 위한 '비교'냐.
성장을 위한 '비교'냐.
지금 우리 앞에 보이는 이정표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