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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8시간전

나는 평생 골프 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

<골프와 인문학>

먼저, 골프의 기원부터...


골프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건 스코틀랜드에서 목동들이 지팡이로 돌을 치며 놀던 것이 그 시초라는 것이다. 13세기 경 스코틀랜드 목동들이 양을 치면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었다. 14세기 네덜란드엔 '콜프(Kof)'라는 이름의 운동(얼음 위에서 막대기로 공을 치는)이 있었고, 로마 시대엔 막대기로 공을 치는 놀이도 있었다.


15세기에 이르러 골프는 귀족의 스포츠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16~17세기 스코틀랜드 왕실에서 메리 여왕이 골프를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Caddie(캐디)'란 말이 생긴 것도 이 즈음이다. 늘 어린 병사를 옆에 두고 시중을 들게 했는데, 골프를 즐길 때도 그들을 대동했다. 프랑스 귀족 출신인 메리 여왕은 그 병사(사관생도)를 프랑스어로 ‘르 카데(Le Cadet)’라고 칭했다. 이것은 ‘형제 중 막내’를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이후 ‘카디(Cady)’와 ‘캐디(Caddy)’로 변화를 거치고 요즘의 ‘캐디(Caddie)’가 됐다는 게 가장 유력한 설이다. 고서에 따르면 18세기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물을 배달하는 소년을 가리켜 캐디라고 불렀다는 내용도 있다. 가끔 캐디가 물 대신 골프 클럽을 운반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말도 있다. 이 또한 납득이 되는 기원이다.


1744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골퍼스 명예회는 최초로 골프 규칙을 문서화했다.

이때부터 18홀 경기로 자리 잡았고, 이후 18세기말에는 영국 상류층 사이에서 골프라는 운동이 유행하게 되었다.


골프의 대중화는 19세기였다.

산업혁명으로 철도망이 확장되면서 골프 코스 접근성이 개선되었고, 1860년에는 첫 번째 공식 대회인 'The Open Championship'이 개최됐다.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심리적 집중력, 전략적 사고, 자연과의 조화를 요구한다.

현재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발전했고, 사회적 네트워킹과 건강을 위한 활동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내가 골프를 치게 되었다고?


그러나, 고백하건대...

나는 평생 골프를 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골프는 부르주아의 전유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골프 치는 이들을 증오했던 것도 고백한다. 돈과 시간이 남아 골프를 친다는 이미지는 여전하다. 우리나라 정서상, 정치인들이나 고위 관료가 (유사시)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지탄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 또한 그러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 골프를 치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러니까, 골프를 치기 전에는 그러한 반정서가 더 컸었다.


또한,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읜 관계로 누군가 나에게 골프를 알려줄 기회도 없었다.

아버지가 있다고 해서 모두가 골프를 치는 건 아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와 놀지 못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골프 연습장으로 향하던 친구의 아버지가 어른이 되어 존경스러워진 건 어찌할 수가 없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누군가 나에게 골프를 알려주었다면 어땠을까. 그 비싼 비용을 감당하며 즐겁게 배울 수 있었던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면 어땠을까.


역시나, 처음 골프를 치게 된 건 직장생활 이후였다.

미국 출장 중, 한 선배가 고마움을 표시하겠다며 골프를 치게 해 준다는 것이었다. 쳐 본 적도, 배워본 적도 없었기에 한사코 고사했으나 선배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덕분에 나는 첫 라운딩을 미국에서 했다. 정말 어떻게 18홀을 돌고 운동을 마쳤는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단 한 가지, 분명히 기억에 남는 건.

첫 홀에서 바라본 그린이었다. 해가 떠오르고 있었고, 드넓은 잔디밭이 나를 마주하고 있었다. 황홀경에 빠져, 그동안 가져왔던 골프에 대한 편견과 있는 사람(?) 들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사르르 녹고 있었다.


"아... 이래서 다들, 골프... 골프 하는구나..."


골프의 시작은 '자의' 보다 '타의'...
그러나 결국 '자의'로의 회귀


이후 나는 해외 주재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주재원은 골프를 칠 줄 알아야 한대...'라는 말을 듣고, 팔자(?)에도 없는 골프를 시작했다. 그것도 정식으로. 주재를 나가기 전에, 아무것도 모른 채 분주히 클럽을 사고 프로로부터 레슨도 받았다.


돌아보건대, 골프의 시작은 '자의'가 아니었다.

앞서 말한 듯, 골프는 내게 있는 사람들의 호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었고 굳이 시간고 돈을 들여 배우고 싶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주재원이라면, 네트워킹을 만들기 위해선...이라는 것이 골프를 시작하게 된 주요 계기다.


그러나 골프는 분명 매력적인 운동이다.

운동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삶에 대한 많은 깨달음과 통찰을 준다. 그래서일까. '타의'로 시작한 운동이지만, 이젠 '자의'가 더 깊이 배어있다.


한동안, 공이 잘 맞지 않아 골프를 중단한 적도 있지만.

결국 공이 잘 맞지 않는 것도 연습을 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 원인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모든 외부로의 탓을 중단했다. 이 또한 큰 배움이었다. 늘, 언제나... 되지 않는 것을 남 또는 환경의 탓이라 생각한 못된 마음에 대한 경종이었다.


골프 중단 이후, 다시 골프를 시작한 것도 사실 '자의'보단 '타의'에서였다.

그러나 다시금 '자의'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칠 수 있을 때.

더 많이 치고. 더 많이 깨달아야겠단 생각이다.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도록.

해보지도 않고 누군가를 지탄하는 오만함이 다시 생겨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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