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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23. 2017

직장인의 주말 잘 보내는 법

완치될 수 없는 월요병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금은 쉬운 방법

등골이 오싹하다.


불금을 지나 여유로운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의 오후가 지나면 어김없이 뒤에 와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일요일 꼭두새벽부터 오는 경우도 있다. 나도 때에 따라서는 그렇다. 맞다. 모두가 아는 그것. 바로 월요병이다. 월요일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어느 요일에, '병(病)'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니 대단한 존재감을 갖는다. 수많은 사람들을 벌벌 떨게 만드니, 그 존재감을 무시하거나 부정할 사람은 없으리라. 사실, 우리가 '병'이란 말을 갖다 붙여서 그렇지 월요일은 지극히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좋은 날이다. 사람은 시간을 쪼개고 끊어야 살 수 있다. 일 년을, 한 달을, 하루를, 오전과 오후를 나누어야 해야 하는 일들이 정리된다. 그때에 해야 할 일들이 각자에게 있다. 더불어 일 할 때와 휴식해야 할 때를 구분 지어준다.


주말을 잘 보내지 못하는 이유


월요일이 두려운 건, 주말을 잘 보내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금을 보낸 토요일은 느지막이 시작된다. 내일이 일요일이라는 안도감으로 몸과 마음은 풀어진다. 어영부영하다 보면 오후와 저녁. 토요일 예능 프로그램 하나 보고 무어라도 해야지 생각하다가 보지 않던 드라마까지 섭렵하며 그대로 자리에 누워 있는다. 새벽에라도 무얼 할 수 있는 기대감이 가득 차 있다. 내일은 일요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잠이 들고나면 일요일 아침이다. 아마도 늦은 아침일 거다. 어제 하지 못한 일을 하려고 하지만, 어쩐지 그걸 하기에는 시간이 아깝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조금만 쉬고 밥을 먹고 뭐라도 해야지. 씻는 시간도 늦어진다. 그러다 일요일 오후 4시를 맞이한다. 어쩌지. 뭘 하기에 정말 애매한 때다. 책을 읽기에도 그렇고, 그동안 밀려 있던 영화 한 편 보기도 그렇고, 누구를 만나 놀기도 뭣하다. 때 되면 챙겨 먹는 끼니도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 그렇게 주말을 가버리고 등골은 이미 오싹하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장담한다. 저런 적은 모두 한 번 이상은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지금도 그러고 있거나. 나 또한 그렇다. 생각은 언제나 앞선다. 생각해왔던 것을 반만 실천했다면 나는 여기 이 자리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 아마 신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과장이 심할지 모르지만, 난 정말 그렇게 믿는다. 더더군다나 함께 시간을 보내주어야 하는 말이 통하는 자녀가 있으면 생각했던 것을 실천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변수가 많아도 너무 많다. 그럼에도 주말은 잘 보내야 월요일에 대한 두려움이 덜하다.

일요일 밤을 설쳐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돌이켜 보자. 우리가 잠을 잘 못 이루고 가슴이 답답한 이유는 주말을 잘 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루를 잘 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실험에서도 그것은 증명되었다. 하루를 보람차게 보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취침 시간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한참이 늦었다. 무어라도 만회해보려고 하는 마음이 커 뒤늦게 무언가를 행동에 옮기거나 답답한 마음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미생의 장그래가 한 말이 떠오른다.

"답답한 이유를 돌아보셔야 해요."


그렇다. 그러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저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있지 말자. 답답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돌아봐야 한다. 그것을. 담대하게. 답답해 하지만 말고.



주말을 보람차게 보내는 방법


나 또한 같은 사람이고 그리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어렴풋이 그나마 주말을 잘 보내는 법을 터득해 가고 있다. 예전엔, 주말에 많은 것을 하는 것이 그것을 잘 보내는 거라 생각했다. 영어 공부를 몇 시간 하거나, 3권 이상의 책을 읽어야 하고, 1시간 이상은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하는 것. 물론, 그런 생각은 내가 살아온 날들의 주말 횟수보다 몇 배는 더 많이 했던 것들이고 제대로 이루어진 적은 손에 꼽을 만하다. 아직 열 손가락을 다쓰지 않아도 될 만큼. 그러곤 자책감과 후회, 자괴감에 빠져 무기력한 주말을 보낸다. 월요병이란 그 녀석은 이러한 것을 먹고 자란다. 그러니 그 존재감이 대단할 수밖에.




이제, 그럼 주말을 보람차게 보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생각보다 간단하다. 우리네 삶이 몰라서 못하는 것보다 알면서 안 하는 게 더 많은 것이 문제다. 펜과 종이를 준비하자. 그리고 다음의 것을 딱 한 번만 해보자. 그 효과는 장담한다. 내가 그렇게 해보니 효과를 크게 봤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첫째,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 아침,
그 주말에 하고 싶거나 할 일을 5~10개 적는다.


고상할 필요 없다.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예를 들어 한 시간 낮잠 자기, 밀렸던 영화보기 (구체적인 영화 제목과 함께), 책 한 권 읽기 (이것도 책을 선정하여), 글 두 개 쓰기, 드라마 2편 보기, 원하는 요리 해 먹기 등.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얼 하느냐가 아니라, '적어 놓는 것'이다.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밤까지 시간이 광속으로 가는 이유는, 주중에 생각한 주말에 해야 하는 많은 것들이 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월요병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 때, 그제야 그것들이 생각난다. 그것들을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압도되어 답답함은 커지고, 잠은 오지 않는다. 갑작스레 무어라도 할라치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적어 놓는 것'의 위력은 대단하다. 아마 익히 다른 실험들에서도 그 결과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꿈을 적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몇십 년 후의 결과를. 하지만 이러한 거창한 '필기'와 같을 필요도 없다. 그저 일단 아무거라도 적는 것이다. 그러면 신기하게 그것을 지향하고, 따르게 되어 있다. 물론, 적은 것을 다 이루지 못할 것이다. 일단 하나라도 실천했다는 것에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고, 다 이루지 못했더라도 이룬 것이 몇 가지는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주말에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생각의 정리가 될 것이다. 주중 내내 다운로드하여 놓은 영화를 봐야겠다고 해놓고는, 주말이면 무슨 영화를 보려 했는지 기억을 못 한다. 그리고 생각났을 때는 이미 월요병이 내 뒤에 와있을 때다. 적어 놓지 않아서다. 그러니 적으면 된다.


둘째, 일요일 밤에 월요일에
해야 하는 일을 미리 정리한다.


자, 적어 놓은 것들을 몇 가지 했는지 못했는지는 가볍게 체크한다. 너무 목맬 필요 없다. 일단 적은 것이 대견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하자. 그리고 하나라도 실천했다면 한 번 웃어보자. 그리고 월요일을 준비하자. 이번엔 월요일인 내일 해야 하는 일을 미리 적어본다. 금요일 불금을 보내기 전에 잊었던 수많은 것들이 떠오를 것이다. 생각만 하고 걱정하는 것보단, 이것도 '적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적는 것'의 힘은 대단하다. 생각과 마음이 함께 정리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두려움도 줄어든다. 답답함이 덜해진다. 적다보면,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걱정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가 월요일이 두렵고, 일요일에 잠이 안 오는 이유는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 그리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마음도 생각도 정리되지 않고, 이리저리 뒤척이다 끌려가듯이 출근한 월요일은 상쾌할 수가 없다. 시작이 그런데 주중 내내 편할 리가 없다. 그러니 일요일 저녁에, 월요일을 준비하며 무언가를 적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Wish Note'를 작성한다. 일기를 쓰는 꾸준함이 없는 내가 그래도 자아성찰을 위해 하는 최소한의 의식이다. 벌써 십 수년이 훨씬 지난 지금, 예전에 쓴 'Wish'들을 돌아보면 신기하게도 80% 이상은 이루어져 있다. 너무 딱 들어맞아 소름이 끼친 적도 있다. 그러니 난 '적어 놓는 것'에 대한 믿음이 있다. 그래서 자신 있게 권유하는 것이다. 그리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Wish Note'까지 써보라는 것은 아니다. 자아성찰을 하는 개개인의 방법이 있을 테니 말이다. 다만, 주말의 시작 전, 그리고 주말의 마지막에 단 몇 문장만 써보자. 그러면 어느새 예전과는 다른 주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완치될 수 없는 '월요병'에 대한 두려움도 기대 이상으로 줄어들 것이다. 우리 한 번 해보자. 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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