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위해 진정으로 울어봤는가

<메타버스 보다 에고버스>

by 스테르담

오페라 <리날도(Rinaldo>의 아리아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는, 여주인공이 신세를 한탄하며 신에게 모든 슬픔과 고뇌에서 벗어나길 소망하는 가사를 담고 있다.


이 아리아를 듣고 있자면,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울고 싶은 마음이 그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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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어른들은 나를 '옴팡눈'이라 놀렸다.

'옴팡눈'은 '오목하게 들어간 눈'을 말한다. 놀림에도 굳건할 수 있던 건, 눈이 오목하게 들어가 있어 잘 울지 않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슬픈 영화를 보다 우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보란 듯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옴팡눈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질 정도였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 호르몬의 변화가 생기다 보니, 요즘은 음악을 듣다가도 가끔 눈물을 흘린다. 옴팡눈은 그대로인데, 눈물은 흐르는 형국이다. 그러니까, 눈물을 흘리지 않은 게 눈의 모양 때문은 아니었던 걸로.


눈물을 흘리다 보면 마음이 개운해지는 걸 느낀다.

'카타르시스'다. 카타르시스는 '정화(淨化)'를 말한다. 한마디로 깨끗해진다는 뜻이다. 강렬한 체험을 통해 정신적, 감정적 순화화 해방을 경험하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 현대인에게 있어 이러한 과정과 순간은, 억눌린 감정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드러낼 때 필요하다. 카타르시스는 치유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치유가 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범죄나 사건 사고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여러 날 방 청소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엔트로피 법칙에 의해 방은 점점 더 어질러진다. 몇 날에 한 번은 청소를 해야 하는 이유다. 어질러진 방을 보고 갑작스레, '아 청소해야겠다..!'라고 결심하는 순간을 돌이켜보자. 무엇이 작동했는가? 다이어리에 적은 몇 날 몇 시 청소를 하자는 다짐이었는가? 아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감정'이다. 감정이 동했기 때문이다. 어지러운 상황을 참지 못하고, 그렇게 까지 어질러진 방을 보며 드는 자괴감을 '정화'하기 위해 우리는 청소를 한다.


현대 사회의 우리는 얼마나 많고, 큰 억압을 받고 있는가.

프로이트는 억압된 감정은 언젠가 표출된다고 했다. 표출만 되면 다행이다. 폭발하지 않도록 우리는 그때그때 마음의 방 청소를 해야 한다.


카타르시스를 가장 잘 느낄 수 있을 때가 바로 눈물을 흘릴 때다.

눈물을 흘린다는 건, 운다는 것이고. 운다는 것은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움직였다는 뜻이다. 현대사회는 감정이 크게 요동하지 않도록 종용하고 교육한다. 이성과 논리로 세상이 움직이고 있다고 설득한다. 감정이 드러나면, 하수나 아직은 덜 성숙한 사람으로 치부하기 일쑤다.


그러나 단언컨대, 성공과 훌륭함을 모두 추구한다면 이성과 논리보다 '감정'을 더 잘 추슬러야 한다.

세기의 스캔들이나, 어느 한 지역의 지검장이 여고생들 앞에서 음란행위를 했던 사례들을 보면 그들은 사회적으론 명망 있었을 진 모르나, 내면을 잘 다스리지 못한 그 한순간으로 인해 스스로 낭떠러지 위에서 굴러 떨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왜?...라는 의문은 억눌렸던 그들의 감정을 제대로 정화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답이 될 것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억압되어 있다.

생각보다 많이. 경제적인 문제, 사람과의 관계, 일의 만족과 불만족. 눌리고 눌린 감정과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말 그대로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하루하루의 반복으로 인해 눌리고 또 눌리는 자아를 이젠 돌아봐야 한다.


감정이 표출되고 폭발할 날이 분명 온다.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잘 표출시키고 폭발시킬 것인가. 내 감정은 나의 것이다. 폭발하길 기다리지 말고, 폭발시키는 방법을 잘 알아야 한다.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기 위해선, 자아를 잘 들여다보고 또 공부해야 한다.


울게 하소서.

울게 하소서.

울게 하소서.


기도를 거의 하지 않지만, 기도 형식의 말을 빌려 나는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절대자에게 간구한다.


방 청소를 하듯.

마음을 청소해야지.

빗자루를 쓸듯.

눈물을 흘려야지.


나를 위해 진정으로 울어봐야지.


그러니까, 요즘 내 진정하고 간절한 소원은.

나를 위해 진정으로 우는 것이다.


그 능력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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