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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르담 소설 속 문장들 #1

기억, 삶, 인생

by 스테르담
지구라는 행성에 당도(當到)한 건 아마도 다섯 살 때였던 것 같다.
그때부터 내 삶의 기억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X세대의 죽음, 스테르담>


사람들은 몇 살 때부터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심리학자인 프로이트는 6~8세 때부터라 했고, 현대 과학에 의거한 가설은 3세를 그 한계로 본다. '유아 기억상실증(Infantile Amnesia)'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무렵까지 장기 기억을 도와주는 뇌 부위가 완전하게 발달하지 못하는 것이 그 원인이다.


나의 기억은 다섯 살 때부터다.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 시기. 명확하지 않지만, 분명 내 삶의 어느 한 부분이었던.


환상이 아닌 것이, 이미 어머니로부터 검증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어머니도 같은 시기의 같은 기억을 가지고 계셨다. 대문 구석에 오줌을 누어 내가 혼났던 일이나, 50원짜리 동전을 대야 속 물에 넣어 놓고는 아무도 만지지 말라 해놓고 그것이 녹슬어 누가 내 동전을 바꾸어 놓았냐고 대성통곡했던 일들도.


친구 중 한 명이, 자신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기억이 난다고 했었는데... 사실일까?

어느 친구가 그랬던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P.S

태어나보니 우리 모두는 지구라는 곳에 도착해 있다.

우리가 다른 곳에서 눈을 떴을 수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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