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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16. 2017

슬로우 오슬로 퀵퀵

다시 겨울로 오슬로


- 여정 -


1. 암스테르담 To 노르웨이 오슬로 (2박)


2. 오슬로 To 베르겐 (넛셸투어/ 1박)

*넛셸투어

- 오슬로 (Oslo) To 뮈르달 (Myrdal)_ 기차

- 뮈르달 (Myrdal) To 플램 (Flam)_ 산악기차

- 플램 (Flam) To 구드방겐 피요르드 (Gudvangen Fjord)_ 크루즈

- 구두방겐 (Gudvangen) To 보스 (Voss)_ 버스

- 보스 (Voss) To 베르겐 (Bergen)_ 기차


3. 베르겐 To 암스테르담



빨리, 어서!

여행이란 정신없는 일상을 벗어나 조금은 천천히 가려는 몸부림인데, 아이들에겐 결국 이렇게 퀵! 퀵! 을 외쳐대고 있다. 가족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늘 그렇다. 물론, 그 분주함이 싫진 않다. 어찌 되었건 그것은 가족여행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나가야 하는 시간에 닥쳐 아이들의 호기심은 더욱더 왕성해진다. 평소에는 거들떠도 안 보던 장난감이나 사물에 온 정신을 쏟는다. 그러니 양말을 신고 점퍼를 입히기 까지는 몇 단계의 종용이 필요하다. 아, 그러고 보니 그것은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학교에 가는 아이들을 챙기는 와이프의 모습과 상황이 딱 그와 같다. 그래, 가족 여행은 매일매일 일어나는구나.

장기 주차장에서 Schiphol로 향하는 버스 안. 여행으로 한 껏 부푼 사람들의 들뜬 마음과 함께 버스는 움직인다.


여행의 시작은 걱정으로부터

비행기표를 싸게 구하기 위해, 갈 수 있을지 모르는 여행 일정을 오래전부터 짜 놓았던 이번 여행이다. 다행히 큰 변수가 생기지 않아 여행을 가게 되었지만, 바쁜 업무로 인해 혹시 못 가게 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은 계속되어 왔었다. 출발 하루 이틀 전에야 막상 확정이 되고 나니, 이번엔 그간 준비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도착해서 호텔까지는 어떻게 가야 하는지, 그곳의 환율은 어떤지, 가져가야 할 음식과 현지에서 먹을 음식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어야 할지. 또 유명한 곳은 어딘지, 혹시라도 힘들게 간 그곳에서 멋진 어느 곳을 놓치고 오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지. 하지만 이러한 걱정 또한 그리 싫지가 않다. 어쩌면 그게 여행의 묘미 일지 모른다. 일상에서 하던 걱정과 근심과는 다른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사람은 어차피 걱정하는 동물이다. 그러니, 그동안 파묻혀 있던 걱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걱정을 하는 것으로 환기를 하게 된다. 이런 걱정이라면 웬만하면 웰컴이다.

도착해서 첫 걱정과 근심. 호텔까지는 어떻게 갈 것인가.
오슬로 시내를 박물관과 함께 돌아다닐 수 있는 패스. 그리고 호텔로 가는 구간 연장권. 자, 이제 걱정 하나 덜고.


여행이 특별한 걸까? 아니, 우리가 특별한 거지

여행지의 그곳이 특별해서 우리가 가는 것 같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다. 우리의 발걸음이, 상기된 표정이, 호기심 가득하고 새로움에 동화된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로 말이다. 그곳은 그저 일상이지만, 우리가 관광객이 되어 찾아감으로써 활기가 생긴다. 물론, 방문함으로써 얻는 추억은 방문한 그곳과의 Give and Take다. 그곳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우리에게, 그곳은 우리에게 '추억'이란 걸 선사하니. 가족과 함께 간 그곳은 더 그렇다. 우리가 그곳을 좀 더 특별하게, 그리고 그곳은 우리의 추억을 좀 더 아름답게. 세상만사 그렇게 주고받는 거겠지.

공항에서 호텔이 있는 시티센터로 가는 기차. 눈발이 날린다. 굳이 봄에서 겨울로 다시 왔다. 오슬로가 그런 곳이라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다시 겨울로 오슬로

네덜란드는 귀에 걸면 북유럽, 코에 걸면 서유럽이다. 북유럽 오슬로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분위기는 그래서 큰 차이가 없었다. 공항의 간판이나 분위기가 스키폴 공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아직도 알싸한 공기의 향과 매서운 바람은 마치 네덜란드에서 우리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같이 여행을 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 첫인상도 그리 강렬하지 않았다. 많이 높다고 정평이난 물가도 암스테르담과 도긴개긴이었다.

그래서 자칫 실망할뻔한 그것을, 오슬로에서 느낀 '낯섦'이 씻어주었다. 그렇다고 그 '낯섦'이 대단한 반전을 주거나, 위대한 무언가를 발견한 것에서 온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일상을 벗어나 어느 다른 곳에 와 있구나...라는 그 소소한 느낌. 그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봄을 지나 다시 겨울로. 오슬로는 그렇게 아직 '봄'을 허하지 않았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꽃샘추위'와는 차원이 다른 정말 겨울 그대로의 추위였다. 손이 시렸다. 준비하느라고 준비한 패딩 속을 춥고 습한 바람이 마꾸 비집고 들어왔다. 머리까지 시리다는 느낌이 들었을 즈음엔, 그제야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머리에 털모자를 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다시 겨울로 오슬로.

여행 하는 사람들인지, 일상의 사람들인지. 언제나 늘, 그 움직임은 분주하다.


공항에서 시티센터까지는 두 정거장. 시간에 맞추어 올바른 기차에 올라탔다는 안도감도 잠시. 한 정거장을 가서는 기차는 멈춰 섰다. 연신 셀카를 찍던 옆 좌석의 한 청년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 한다. 영어가 서툰지 자신의 손바닥에 알파벳으로 O.S.L.O를 적고는 반대편 선로를 가리킨다. 아, 갈아타라는 이야기구나. 청년은 일어서 다리가 불편했는지 절룩거리며 제 갈길을 갔다. 잠시 멍했던 우리도 주위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는 모습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열차를 갈아탔다.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도 여행이다. 잠시 마음을 놓으려고 온 거지만.

 



여정이란 추억

아침에 분주히 준비를 하다 녀석들은 유리로 된 장난감을 깨뜨렸다. 비행기 시간에 맞추어 나가야 하는 시점에 벌어진 일이라 솔직히 기분이 많이 상했지만, 다치지는 않았는지 아이들을 다독였다. 실수로 한 것에 대해서는 크게 혼내지 않겠다고 약속한 아이들과의 그것도 한 몫했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첫째 녀석이 내가 티켓 관련 문의를 하는 틈을 타, 공항 안전바에 매달리다 그것이 뒤로 넘어가 크게 다칠뻔했다. 다행히 지나가던 사람들이 녀석을 잡아주었다. 정말이지, 그 사람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오늘 오슬로가 아닌 병원에서 녀석의 머리 상태를 걱정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가족여행을 돌아보면 그러한 여정이 많이 떠오른다. 유명한 곳에서 사진을 찍고, 맛난 것을 먹는 것도 웬만하면 기억이 나지만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가족들과의 여정이다. 오늘의 크고 작은 사건과 녀석들의 아웅다웅함은 그렇게 또 하나의 여정이 되고, 추억이 될 것이다. 오슬로에 도착해 수많은 걸음걸이로 이 도시를 헤집고 다녔지만 결국 머릿속에 남는 강렬한 기억은 녀석들로 인해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 큰 줄 알았더니 아직은 멀었다는 헛웃음들이다.


내일 하루 더 오슬로에서, 녀석들은 어떤 추억을 안겨줄까.


첫인상. 중앙역에 내려 본. 아 춥다. 다시 겨울로.
중앙역 광장을 지키는 듯한 호랑이 조각상. 금방이라도 어슬렁일 것 같은 모습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냥 공사장에 있었으면 주목 받지 못할 존재 하나는, 오페라 하우스와 바다를 등에 지고는 사람들 줄을 서게 만든다.
노벨 평화상 시상이 열리는 오슬로 시청사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외줄타기 놀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봤다하면 한번은, 아니 그 이상으로 시도한다. 안타깝게도 이 날 성공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
국립극장. 그리고 등 뒤로는 국회의사당. 마침내 지는 해와 더 추워진 공기. 이제는 아이들과 호텔로.


걷는 시간과 거리가 상당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언제나 신났다 지쳤다를 반복한다. 사탕이나 과자로 달래도 20분을 채 넘기지 못한다. 하긴, 나와 와이프도 다리가 지끈지끈하니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까. 아이들은 언제 집에 가냐며 투정을 하다, 아 '집' 말고 '호텔'이라고 말한다. 그럴 때면 나는 세뇌교육에 돌입한다.


얘들아, 호텔보다 좋은 곳이 어디지? "집이요!"

그럼 집보다 좋은 건? "가족이요!"

그래, 맞아. 그리고 우리 가족이 있는 곳이 바로 집이야.

오늘 하루, 엄마랑 아빠랑 많이 씩씩하게 걸어줘서 고마워.

자, '호텔' 아니, '집'에 가서 푹 쉬자! 내일의 우리 여행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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