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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29. 2017

'Gouda(고다)'치즈를 왜 '하우다'치즈라 부를까?

네덜란드 치즈 이야기. 이 글을 읽고 나면 '하우다'치즈라 부르자!

올 것이 왔다.


이번엔 치즈 이야기다. 네덜란드 하면 떠오르는 풍차와 튤립 말고도 유명한 것은 더 있다. 그리고 가지각색이다. 네덜란드는 연간 약 6억 5천 킬로그램 (톤으로는 65만)의 치즈를 생산한다. 이 중, 3분의 2를 수출하는 세계 최대 치즈 수출국 중 하나다. 인구가 약 1천7백만 명인데, 그렇게 수출하고 남은 약 2억 킬로그램이 넘는 치즈를 먹어 치운다. 네덜란드 국민 1인당 소비하는 치즈는 17kg이다. 소비량으보면 그리스와 프랑스, 이태리 뒤를 이어 세계에서 4번째다. 참고로, 한국사람이 소비하는 연간 인당 김치 소비량은 28kg 수준이다. 농촌 경제 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전후 36kg였고 식습관 변화로 소비량이 줄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보니 우리가 김치를 정말 많이 먹긴 많이 먹는다!)


'Gouda'의 이름은 '하우다'다. 우리가 '고다'로 알고 있는.


네덜란드 말을 배우기가 어려운 건, 순전히 'G'발음 때문이다. 이 'G'발음은 특유의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ㅋ'과 'ㅎ'중간 발음 또는 두 개를 합친 발음이 난다. 그러니 'G'가 하나라도 들어간 단어가 있다면 듣기를 포기해야 한다. 오죽하면, 독일 사람들의 말을 네덜란드 친구들은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다고 하지만, 독일 인들은 네덜란드 사람들의 말을 전혀 못 알아듣는다고 한다. 

'하우다'치즈의 이름을 설명하려다 말이 길어졌는데, 굳이 따지면 'ㅋ하우다'라고 읽는 것이 맞다. 편의상 '하우다'라고 읽거나 영어 발음인 '고다'치즈로 불린다. 우리에겐 '고다'치즈가 더 익숙하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난다면 '하우다'라고 말하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네덜란드를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된 것이니.

풍차 마을 안에 있는 작은 치즈 제조장. Shop과 연결되어 마음껏 시식하며 치즈를 구매할 수 있다.


'하우다'치즈는 2012년 세계 치즈 경연 대회에서 당당히 1위에 선정되었다. 크림이 풍부하여 부드럽고 과일향이 나는 단맛이 바로 '하우다'치즈의 매력이다. 네덜란드는 'Edam(에담)' 치즈도 유명한데, '에담'이나 '하우다'나 치즈를 생산하는 지역의 이름을 딴 것으로 치즈의 유형은 크게 차이가 없다. 굳이 구분을 짓자면, 에담치즈는 고다치즈보다 지방 함유량이 적어 좀 더 순한 느낌이고 짠맛을 가지고 있어 와인과 즐기기에 좋다. 흔히들 만화영화에 많이 등장하는, '톰과 제리'의 '제리'가 맛나게 먹는 구멍 송송 뚫린 치즈를 떠올리지만, 이는 스위스의 '에멘탈'치즈로, 네덜란드 치즈에는 이 'Cheese Hole'이 별로 없다.


'하우다'치즈의 또 다른 매력은 그 모양에 있다. 운송하는 과정에서 외부의 습기 및 충격을 견딜 수 있게 왁스로 코팅을 하는데, 코팅의 색에 따라 숙성 정도를 구분하기도 한다. 더불어, 모양이 커다란 바퀴 모양으로 둥글고 납작하다. 무게는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크기의 그것이 약 11kg 정도 나간다. 

노란색은 보통 18개월을 전후한 '단기숙성'을 나타내며 치즈 특유의 탄력이 남아있고 적당히 짭짤하며 고소한 맛이 나 와인이나 식사에 곁들이기 좋다. 동시에 입가심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검은색은 하드코어다. 장기 숙성을 표현한 짙은 원색은 그 맛을 짐작케 하는데, 코를 찌르는 강한 향이 나고 알갱이째 부스러질 정도로 푸석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부담 없이 선호하는 타입은 '훈제 처리'를 한 '하우다'치즈로, 햄이나 베이컨 같은 고기 향이 나고 껍질은 갈색의 그것을 그대로 먹는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많이 수입되어 손쉽게 구할 수 있다.


Wheel 하나의 무게는 11~12kg 정도. 단기 숙성의 노란색, 장기숙성 검은색의 가격이 다르다.


네덜란드 치즈, 어떻게 즐겨야 할까?


우선 네덜란드에서 치즈를 사 한국으로 가져가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다만, 낙농제품의 경우 제재를 당할 수 있는데, 실제로 한국 출장 시 큰 짐에 치즈 어느 정도를 넣었다가 가방에 멜로디(?)가 나오는 노란 자물쇠가 채워져 나온 적이 있다. 내가 네덜란드에서 왔다는 것을 안 검역원이 "이거 치즈죠? 5kg까지는 괜찮아요"라며 바로 자물쇠를 풀어주었다.

네덜란드에서 치즈를 접하기는 어렵지 않다. 곳곳에 치즈 전문 상점이 있고, 풍차마을에 가도 치즈 제조장과 함께 있는 치즈 Shop이 있다. (여기는 마음껏 시식도 가능하다.)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서는 네덜란드 마트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이때 수많은 치즈를 보면 압도당하기 일쑤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어떤 종류의 것이 어떤 맛을 낼지 도통 모르겠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소시지 모양의 훈제 하우다 치즈는 어떤 걸 골라도 대부분 우리네 입맛에 맞다. 하지만 숙성 정도에 확연히 다른 치즈들을 무턱대고 고르기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데, 괜한 마음고생보다는 간단한 몇 가지를 알고 가는 것이 훨씬 낫다.


다양한 치즈를 맞이했을 때 당황하지 말고, 세 가지 단어와 숫자에 집중한다. 정 안되면 시식으로 해결!


첫째, 세 단어를 숙지한다.

'Jong', 'Belegen', 'Oud'가 그것이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왼쪽은 더치, 오른쪽은 영어) 숙성의 단계를 말한다. 'Jong'은 영어의 'Young', 'Oud'는 영어의 'Old'를 말한다. 어릴수록 연하고 부드럽고 생치즈의 맛에 가까운 반면, 나이가 들수록 그 반대의 성향과 함께 꼬릿 꼬릿함의 정도가 올라간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거나, 모르겠다면 'Jong', 'Belegen', 'Oud'를 하나씩 구매해 직접 맛을 보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시식이 가능한 곳도 많으니 직접 먹어보고 살 수도 있다.


둘째, 숫자와 친해진다.

치즈에 +표시와 함께 적혀 있는 숫자는 지방 함량을 말한다. 하지만, 그 숫자가 지방 함량을 그대로 표현하진 않는다. 보통 치즈는 아래 표와 같이 수분 약 40%, 고체 내용물이 약 60% 전후로 이루어졌는데 표지에 쓰여 있는 지방 함유량 숫자는 고체 내용물 안에 있는 그것을 말한다. 즉, 아래 표에서 맨 왼쪽이 포장지에 쓰여 있는 숫자이고, 실제 지방 함유량은 맨 오른쪽 숫자다.



네덜란드는 날씨가 좋지 않기로 유명하다. 조금이라도 비가 오는 것을 감안한 강수 일수가 연간 300일에 달하니 땅은 언제나 촉촉함에 젖어있다. 한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드물어 소가 먹을 푸르른 잔디가 만연하다. 비옥한 토양과 푸르른 목초지가 바로 질 좋은 우유와 치즈를 만드는 젖소들을 행복하게 한다. 네덜란드 치즈의 역사는 기원전 2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중세 시대에는 대량생산을 하고 교역이 활발해지며 지금의 낙농강국의 면모를 다지기 시작했다.


풍차와 튤립이 자기 것이 아니었지만, 누구의 것보다 더 네덜란드스러운 것으로 만든 사람들에게 있어, 어쩌면 치즈는 네덜란드의 자존심과 도 같다. 그저 그렇게 자신만의 생활 방식에 따라 살아왔을 뿐인데, 이것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자신만의 색깔이 될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자 행복이다. 물론, 네덜란드 사람들은 이것을 잘 안다. 그래서 작은 나라지만 치즈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수출하고, 네 번째로 많이 먹는다. 치즈의 색과 그 무게가 그저 가볍게 여겨지지 않는 이유다.


하우다를 방문하면 광장 입구부터 치즈가게가 있다. 역시나.
하우다 치즈 계량소
하우다 마크트 광장과 시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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