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심리 에세이>
휴대폰을 포함한 전자 기기는 껐다 켰을 때 제 기능을 발휘하는 때가 있다.
장시간 켜두면 무리가 가거나, 기능이 저하되고 속도가 느려져 말 그대로 버벅거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렸을 적) 제대로 나오지 않는 TV는 옆을 툭툭 쳐주면 화면이 선명하게 나왔고, 요즘에야 속도가 좀 느려진다 싶으면 휴대폰을 껐다 켜기도 한다.
사람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껐다 켜야 할 때가 분명 있다. 그 기능의 버튼은 '잠'이다. 눈을 감아 잠에 이르는 건, 잠시 전원을 끈 것과 같다. '잠시 전원을 끈다는 것'과 '죽음'은 다른 이야기이니 오해하지 않는 게 좋다. 방전되어 배터리가 없는 휴대폰을 두고 우리는 명을 다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시 충전하면 된다. 그러니까, '잠'은 잠시 전원을 끄는 것과 동시에 충전하는 하나의 생존 행위라보면 좋다.
그래서 나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잘 궁리를 한다.
쪽잠을 자든, 엎드려 자든, 이동하는 차에서 자든. 가장 좋은 건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것이다. 한 번은 야근을 하다 새벽 5시에 퇴근한 적이 있다. 집에 도착해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난 건 약 40분 뒤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것 잠시 눈을 감았었다고 아침의 해가 새롭게 보였다. 내일의 해가 뜬다는 말은, 우리가 잠시 전원을 껐다 켰기 때문에 가능한 개념이다. 그렇지 않은가. 해는 오늘 지고 내일 뜨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계속 있는 존재이니까.
그것을 다르게 보는 건, 바로 우리 자신이다.
기계든 사람이든, 전원을 잠시 껐다 켜야 하는 건 환기를 위함이다.
충전하고, 다시 속도를 높이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하여, 나는 잠자리에 들 때 수면 시간에 상관없이 잠시 버튼을 눌러 모든 기능을 해제하는 상상을 한다. 또한, 자는 동안 마치 휴대폰이 무선 충전기에 놓인 것처럼, 침대 위에서 충전되는 나를 떠올린다.
잠시라도 전원을 끄고.
페르소나에 짓눌린 나를 잊어야.
다시 그 페르소나를 거뜬히 뒤집어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