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음을 담아 찍은 사진. 찍은 사진 속에 담긴 마음.
풍차마을이란 내게는 손님들을 모시고 가는, 그러니까 자주 가는 일종의 '코스'다.
4계절 내내 이곳을 방문하지만, 그럼에도 지겹지가 않다. 풍차 마을이라고 풍차가 몇 백대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여백의 미를 채우는 단 몇 대의 풍차가 이곳을 '풍차 마을'로 규정한다. 풍차의 힘이다. 그리 화려하지도, 또 아름다움을 위해서 만든 그것이 아니라 물을 퍼내고 곡식을 빻기 위한 도구. 그럼에도 이것이 펼쳐진 어느 땅에 놓이면 주변의 분위기를 통째로 바꾸는 힘. 다시 말해 '매력'을 한가득 발산한다.
여기에도 소소한 변화들이 생긴다.
손님들을 모시고 가는 첫 번째는 나막신 (클롬펀) 박물관이다. 실제로 이 나막신을 만드는 것을 시연하기도 하고, 박물관과 다양한 기념품들이 즐비하다. 볼거리가 참 많다. 직접 신어본 나막신의 편안함에 살짝 놀라기도 하고, 현대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클롬펀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음 코스는 치즈 공장이다. 치즈를 쇼핑할 수 있는 상점과 연결된 이곳에서는 치즈의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 시식용 치즈가 허기를 달랠 정도로 인심이 후하다. 오랜만에 가니 매장 전체 레이아웃이 바뀌어 있었다. 예전에는 벽을 등지고 시식코너가 있었는데, 이제는 가운데 둥그런 bar 모양의 형태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kissing dolls'가 사라졌다. 그래서 바뀐 레이아웃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 이러한 소소한 변화라니, 이곳도 평화롭게 보이지만 좀 더 나은 무언가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하는구나 싶다.
풍차 마을 가는 날의 날씨는 중요하지 않다. 맑은 날은 선명하고 밝아서 좋고,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은 그 어느 때보다 풍차가 빨리 돌아서 좋다. 네덜란드의 풍차는 윗 머리를 바람의 방향에 따라 바꿀 수 있다. 그래서 갈 때마다 풍차의 날개가 바라보는 방향이 바뀌어 있는데, 자주 가는 내게는 그것이 작은 즐거움이다.
이제 주재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아마도 이곳은 나에게 추억이 될 것이다. 그래도, 자주 왔기 때문에 개중에 좀 더 선명한 추억으로 말이다. 그래서 이곳을 가면, 처음 온 손님들과 같이 여기저기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이별 전의 아쉬움이, 이별할 때의 아쉬움보다 더 클 때가 있다.
그 마음을 담아 찍은 사진. 찍은 사진 속에 담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