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생일. 그러나 온 국민의 축제.
참고 글
네덜란드 왕의 날에 왜 유독 벼룩시장이 활발한지 그 유래가 분명하진 않지만, 국가에서는 왕의 날에 누구든, 어떠한 물건을 팔고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ING 은행이 추산한 통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사람 5명 중 1명이 이 벼룩시장에서 판매를 하고 평균 100유로를 번다고 한다. 총매출액은 약 3억 유로에 달하고, 네덜란드 사람 절반 정도가 이 벼룩시장을 이용한다.
누군가를 좋은 길로 이끌었을 갖가지 신발.
누군가와 추억을 같이 했을 수많은 장난감.
누군가의 주말 오후를 느긋하게 만들었을 레코드 판.
누군가와 오손도손 식사를 함께 했을 촛대와 식기 세트.
누군가를 사랑하며 자신을 장식했던 팔찌와 목걸이.
나와 있는 모든 것들은 이제는 그들에게 필요 없을 것이지만, 누군가에겐 또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는 것들. 막상 판매가 되어 자신의 장난감을, 신발을, 레코드 판을 떠나보내는 주인의 눈빛은 왕의 날을 즐기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자 매력이다.
올해는 유독 재능 투자 형태의 판매자가 많이 보인다. 분장을 하고 움직이지 않는 동상 아트. 음악에 맞춘 아이들의 발레, 비보잉, 그룹 댄스. 악기 연주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전시한 아이와 어른들. 햇살이 나고 비가 잠시 오고, 구름이 빠르게 지나가도 파는 사람과 구경하는 인파의 호기심을 꺾진 못한다. 어렸을 적부터 그렇게 끊임없이 봐왔던 이러한 풍경들이 마치 세상 처음 보는 것마냥 하루를 즐기는 사람들. 그렇게 왕의 생일에는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