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페르소나 글쓰기>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제3의 장소'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사람들이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집(제1의 공간)과 직장(제2의 공간) 외에, 휴식과 교류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주장하면 서다. 이러한 공간을 바로 '제3의 장소'라 명명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이를 활용하여 성공한 사례다.
스타벅스가 성공한 이유를 사람들은 커피 맛에서 찾지 않는다. 편안한 분위기, 언제나 연결되는 와이파이, 다양한 공간 구성, 왠지 모르게 노트북 하나 들고 가면 커피 향과 함께 업무가 잘 될 것 같은 장소. 최근 들어 스타벅스의 주가가 떨어지고 경영 상황이 신통치 않으며 CEO가 교체되었는데, 새로운 CEO가 가장 먼저 재건하고자 노력하는 부분이 바로 스타벅스를 다시금 '제3의 장소'로 만드는 것이다. 효율 중심의 이전 CEO가 매장 내 의자와 테이블을 없애면서 촉발된 스타벅스의 아이덴티티 상실에 대한 응급조치라고 보면 된다.
마케팅이나 경영 사례와 별개로, 우리는 스스로 '제3의 장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왜일까? 생각해 보자. '집'은 가족과 함께 하는 공간이고, '직장'은 사회적 동료 들과 함께 하는 장소다. 엄밀히 말하면, 모두가 '타인'이다. 그 안에서 행하는 사회적 역할 또한 자의와 타의 가 섞여 있고 대개는 타의적인 것이 더 많다. 즉, '페르소나'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내가 쓰고 싶은 페르소나라기 보단 '써야 하는 페르소나'인 셈이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하는 일'이 더 많은 곳.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곳이라기보단, 묵묵히 나와 타인을 위해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곳이 바로 제1, 2 장소인 것이다.
제3의 장소가 주는 의미는 휴식과 재충전이다.
진정한 휴식과 재충전은 스스로에게서 온다.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제3의 장소는 결론적으로 말해, '혼자 있는 시공간'을 의미한다. 스타벅스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그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다. 혼자 있는 시간이 가능한 곳,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가 있는 곳,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해 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진정한 '제3의 장소'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제3의 장소'는 특정되지 않는다.
글을 쓰는 모든 곳이 '제3의 장소'가 되기 때문이다. 퇴근길, 하루를 마감하고 돌아가는 그 길에 나는 진정 홀로 있는 시간을 만끽한다. 직장에서 있었던 여러 고됨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글감을 보듬는다. 제목을 짓고, 소재를 추출하고, 어떻게 써 내려갈까 사색한다. 글을 쓰는 내 방, 카페, 공원, 도서관 어디든. 스스로를 돌보게 되는 나의 '제3 공간'이다.
'글쓰기' 그 자체가, '제3의 공간이자 시간'이다.
글을 쓰려면 혼자 있어야 하고, 혼자 있으려면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자아라는 우주로 빨려 들어가는 절체절명의 시공간이, 바쁘고 정신없고 상처받는 현대인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절실하다. 생각마저 AI가 대신해주는 이 시대에, 각자의 제3의 장소가 없다면 그만큼 위태로운 일도 없다.
그리하여 나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께 묻고 싶다.
"당신의 제3의 장소는 어디인가요?"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