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생기, 죽음
계절의 생기는 다시 돌아오지만, 사람의 그것은 영 그러하지 못하다.
<사람에 대하여, 스테르담>
우리는 대개 인생을 계절에 비유한다.
반대로, 계절을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생기'와 어울리는 계절은 봄과 여름이다. 가을은 생기보다는 차분함이고, 시련(?)이라는 겨울을 묵묵히 준비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봄의 생기는 태어남과 솟아남이며, 여름의 그것은 정점에 이르는 생기의 뜨거움이다.
그러다 생기가 영원하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며 가을로 접어들며, 마침내 겨울엔 생기를 잃게 되고 움츠린다.
하지만 움츠린 생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며 봄에 이르러 그 빛을 발한다.
사람은 그러하지 못하다.
오늘은 우리의 가장 젊은 날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가장 늙은 날이기도 하다. 생물학적으론 몸의 생기를 잃어 가고, 형이상학적으론 마음과 영혼의 생기를 잃어 간다.
잃어가는 생기를 받아들이는 게 인생인가 싶을 정도다.
인생과 계절을 서로 비유하곤 하지만, 이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계절은 돌고 돌아 반복되지만, 인생은 직진이자 직선이다.
갑자기, 지금 내 인생의 계절은 어디쯤일까를 돌이킨다.
봄은 분명 아닐 테고. 여름이라 주장할 수도 없고. 가을과 겨울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진 않고.
그저, 남아 있는 생기라도 잘 돌봐야지... 란 생각으로 묵묵히 하루를 받아들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