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Sep 10. 2017

네덜란드엔 더치커피가 없다.

더치 사람들은 모르는 더치커피의 진실



앞서, 더치페이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았다.

[참고 글: '더치페이에 대한 오해']


이와 관련해서 간단하게 더치커피에 대한 오해 아닌 오해를 풀어보고자 한다.


"'더치커피'란 말은 있고, 실체는 없다!"


나는 커피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술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아마 아직 입이 어린 모양이다. 아니면, 인생의 쓴맛을 많이 봐와서 더 이상 쓴 것들이 당기지 않는 이유 일는지도 모른다. 나와는 달리 와이프는 커피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주로 생 민트 잎이 들어간 'Fresh Mint Tea'를 즐기며, 와이프가 시키는 커피를 관찰한다. 한국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셨고, 여기 네덜란드에서는 주로 노멀 커피나 카푸치노, 라떼 등을 즐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와이프가 '더치커피'를 주문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에 관심이 없음에도 '왜?'라는 질문은 내어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


이유는 간단했다. 어느 메뉴판에도 '더치커피'는 없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보통 에스프레소나 노멀 커피를 즐긴다. '노멀 커피'도 메뉴판에는 그냥 'Coffee'로만 쓰여 있고, 이것을 시키면 '블랙?'으로 마실 건지 정도만 묻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몇 개 안 되는 스타벅스에나 가야 마실 수 있다. 보통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를 팔지 않는다. 커피에 그 많은 물을 타 먹는 것에 대해 네덜란드 사람들은 오히려 의아해한다. (참고로, 네덜란드에서 커피를 마시려면 '카페'로 가야 한다. '커피숍'이라고 되어 있는 곳은 대마초를 피우는 곳이다. 술과 함께 대마초를 하는 것은 불법인 관계로 커피나 일반 음료수만 판다는 의미에서 '커피숍'으로 부른다.)


그렇다면 '더치커피'는 어디에 있는 걸까? 우선, 더치커피의 유래를 알아보자. 그 옛날,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 식민지에서 로부스타 종의 커피가 재배되었다. 해상 무역을 장악했던 네덜란드 선원들은 배에서도 이 커피를 즐기고 싶어 찬물로도 커피를 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콜드브류(Cold Brew)'의 원조인 것이다. 찬물로 커피를 내리니, 커피의 쓴 맛이 적게 나면서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숙성되는 독특한 향이 올라왔고 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유럽 문화에 더 친숙한 일본에서 이 콜드브류 방식의 커피를 '더치커피'라는 이름을 붙여 상업화했고, 이 명칭이 우리나라에게도 들어오게 된 것이다. 콜드브류를 하기 위한 기구들이 다양해지면서 '더치커피'의 명성은 더해갔다. 네덜란드에 없는 '더치커피' 전문점이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생겨나는 이유다. 최근에는 오히려 네덜란드 커피업체들이 더치커피의 이야기를 듣고 흥미로워하며 이를 마케팅에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난다. 상업화의 귀재인 네덜란드 친구들의 성격을 미루어볼 때, '더치커피'가 네덜란드 카페의 메뉴판에 나오게 될 날이 멀지 않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P.S


네덜란드 사람들의 상업화에 대한 감각은 천재적이다. 풍차와 튤립이 네덜란드 것이 아니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자신의 것이 아니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내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감각과 집요함은 대단하다 못해 무서울 정도다.

[참고 글: '풍차와 튤립이 네덜란드 것이 아니라고요?']


노멀 커피는 맛이 진하다.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이전 02화 네덜란드 사람들에 대한 가장 큰 오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