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Sep 24. 2015

네덜란드 사람들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오해는 풉시다. 우리.

"과연 정말 네덜란드사람들은
무조건 더치페이를 할까?


아마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 사람에 대한 가장 큰 질문이자 오해일 것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의 성격을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지극히도 검소하고  근검절약하는 습성이 몸에 베인 사람들!

세계에서 평균 신장이 가장 큰 사람들이 소형 해치백을 타고 다니고, 비바람이 부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점심시간엔 간단한 샌드위치 한 조각을 먹는 것으로 끝나고, 옷은 참으로 수수하고 간편한 실용적인 옷을 입는다. 


삶에 군더더기가 없다.

여행을 미친 듯이 사랑해서 캠핑카를 끌고 다니는 네덜란드 사람들은, 관광지에 도착해서 자신들이 싸온 음식만을 먹고는 그 자리에 쓰레기만 놓고 가기에 다른 유럽 사람들의 요주의 대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네덜란드 사람들도 흔쾌히 인정하는 것 보면, 우스갯소리만은 아닌 듯!!!) 


"생각해보니, Dutch Pay를 한 적이 별로 없다.
오히려 Dutch Treat에 익숙한다!"


이렇게, 네덜란드 사람들은 항상 더치페이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 아닌 자연스러운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곳에서의 생활을 돌이켜보면 내가 대접을 받으면 받았지, 계산할 때 정색하며 각자의 지갑을 여는 것을 본적이 별로 없다. 


물론, 유럽/웨스턴 문화권이라 자신이 먹은 것은 자신이 내는 정도의 수준이지, 너와 나를 구분 지어 정 떨어지게 더치페이하자...라고 하진 않는다. (오히려 이 식사는 내가 내겠다...라고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사실, 처음 부임하자마자 함께 일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했었다.
"Rino, 네덜란드 사람들은 정말 항상 더치페이를 해? 여자친구와 밥을 먹을 때도  더치페이하고 그런 건 아니지?" (Rino Van Deventer는 나와 가장 가깝게 일하는 회사 동료로, 네덜란드 사람들 이름에 많이 들어가는 'Van'은 영어로 치면 'from'을, 그 뒤 단어는 지역 이름을 나타낸다. 즉, 이름을  풀어쓰자면 Deventer 지역에서 온 Rino 정도 되겠다.)

Rino 의 대답은 싱겁고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그렇진 않는다..."정도의 단답 대답이 전부였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더치페이의 유래가 어떻고, 더치 사람들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다.... 정도는 나올 줄 알았다. 참으로 이상했다.


"네덜란드 사람들에 대한 가장 큰 오해!"


그래서 직접 더치페이에 대한 유래를 찾아보았고, 그 유래를 안 후에는 왜 이것이 큰 오해였는지, 그리고 왜 네덜란드 사람들이 더치페이에 대해 오히려 잘 모르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더치페이의 유래는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인도 회사'를 차려 세계 최초로 주식을 자금으로 배를 띄우고 아시아 식민지를 확장해 가던 네덜란드는, 영국과 심한 식민지 경쟁을 하게 되고 결국에는 3차례에 걸쳐 영국-네덜란드 전쟁을 하게 된다.

사사건건 네덜란드와 갈등을 빚던 영국인들은 네덜란드 사람들을 탓하기 시작하면서 '더치'란 말을 부정적으로 쓰게 된다. 즉, 'Go Dutch", "Dutch Pay" 등은 이렇게 네덜란드 문화가 아닌, 영국인들의 부정적인 시각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니 네덜란드 사람들이 신나게 그 유래에 대해서 설명을 해줄 수 없지... 신경도 안 쓰고...

(동료 Rino에게 더치페이 유래에 대해 설명해주니, 몰랐다며 매우 고마워했다.)

또 하나 더 흥미로운 것은 영국인들이 만든 "Dutch Pay"란 어원은 "Dutch Treat"이란 말에서 유래한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오히려 남을 대접하는 것을 좋아하고, 기꺼이 자기 것을 나누고자 한다.  역대급은 아니더라도 나에게는 큰 반전이었다.

이러한 문화는 실제로 있는데, 예를 들어 자신의 생일에는 스스로 케이크를 사서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이다. "나 생일이니 축하해줘"... 가 아닌 "나 생일이니 마음껏 먹어"가 되겠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신의 집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많이 즐기는 편인데,  이때에도 기꺼이 손님들을 대접하지 더치페이를 하진 않는다. 




풍차와 치즈보다 더(?) 유명한 '더치페이'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잘못 알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네덜란드 친구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Dutch Pay'보다는 지금껏 'Dutch Treat'을 더 많이 받은 나로서는, 이러한 오해를 풀고 편견을 없애야겠다는 소박한 사명감이 생기게 되었다.

아낄 땐 아끼고 쓸 땐 쓸 줄 아는, 멋진 네덜란드 사람들을 위해!!!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이전 01화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