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철학관>
공허함을 느낄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일이 바로 '아무거나 하는 것'이다.
공허함을 잊으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일견 일리 있으나, 중요한 건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하여 공허함이 더 커졌다면 그건 맞는 방식이 아니다.
공허함을 느낄 때 나는 삶의 속도를 줄인다.
내가 어디 서 있는지를 돌아본다.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다시 살핀다.
공허함은 채워야 하는 무엇이지만, 그것을 급하게 채울 필욘 없다.
배고픔은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신호이지만, 허겁지겁 아무거라도 먹으란 뜻이 아니다. 공허함을, 배고픔을 놔두어보면 안다. 우리는 공허해본 적도, 배고파본 적도 별로 없었다는 것을. 시대의 조류에 따라 우리 주위엔 늘 넘쳐나는 정보와, 배불러 죽겠는 음식이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 행복한가?
짧은 동영상으로 하루를 충분히 채울 수 있고, 어느 금액으로 우리는 무제한 뷔페를 즐길 수 있다. 그렇게 마구 채우고, 마구 먹고 난 후. 행복함은 그에 비례하여 올라가는가?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걸로 채운 하루가 후회되고.
배부르다면서도 꾸역꾸역 먹은 후 포만감을 넘어선 불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공허해봐야 한다.
배고파봐야 한다.
온전히 그것을 느끼며, 그래서 나는 무얼 하고 무얼 먹어야 할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공허하다고 아무것이나 하는 것은, 나 자신을 잘 모른다는 증거다.
공허함은 채우는 것보단 나 자신을 돌아보라는 격렬한 신호다. 그 신호에 즉각 반응하기보단, 신호의 출처를 규명해야 한다. 그 원인을 돌아봐야 한다.
출처를 알아야 무엇으로 채울지를 알 수 있고.
원인을 알아야 잘 채울 수 있다.
공허함이 찾아왔다면.
나는 당신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제대로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다.
드디어.
마침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