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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Feb 05. 2017

아이슬란드 공포의 폭포 투어

아빠로서의 본능을 마주한 순간


- 여정 -


Prologue

From 네덜란드 To 레이캬비크 (2박)

레이캬비크 To 골든 서클 (1박)

골든 서클 To 폭포 및 주상절리 투어 (1박)

폭포 및 주상절리 투어 To 트랙킹 및 요쿠살롱 빙하투어 (1박)

아이슬란드 To 네덜란드



"조심해!"


다급해서 소리친 나의 목소리는 떨렸다. 외마디 비명과도 같았다. 주변 사람들도 어찌할 바 모르고 안타깝게 우리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굴러오는 작은 돌멩이가 그리 위협적 일지는 몰랐다. 문제는 우리 뒤에서 굴러내려 온다는 것이었다. 내 뒤에는 아이들이 있는데. 나보다 뒤에 있던, 그러니까 좀 더 오르막에 있던 아이들에게 미친 듯이 달려갔다. 그리고는 점점 속도가 붙어 인정사정없이 돌진하는 돌들과 마주했다. 우리 쪽으로 오는 그것들을, 아이들 대신 맞을 요량이었다. 수많은 돌멩이와 더불어 아이들 머리 크기의 돌들도 굴러왔다. 몇 개는 손으로 쳐낼 수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대부분은 우리를 비껴갔다. 온몸에 힘이 빠졌다. 우리 모두 다친 데가 없었지만, 행여나 내가 조금이라도 늦어 아이들의 뒷 머리로 그 돌들이 습격을 했다고 생각하면 아직도 손이 떨린다.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굴포스를 본 전날을 뒤로하고, 나머지 몇 개의 폭포와 주상절리를 보기 위해 길을 나섰던 날. 첫 번째 목적지는 '셀랴란드스폭포(Seljalandsfoss)'였다. 높이는 60m 정도로 매우 높은 정도는 아닌 폭포다. 규모 또한 굴포스와 비할바 되지 않는다. 다만, 폭포 상부와 중간이 튀어나온 구조로, 아래쪽에서 폭포 줄기 뒤 공간으로 접근하여 볼 수 있어 유명한 곳이다.

문제는 폭포 옆으로 보이던 구릉지였다. 아이들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갑자기 그곳의 끝자락을 가리키며 올라가잔다. 차에서 내내 잠들었던 아이들의 몸이 찌뿌둥해서였을까. 운동삼아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갔다. 사실, 올라가는 길이 그리 위협적이진 않았다. 그런데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 높이와 경사도가 어느샌가 걱정이 될 정도로 가팔라져 있었다. 둘째 녀석은 무서워하면서도 거기서 바로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올라가는 상황. 마침내 올라간 곳에 아주 작은 동굴이 있었다. 그 동굴에서 우리는 땀을 식혔다. 아이들의 옷 사이사이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숨은 가빠져있었고, 얼굴을 벌렇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래도 어린 녀석들이 그곳에 함께 올라와 있다니, 한편으론 대견했고 조금은 키워놨구나라는 생각이 들긴 들었다.


입구 안내문 뒤로 셀랴란드스폭포가 보인다.
처음엔 만만하게, 중간은 꾸역꾸역, 끝은 죽기살기로 올라간 구릉지
구릉지의 꼭대기. 서늘한 바람이 땀을 식혀줬다.


이제는 내려가는 것이 문제.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 때문에 아이들이 혹시라도 미끄러져 굴러 떨어질까 내가 앞장을 섰다. 미끄럼 타듯이 내려가면 될 줄 알았는데, 흙과 돌들이 산발적으로 펼쳐져 있어 아이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길이었다. 중간쯤 왔을까, 갑자기 위에 있는 사람들이 소리쳤다. 반대편 능선에서 꼭대기 동굴의 위쪽으로 넘어오던 사람들이, 아래에 사람이 있는지 모르고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돌들을 발로 밀어내면서 넘어왔다. 뒤를 돌아보니 돌들이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달려갔던 것이다.

돌을 쳐내고, 비껴가는 돌들을 보며 내 머릿속에는 아이들만 가득했다. 내 뒤에 숨어있는 고사리 손의 그 녀석들은 많이 놀란듯했다. 주변 사람들도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봤으니, 정말 다급한 상황이었다. 순간, 아이들을 향해 튀어간 나의 모습에 나도 놀랐다. 숨어있던 능력치가 최대한 발휘된 기분. 아빠로서의 본능이 돌을 쳐내고 맞을 것을 불사한 존재로 나를 바꿔놨다. 무사히 내려온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보며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놀란 가슴은 시원한 폭포 소리로 달랬다. 다행히, 그 마음이 달래질만큼 폭포는 시원하고 박력 있었다. 뒤에서 바라보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가다 보니, 과연 비가 오듯이 물이 몰아쳤다. 미리 준비해 간 비옷을 입고 둘러 놓인 폭포 뒷길로 향했다. 앞에서만 보던 폭포를 뒤에서 보는 건 제법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를 바라보다 그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그나저나, 이 폭포는 뒤에서 볼 수 있어서가 아니라 하마터면 돌에 맞아 사고가 날 수도 있었던 폭포로, 우리에겐 기억될 것이다.


셀랴란드스폭포 전경
뒤에서 본 폭포는 매우 흥미로웠다. 소나기가 내리듯 물살이 몰아친다.
폭포 뒷편을 지나 옆으로 이동하며 바라본 폭포


캠핑장이 있는 자유로운 Skogafoss (스코가폭포)


셀랴란드스 폭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Skogafoss'가 있다. 규모나 높이가 앞의 그것보다는 크고 웅장하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니 커다란 공터가 있고 곳곳에 캠핑카나 텐트가 있다. 자연과 어우러진 사람들의 작디작은 거주지들이 자유롭게 보였다.

스코가폭포는 아래서 보는 웅장함과 위에서 보는 색다름이 즐거운 곳이다. 아래로 강하고 박력 있게 떨어지는 물줄기는 어느새 강을 만들어 더 큰 곳으로 흐르고 있었다. 물보라가 가득해지도록 물줄기가 떨어지는 사방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구조였다. 날씨가 좋으면 무지개가 언제든 보일만한 모양새였다. 물줄기와 맞닿은 그곳은 폭발하는 포효와 같지만, 그것이 흘러 내려가는 모습은 유유했다. 떨어지는 물줄기에 감탄하고, 흘러가는 모습에서 위로를 얻었다.

옆으로 놓여 있는 꽤 많은 계단을 올라가면 폭포의 상류에 다다른다. 폭포의 상류이자 전망대다. 드넓게 펼쳐진 아이슬란드를 전망하면 시야와 마음이 한없이 뚫리고 가벼워진다. 잠시 눈을 감고 숨을 들이켜면 자연의 어느 한 부분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스코가폭포 안내문
주차장에 내려 바라본 폭포
멀리서 찍었는데도 몰보라가 렌즈로 다가온다.
폭포 상류 언덕
아래로 그저 떨어지는 상류의 물
지평선 끝에 보이는 바다. 그리고 바다로 굽이굽이 흘러가는 폭포의 물줄기


시원하고 박력있는 폭포의 몸부림




주상절리를 가기 전 잠시 들른 숙소.

숙소에 딸린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그네를 탄다. 오후에 있었던 긴박했던 순간은 이미 잊었다. 지금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지금 타고 있는 그네의 높이다. 현실에 충실한 것이다. 내 머릿속에는 그 돌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걱정이 여전히 맴돌고 있었다. 걱정은 나의 몫이지만, 아이들은 그저 그네에 집중해지길 바라는 건 어쩌면 우리 부님께서 나에게 가졌던 그 마음과 다름없을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며 어른을 배워간다. 부모님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가족여행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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