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금방? 나중에?
언어에 있어 흥미와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건, 바로 중의적이면서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단어와 표현들이다.
여기, 이에 걸맞은 말이 하나 있다.
우리로 치자면, '지금 당장'과 '이따가'의 중간쯤 되는 말이다. 중간에 있다는 건, 언제든 양쪽, 좌우를 오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누군가 무언가를 부탁하거나 시켰을 때, 우리는 가까운 미래를 말한다.
곧 할게.
또는,
이따가.
시키는 사람 입장에선 아래의 의미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당장!
멕시코 스페인어에서 위 모든 의미를 아우르는 단어는 다음과 같다.
"Ahorita(아오리따)"
'Ahora'는 '지금'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ita'라는 접미사가 붙은 건인데, 이 접미사는 친한 사람이나 좋아하는 것에 대해 애정을 담아 부를 때 사용된다. (이 접미사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결국, 'Ahorita'는 'Ahora'보다 조금 더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상대방에게 편안함을 주는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억양이나 톤, 상황에 따라 그 의미는 아래와 같이 변한다.
¿Puedes ayudarme con esto? (Can you help me with this?)
Ahorita termino lo que estoy haciendo y te ayudo. (I'll finish what I'm doing and I'll help you.)
'이걸 도와줄 수 있나요?', '네, 하던 거 끝내고 도와 줄게요.'
¿Cuándo llega la comida? (When is the food coming?)
Ahorita sale. (It's coming out soon.)
'음식은 언제 나오나요?', '곧 나옵니다.'
¿Qué estás haciendo? (What are you doing?)
Ahorita estoy cocinando. (I'm cooking right now.)
'뭐 하고 있어요?', '지금 요리하고 있어요.'
¿Quieres ir al cine mañana? (Do you want to go to the movies tomorrow?)
Ahorita te digo. (I'll tell you later.)
'내일 영화 보러 갈래?', '나중에...(알려 줄게)'
이 밖에도, 'Ahorta!'라고 소리치면, '지금 당장!'이란 말이 되기도 한다.
아직 일행이 오지 않은 식당에서, 웨이터나 웨이트리스가 주문할 거냐고 물을 때, 'Ahorita'는 일행을 기다리다 이따 주문하겠다는 의미를 아주 간략하게 전달한다.
이처럼, 'Ahorita'란 말은 목소리의 톤, 몸짓 언어, 대화의 전반적인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이따가', '지금', '지금 당장!' 그리고 직접적인 대답을 회피하거나 시간을 벌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