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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05. 2017

네덜란드는 범죄로부터 안전한 곳일까?

네덜란드와 한국의 범죄율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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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범죄율은 어때요?


기습 질문이었다. 이제 막, 네덜란드는 알려진 대로 마약과 성매매가 만연한 곳이 아니라 눈 앞에 펼쳐진 목초지에서 소와 양이 풀을 뜯고, 오리가 곳곳의 운하에 유유히 다니는 참으로 평화로운 나라라고 후배에게 설명하던 차였다. 출장 온 후배가 오가다 본 이미지가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다고 했고, 이에 나는 열심히 그간 살아오며 느낀 바를 신나게 설명해주다 받은 질문이었다.


그... 글쎄. 이렇게 평화롭게 사니까,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는 범죄율이 낮지 않을까?
동네에도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이 자연스레 펼쳐진다.


네덜란드는 성매매, 도박, 마리화나가 합법이라는 것에서 사람들은 강한 프레임을 얻게 된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도시인 암스테르담은 더 그렇다. 홍등가가 위치해있고, 소프트 드러그를 할 수 있는 커피숍이 널려 있으며, 도박장도 그 네온사인을 환하게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 글: "암스테르담 홍등가의 밤은 어느 누구의 낮보다 아름답다")

하지만 살면서 바라본 네덜란드 사람들의 삶은 그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삶의 곳곳에는 목초지가 널려져 있고, 탁 트인 평야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그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어느 한 곳의 모습이 아니라 나라 전체가 그러하다. 즉, 시골이라서 목초지가 있고 양이 풀을 뜯는 것이 아니라 온 나라가 그렇고 곳곳에 도시가 있는 모양새다. 어린이들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태워주는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다니고, 운하에 보트를 띄워 신선놀음하듯 흘러간다. 사람들은 정겹고 활기차고, 어디서나 통하는 영어나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인종차별의 정도를 볼 때, '범죄'라는 단어가 이 나라에 참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 생각은 물론, 여전하다.


잠시 아래의 신문 기사를 읽어보자.

네덜란드, 범죄율 하락에 교도소 추가 폐쇄 


송고 시간 | 2016/03/22 16:48(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네덜란드가 범죄율이 하락하면서 교도소에 빈방이 남아돌자 몇 년 안에 교도소 5곳을 추가로 폐쇄하기로 했다.

- 중략 -

또 강력 범죄도 줄어들고 있는 데다 법원이 내리는 형기도 짧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는 범죄율이 하락하면서 지난해에도 8개의 교도소를 폐쇄한 바 있다. 

- 중략 -

네덜란드 당국은 자국민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근 남는 교도소 감방을 이웃 나라에 빌려주기도 했다. 교도소가 가득 찬 노르웨이는 지난해에만 242명의 수감자를 네덜란드 교도소로 보냈고, 벨기에 수감자 500여 명도 네덜란드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과연,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 기사가 말해주고 있었다. 감방이 남아돌아 다른 나라의 범죄자에게 세를 놓는다니. 과연 네덜란드 사람들의 '실용적'사고가 엿보이는 대목이자, 범죄가 그리 많지 않다는 반증이었다. 아마, 아무것도 몰랐던 사람이 네덜란드를 방문하여 조금만 돌아보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것이다.

(물론, 감방이 남아돈다는 건 범죄율이 낮거나, 아니면 감옥과 감방이 인구 대비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차차 알아보기로 하자.)


좋게 말하면 실용적이면서 경제적이고, 좀 나쁘게 말하면 약삭빠른 네덜란드 친구들이 남아도는 감옥을 그대로 둘리 없다. 다른 나라에 감방을 세 놓는 것 외에도, 감옥을 '호텔'로 개조했다. 과연 네덜란드 사람 답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 

범죄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지역이나 나라의 사건 사고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지 못하기에 내가 모르고 지나치는 것들도 분명 있다. 더불어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매치기 (이태리나 스페인보다는 현저하게 그 빈도수가 낮다.), 그리고 차를 털거나 휴가 간 동안 집을 터는 범죄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많이 봐왔다. 

네덜란드에서 수년을 산 분도 암스테르담에서 지갑을 도난당했고, 주재원 동료는 잠시 마트를 갔던 사이 집에 있던 보석류를 털리기도 했다. 어느 날은, 네덜란드 회사 동료로부터 아침에 갑자기 늦을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자신의 차 유리를 깨고 누군가 내비게이션과 핸들에 있는 에어백을 떼어 갔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몇 달 전에는 출장자 네 명이 차에 노트북 가방을 두고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밥을 먹고 돌아와 노트북 네 대가 그대로 분실된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3~4년 전 폭스바겐 파사트 차량의 내비게이션은 떼어가기가 좋게 설계되어 있어서, 온 나라의 도둑들은 폭스바겐 파사트 차량의 내비게이션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하도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지니, 아예 폭스겐은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 버전으로, 차에서 내릴 때 내비게이션을 뗄 수 있는 버전을 출시하기도 했다. 도둑맞은 파사트의 내비게이션은 주로 블랙마켓에서 암거래되거나 일부는 '왕의 날' 벼룩시장에 버젓이 나와 팔리기도 했다. 이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동이나 아프리카, 동유럽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네덜란드와 한국의 범죄율을 비교해보면 어떨까?


Nationmaster.com이라는 곳을 가보면 이것을 흥미롭게 비교해볼 수 있다. 거기에 살면서 느낀 것을 담아 해석을 해보면, 좀 더 의미 있는 비교가 될 것이다. 아래는 사이트를 참고하여 직접 정리한 내용으로, 이것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설명해보고자 한다. (1976년부터 2014년까지 누적 수치 기준)


먼저 법적으로 범죄가 적용되는 나이는 네덜란드와 한국 모두 12세로 같다. 경찰의 수는 인구 10만 명 당 0.9명으로 이것도 한국과 같다. 감옥의 수를 보면 네덜란드가 70개, 한국이 42개로 네덜란드가 67%나 많다. 네덜란드의 인구수가 1,700만 명으로 한국의 절반이 안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감옥수가 훨씬 더 많아 보인다. 인구 백만 명 당 감옥 수도 네덜란드가 4.33개로 한국보다 5배나 많다. 그러니, 앞서 본 기사와 같이 범죄율이 낮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차치하고도 왜 감방이 남아도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인구 10만 명 당 교도관의 수도 네덜란드가 한국보다 3배가 많으니, 일자리를 걱정하고 감방을 다른 나라 죄수에게 빌려 준다는 것이 바로 이해된다. 감옥에 감금되어 있는 사람의 수를 보면 우리나라가 약 5만 9천 명으로 네덜란드보다 3배가 많아 보이지만, 인구수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인구 천 명당 율로 보면 큰 차이가 없다. 




일반적인 범죄 현황을 들여다보자. ('율'과 '건 수'를 잘 구분해야 한다.)

전체 범죄 건 수는 한국이 1백54만 건으로 세계에서 11위, 네덜란드보다 약 8% 많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절대적인 숫자고, 천 명을 기준으로 하면 놀랍게도 네덜란드가 한국 대비 3배 이상 범죄율이 많다. (네덜란드 9위, 한국 30위) 폭행률이나 강도 건수도 한국 대비 각각 10배, 8배 높다. 청소년 범죄 건수 또한 한국보다 73% 높고, 기물파손 죄는 한국보다 3배나 많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범죄', 즉 살인이나 강간 등으로 한 번 더 들어가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선, 살인율이 인구 10만 명을 기준으로 할 때 네덜란드의 두 배가 넘고, 강간율은 47% 더 높다. 도둑이나 도난 건수도 한국이 세계 80위로 네덜란드보다 14등 수가 앞서고, 54% 더 높다. 사기의 경우 건 수로 보거나, 인구 천 명당으로 봐도 각각 6배와 88% 높다.

즉, 전체적인 범죄'율'은 네덜란드가 높지만, 중범죄로 가면 갈수록 한국의 '건 수'와 '율'이 높다.


중범죄 관련해서 좀 더 들어가 보면, 100가구 당 총기 보유수를 제외하고, '의도적 살인율', '인구 10만 명 당 살인 건수', '백만 명 당 성범죄 수'가 모두 네덜란드보다 높다.




나름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와, 소프트 드러그가 합법인 '약물 관련 범죄'를 살펴보자. 대마 사용률을 보면 네덜란드는 5.4%로 세계 6위이자, 한국보다 18배 많다. 한국도 전혀 없을 것 같지만 0.3%로 세계 11위 순위에 올라 있다. 좀 더 센 마약 보급률은 네덜란드가 0.3%, 한국이 0.2%로 크게 차이가 없다. 다만, 한국도 0.2%나 있고 그 순위가 세계 11위라는 것이 놀랍기만하다. 마약과 관련된 범죄율은 역시 네덜라드가 압도적이다. 10만 명 당 범죄 건수가 약 1만 3천 건으로, 한국보다 1281배가 많다. 세계 순위는 각각 17위와 57위다.




마지막으로 설문을 통한 범죄 인식률 자료를 보자. (2011년 2월 ~ 2014년까지 실시된 설문으로 약 125개국 각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전체 범죄 수준에 대한 질문에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대답이 한국보다 스스로 더 심각하다는 생각을 보여주었다. 이는 전체 범죄율이 한국보다 높은 수치와 일치한다. 인종이나 종교를 이유로 공격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갑자기 공격받거나 강도를 만나고, 모욕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의 정도도 한국보다 높았다. 그리고 앞서 예를 들었던 차량 도난이나, 차량 내 물품에 대한 도난, 주거 침입에 대한 불안의 정도도 네덜란드가 높았다. 

그리고 역시나 부정부패, 뇌물 등에 대한 심각성은 한국이 높았다. 네덜란드보다 61%나 높았는데, 설문이라서 그렇지 실제 부패율을 보면 네덜란드는 설문 결과보다 낮고, 한국은 설문 결과보다 훨씬 높을 것임이 분명하다.


재미있는 또 하나의 결과는 밤이나 낮에 혼자 걸을 때 두려움을 느끼는 정도가 있는데, 이는 한국이 밤의 경우 세계 2위, 낮의 경우 7위로 상위권에 있었다. 즉, 그만큼 안전하다는 이야기다. 네덜란드는 밤과 낮의 경우 각각 세계 30위, 39위로 한국보다 한참 뒤졌다.

물론, 네덜란드는 혼자 다녀도 그리 위험한 나라는 아니지만 대중교통이 한국보다 잘 되어 있지 않고, 또한 밤이면 암스테르담을 제외하곤 거의 전 도시가 불을 끄니, 이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혼자 다닐 일이 없는 상황에 대한 질문이어서 다소 높아 보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네덜란드는 안전한 곳일까?


이것에 대한 대답은 매우 상대적이다.

네덜란드를 방문했다가 노트북을 털렸던 출장자나, 소매치기를 당한 사람. 그리고 집을 털렸던 주재원 동료. 운 없게 인종차별의 좋지 않은 경험을 가졌던 사람들에게서는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기 어느 오지의 아프리카나 테러가 일어나는 중동의 일부 도시에 비해서는 분명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네덜란드가 한국보다 안전하냐는 물음에는 분명히 대답을 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까지는 한국이나 네덜란드에서 큰 일을 당해보지 않은 터라, 둘 다 고만고만하다는 생각뿐이다. 물론, 수치로 볼 때 어쩌면 네덜란드가 더 안전해 보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주위에 널려진 평화로운 그림과 같은 네덜란드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동화책에나 나올법한 이곳에서 '범죄'란 단어는 매우 낯설다는 것을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이불 밖은 언제나 위험한 법. 통계와 수치는 어디까지나 나에게 일어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반반의 확률이다. 그러니, 집을 나섰다면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 


범죄율은 참고만 하되, 내 안전은 내가 지켜야 한다.

이것은, 한국에 있든 네덜란드에 있든 저기 오지 어느 나라에 있든 유념해야 할 각 개인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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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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