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소설 속 문장들 #12

빠름, 멀리, 인생

by 스테르담
빨리 가려는 건 타인과의 싸움이지만, 멀리 가려는 건 자신과의 싸움이다.

<어느 X세대의 죽음, 스테르담>


아버지를 일찍 여읜 나에게 남은 건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생계를 위해 모두 나가 있는 집에서 홀로 할 수 있었던 건 왜 사느냐에 대한 답을 찾는 것뿐이었다.


삶엔 조급함이 있다.

누군가 나를 앞서 간다거나, 내가 멈춰 있단 생각이 들 때. 조급함은 기어이 그 고개를 든다.


나는 늘 나와의 싸움에서 패배했다.

높은 목표를 잡거나, 패배를 직감하고 목표 자체를 잡지 않는 어설픈 완벽주의로 인함이었다.


빨리 가는 건 어쩌면 더 쉬운 일일는지 모른다.

아주 잠시라도 누군가를 제칠 수 있으니까. 한 명이라도 그보다 먼저 나아가면 되니까.


그러나 멀리 가는 건 다른 이야기다.

그건 자신과의 싸움이며, 왜 나 자신과 싸워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멀리 가기 위함이다.


빨리 가는 것과 멀리 가는 것, 무엇이 더 중요할까라는 질문엔 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대개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하라는 질문의 답은 둘 다이니까.


그럼에도 하나를 고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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