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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21. 2024

멕시코에서 운전하면 보이는 것들

<진짜 멕시코 이야기>

멕시코 시티에서의 운전은 서울보다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늘 긴장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가 온 뒤 생겨나는 포트홀은 상상이상이다. 올해만 해도 바퀴 휠을 깨 먹은 게 두 번이다. 포트홀을 밟고 나면 '콰광'소리를 내며 차는 흔들리고, 나는 본능적으로 타이어의 공기압을 체크한다. '삐...'소리가 나면 마음의 체념이 빨라진다. 갓길에 차를 대고, 여분의 타이어로 묵묵히 바퀴를 갈아 끼운다. 경고음이 나지 않으면, 감사한 마음과 함께 조금은 더 조심해야지... 란 다짐을 한다.


멕시코 도로 위 차들의 색은 다양하다.

'형향색색'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색은 물론, 모양도 제각각이다. 어떤 차는 1960년대 자동차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멕시코 친구들이 한국에 오면 가장 놀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차들이 모두 새것이고, 색은 하얀색, 검은색, 회색만이 존재한다며 말이다. 어떤 차는 에어컨이 없어 늘 창문을 열고 다니고, 또 어떤 차는 찌그러진 그대로 도로를 내달린다. 범퍼가 없는 차들도 있고, 도색이 벗겨진 차도 있다.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다. 조금만 어긋나거나, 공통의 범주에서 벗어나면 시선을 끄는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멕시코에선 방향 지시등, 소위 말해 깜빡이를 켜는 경우가 거의 없다.

처음엔 화가 많이 났지만 이젠 그러려니 한다. 간혹 나 또한 방향 지시등을 생략하기까지 한다. 그래도 마음의 부채감이 덜하다. 모두가 용인하는 분위기다. 방향 지시등을 켜는 것이 안전과 질서를 위해 좋은 건 당연하다. 다만, 멕시코 사람들은 그에 대한 용인의 정도가 더 크다. 직장 동료의 차를 탄 적이 있는데, 그 친구는 왼손을 아예 차창에 걸치고 운전했다. 방향 지시등에 손이 갈 일이 없다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차를 타는 내내,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았다고 다른 차들이 경적을 울리거나 한 적이 없었다.


거리 위엔, 돈을 얻기 위해 구걸을 하거나 서커스를 하거나 물건을 팔거나 또는 앞 유리를 닦아 주겠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교통체증이 있거나, 신호가 있는 구간엔 어김없이 무언가를 주고, 얻어가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안전상의 이유로 한국인들은 대체로 서비스를 받지 않으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창문에 물을 우선 뿌리고 보는 경우도 있다. 끝까지 거절을 하고, 와이퍼로 창문을 닦고 나서야 그들은 포기하지만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서커스를 하거나, 한쪽 다리가 없는 분이 축구공으로 트래핑을 하며 돈을 달라고 하면 창문을 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미안하지만, 외국인이라는 말을 되뇌며 다음을 기약한다.




멕시코에서의 운전은 오늘도 역동적이다.

많은 것들이 보인다. 한국에선 볼 수 없는 것들. 아마도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이러한 것들이 기억날 것이고 기억은 추억으로 승화될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어느 나라든, 어느 도시든, 어느 곳이든.

자동차와 도로는 있고, 운전하는 사람은 어딘가로 향한다.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그 풍경이.


오늘은 좀 더 생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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