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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18. 2017

상처와 위로의 공존 '오슬로'

추위를 주고 따뜻함을 주고. 병 주고 약 주는 오슬로.


- 여정 -


1. 암스테르담 To 노르웨이 오슬로 (2박)


2. 오슬로 To 베르겐 (넛셸투어/ 1박)

*넛셸투어

- 오슬로 (Oslo) To 뮈르달 (Myrdal)_ 기차

- 뮈르달 (Myrdal) To 플램 (Flam)_ 산악기차

- 플램 (Flam) To 구드방겐 피요르드 (Gudvangen Fjord)_ 크루즈

- 구두방겐 (Gudvangen) To 보스 (Voss)_ 버스

- 보스 (Voss) To 베르겐 (Bergen)_ 기차


3. 베르겐 To 암스테르담


네덜란드는 요즈음 날씨가 물에 올랐다.

튤립은 이미 피어 큐켄호프는 한 달 전에 시작되었고, 집 작은 뒷마당에도 작년에 심어놓은 구근이 또다시 결실을 맺었다. 즉, 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네가 생각하는 봄은 분명 아니다. 매서운 바람과 차가운 공기, 그리고 쨍쨍하다 갑자기 내리는 우박을 보면 봄이라도 안심하면 안 되겠구나를 상기시킨다. 어찌 되었건 이러한 마당에 발길을 옮긴 오슬로는 우리를 다시 겨울로 옮겨 놓았다. 오슬로의 하늘을 해를 내어 주어지만 바람과 기온은 겨울을 고수했다. 오페라 하우스에 올라섰을 땐, 마치 어느 높은 산을 올라가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오슬로의 경관이나 도시 구색 자체가 뛰어나 그러한 것을 모두 보상하고도 남을 정도도 아니었다. 귀에 걸면 북유럽, 코에 걸면 서유럽인 네덜란드는 그 두 가지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북유럽의 간소함과 서유럽의 깔끔함, 게다가 네덜란드 고유의 자유와 낭만이 도처에 널려 있어 나의 마음을 훔치려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긴 하다.

노르웨이로 향했던 날 아침에 찍은 작은 뒷마당의 튤립


오슬로 둘째 날의 마무리는 따뜻함으로

날씨가 추워 계속해서 옷깃을 여미는 가족들. 나 또한 더 두꺼운 패딩을 가져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네덜란드의 봄에 그만 방심한 것이다. 작년에 이맘때쯤 오슬로를 방문한 지인의 조언도 한 몫했다. 하필이면 그때가 이상기온이었으니, 지인은 나에게 그리 두껍게 입을 필요 없다고 한 것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온종일을 박물관과 왕궁, 그리고 오슬로 시내를 휘저은 우리의 온몸은 얼어있었다. 중간중간에 따뜻한 커피와 차로 몸을 달래기는 했지만 날씨 자체를 부정할 순 없었다. 두개골이 지끈지끈한 느낌. 자꾸, 네덜란드의 봄이 생각났다.

결국, 우리는 따뜻함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부활절 전날이라 많은 상점들이 문을 일찍 닫은 터였지만, 중앙역 근처 유리창 너머로 사람들이 따뜻하게 무언가를 들이켜는 것을 본 기억을 떠올렸다. 북해의 말린 북어가 그 앞에 빼곡하여 더더욱 잊을 수 없었던 곳.

노르웨이 오슬로의 물가는 비싸기로 소문났지만 암스테르담의 그것과 비교하면 용인할 수 있는 수준. 돈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가족의 따뜻함이 먼저였다. 생선 수프 두 개. 피시 앤 칩스 하나. 해산물 플레이트 하나. 아, 그리고 와이프를 위한 맥주 한 잔. 아마, 수프 안에는 '게 눈'이 들어갔었을 것이다. '게 눈 감추듯' 사라졌으니까. 네덜란드에서 자라서 그런지 아이들은 감자튀김에도 큰 위로를 받았다. 허기를 달래고 따뜻함이 채워진다고 본능적으로 알았을까. 감자튀김을 향한 손길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분주했다.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를 갔을 때 그랬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예상과는 달랐던 부분과 고래투어의 실망감을 씻어준 건 블루라군이었다. 그래서 그것의 제목이 '상처와 위로의 공존'이었을 정도. (이번에도 그 제목을 안 써먹을 수가 없다.) 생각해보니 그곳도 추위를 주고 따뜻함을 준, '병 주고 약 주고'의 전형이었던 것이다. 

'약'을 조금은 비싼 값을 치르고 얻긴 했지만, 이내 따뜻해진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안도했다. 어느새 두 녀석의 볼들은 분홍빛이 되어 열을 내고 있었다. 영문도 모른 채 여기저기를 다녔던 아이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최대한 어디를 왜 가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려고는 하지만, 아이들이 힘들다고 할 땐 그저 일단 따라오라고 윽박을 지르던 스스로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저 그렇게 힘을 내어 따라주는 가족들이 좋다.

감사할 따름이다. 가족여행이 좋은 이유다.


말린 북어의 향연?
 실내는 단출하다. 바에 둘러앉은 사람들. 우리는 높은 원탁에 자리 잡아 따뜻함을 기다린다.
따뜻함을 준 그대
식당 앞 광장의 멈춰진 분수대는 아직도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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