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심리 에세이>
사회란 곳은 철저히 '판단'과 '평가'로 움직이는 곳이다.
태어나자마자 가족이라는 사회에 합류하게 되고 이어 유치원부터 직장, 사업체에 이르기까지 사회에서 발을 뺄 수 없는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판단'과 '평가'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계속해서 이어진다.
시험으로 평가받고, 그 결과로 판단받고. 다시 평가하고, 다시 판단하고. 주고받음 속에서 '갑'과 '을'이 탄생하고, 그 사이를 오가며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사회적 현상이 발발한다.
좀 더 축소하여 직장이란 집단으로 와보자.
계약은 사람이 하지만, 모든 평가와 판단은 숫자로 갈음난다. 물론, '정치'와 '인맥' 그리고 '운'이라는 형이상학적인 것들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사람이 사람을 보고 평가하고 판단할 때, 생각보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나는 셜록홈즈를 좋아했는데, 그는 넘겨 짚기의 달인이었다. 의뢰자나 범인의 물건과 행동, 옷깃에 있는 얼룩 하나로도 무언가를 미루어 짐작했고, 소설이라는 틀 안에서 그 모든 짐작은 정답이 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더더군다나, 직장에서 누군가를 평가하고 판단할 땐 별 근거 없이 결론을 내린다. '호불호'라고 하면 그 표현이 더 낫지 않을까.
판단을 한다는 건 그리 나쁜 일이 아니다.
생존을 위한 사람의 본능이며, 직장이라면 상대방이 내 편인지 아닌지, 나와 함께 일을 하게 되면 시너지가 날 지 아닌지를 가려야 하는 만큼, 분명 필요한 일이다.
심리학의 '초두효과', '후광효과' 그리고 '자기 준거 효과'가 이를 대변한다.
첫인상으로 모든 걸 갈음하거나, 상대방이 가진 배경을 바탕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거나, 나와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내 편인지 아닌지를 재빠르게 판단하는 것은 우리 자신도 모르게 몸에 베인 습관이다. 내가 생각한 것이 맞다는 '확증편향'과 틀린 것이 내 탓이 아니라는 '귀인오류'에 빠지면 사람 볼 줄 아는 능력이 쇠퇴하기도 한다.
문제는, 자신의 실수와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착각. 돌이켜 보니 나는 무던히도 많은 사라들을 판단하고 평가해 왔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말이다. 그러한 과정을 겪고 와보니, 맞는 것보다 틀린 것들이 더 많았음을 고백한다. 내 판단과 평가는 절대적이라 믿는데, 세상과 사람이 어찌 그러할까. 내 마음도 일 분 일초가 멀더하고 이리저리 바뀌는데, 상대적인 걸 절대적인 잣대로 판단하고 평가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고백해 보자.
사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건 오만과 자만이며, 그저 상대방을 긍정 또는 부정으로 갈음하는 건 아닌지. 사회에선, 상대방보다 나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하는 것이 더 우선일 때가 분명 있다.
누군가를 판단하고 평가하기 전.
바로 그 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