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서 있는 건지, 어디로부터 왔는지, 어디로 나아가고 있었는지를 잊은 듯. 멍하니 고개를 드니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투성이다. 잃은 것 중 가장 큰 건, 바로 '나 자신'이다. 빛의 속도로 흘러가는 삶 속에서, 간혹 더디게 느껴지는 고통의 순간에 속아 삶은 어쩌면 짧지 않을 수도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보면, 남는 건 아쉬움과 후회뿐이다.
지나버린 삶의 조각들은 모음이 되지 않는다.
휘발되어 사라지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거나 인식하지 못한다. 한 순간이라도 어서 지나가기를 바라는 건 가뜩이나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다름없다.
더더군다나, 요즘은 짧고 빠른 것의 전성시대가 아닌가.
잠깐 정신 줄을 놓으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고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라는 결제창이 눈앞에 펼쳐져 있게 된다.
그래서일까.
나는 삶을 쓰고 싶었다. 갑작스러운 욕망이 나에게 일어났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싶었다. 휘발되는 것들을 붙잡고 싶었다. 더 이상 끌려가기보단, 애써 저항하거나 조금 더 거만하게 말하자면 삶의 주도권을 자신에게 가져오고 싶었다.
그 욕망은 결국, 나를 쓰게 만들었다.
잘 살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그 욕망을 구체화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자신의 욕망을 차근차근 이루어 가는 사람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다.그러니까, 어느 누구든 각자의 방법으로 삶을 써 나아가고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