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건널목을 지나가려면 주의해야 한다.
네덜란드에서 지낼 땐 차 보다 무조건 사람이 우선이었지만, 멕시코는 아니다. 재밌는 모양새다. 네덜란드 사람들... 유럽 사람들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약자를 우선하는 철저한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하여, 사람이 조금이라도 근처에 있으면 차를 세우고 본다. 멕시코 사람들은 참으로 친절하지만, 운전대를 잡으면 우리네랑 비슷해진다. 차 먼저 지나가고 본다. 상황에 따라 예외는 있지만 대체로는 그렇다는 뜻이다.
멕시코 시티엔 'Reforma(레포르마)'라는 중심지가 있다.
유명한 엔젤탑(독립기념비)이 있는 곳이다. 로터리가 있고, 차들이 얽히고설켜 분주한 곳이다. 파란 불에 안심하고 건너려는 찰나, 로터리를 돈 차가 달려온다. 로터리를 도느라 신호를 보지 못한 모양이다. 그러나, 분명 사람이 있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옆에 있던 한 멕시코 사람이 나에게 소리쳤다.
"Aguas, aguas!"
본능적으로 멈칫했고, 차는 간발의 차이로 나를 비껴갔다.
분노의 눈빛으로 차 꽁무니를 바라봤고, 이내 다시 눈빛을 바꿔 소리를 쳐 준 사람에겐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Aguas, aguas! (아구아스, 아구아스!)"
물, 물!!!
한 마디로 '조심해'란 뜻이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Watch out!', 'Be carefule!' 정도다.
조심하라는 원래 말은 다음과 같다.
"¡Cuidado!" (조심해!): "aguas, aguas"와 비슷한 의미를 가지지만, 조금 더 공식적인 표현.
"¡Ten cuidado!" (조심해!): "cuidado"에 강조를 더한 표현.
"¡Ojo!" (조심해!): 직역하면 "눈"이지만, "주의해"라는 의미로 사용.
왜 조심하라는 말을 '물'에 빗대었을까 의미를 찾아봤지만, 정확한 기원은 없다.
다만, 옛 프랑스에서처럼 멕시코에서도 집 밖으로 버려야 할 오물이나 더러운 물을 던지기 전에 "¡Aguas!"라고 외치지 않았을까...라는 추측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요즘은 나도 친구들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할 때, '아구아스, 아구아스'를 외친다.
잠시 놀란 얼굴을 하며, 그러한 말을 하는 나를 재밌게 바라보는 친구들의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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