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남긴 단순함은, 세상을 많이 편하게 한다.
2017년 2월 16일,
미피의 눈물이 현실이 되었다.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캐릭터 미피. 정원 가꾸기가 취미인 아빠, 청소와 요리에 만능인 미피의 엄마가 있긴 하지만 왠지 고아가 된 느낌이다. 신문 1면에서 미피가 실제로 울게 되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었지만, 이별은 언제나 갑작스럽다. 향년 89세. 미피의 조물주인 딕 브루너가 미피를 이 세상에 남기고 떠났다.
언젠가 한 번 가야지 했던 미피 박물관. 토요일을 벼르던 차에, 그는 우리가 박물관을 방문하기 이틀 전에 미피를 울게 했다. 마침 도착한 그의 집 앞엔 미피가 꽃과 함께 서있었다. 미피의 표정 없는 얼굴에, 수만 가지 감정이 보인다. 어쩌면 그것이 미피의 매력일 것이다. 정면을 바라보는 얼굴은 언제라도 우리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고, 표정 없는 얼굴은 우리의 감정과 기분을 그대로 투영할 수가 있다. 누구나 그릴 수 있는 명확하고 단순한 선은 딕 브루너의 철학이다.
색도 한 컷에서 몇 가지 되지 않는다. 대신, 강렬한 원색의 조합이다. 요란하지 않고 시선을 끈다. 그리고 따뜻하다. 간결함과 깨끗함의 결정체다. 그로 인해 동화책으로 아이들을 섭렵하고, 어른들에겐 캐릭터로 자리 잡는다. 이 바쁜 세상, 잠시 쉬라는 간결함에 대한 '간결한' 메시지와 같다. 미피의 스토리마저도 복잡하거나 장황하지 않음은 이를 뒷받침한다.
미피 박물관은 위트레흐트 대성당 뒤편으로 15분 정도 걸아가면 나온다. 깔끔한 골목도로 한 편에 위치해 있다. 삐죽 나온 간판이 미피 형상을 하고 있어 누구라도 그곳이 미피와 딕 브루너의 집임을 알 수 있다. 오늘은 애도하는 꽃과 함께한 미피가 우리를 맞이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아주 어린아이들에게 맞추어진 눈높이에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이라도 미피가 튀어나올 것 같은 '하우스' 느낌의 박물관이 영 살갑다. 딕 브루너의 친필 사인이 담긴 간결한 미피 그림의 액자가 반 고흐나 렘브란트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가 남긴 건 미피만이 아닐 것이다.
단순함이 주는 휴식. 원색이 주는 따뜻함. 그리고 앞으로도 제 역할을 다하여 아이들에겐 꿈을 주고, 어른들에겐 위로가 될 스토리와 캐릭터를 남겼다. 그는 떠났지만 말이다. 어쩐지 위트레흐트의 하늘이 겨울과 봄의 사이에서 원색으로 푸르렀다. 공기는 차가웠지만 마음은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