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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29. 2017

다시 찾은 벨기에 브뤼헤 Part 2.

브뤼헤의 선명한 오전과 오후


- 여정 -


암스테르담 To 벨기에 브뤼헤 (265km, 1박)

벨기에 브뤼헤 To 프랑스 옹플레흐 (385km)

프랑스 옹플레흐 To 프랑스 몽셸미셸 (227km, 1박)

프랑스 몽셸미셸 To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 (359km, 1박)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 To 암스테르담 (516km)



정말 비가 오지 않았다.


몇 번을 와도 마치 함께 여행을 온 동행자마냥 따라다니던 비였는데 말이다. 어제저녁 도착한 저녁에도 그랬지만, 다행히 그다음 날인 오늘도 하늘은 선명했다. 호텔 앞에 세워 두었던 차를 오전 8시 전에는 옮겨놔야 한다고 해서 아침 일찍 서둘렀다. 주변 주차장 빈자리를 찾아 주차를 하고, 주차 정산기에 오후 1시까지 예약을 해두었다. 아쉽지만, 오후에는 옹플레흐로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아침이 분주했던 건 주차 때문만은 아니었다. 휴가를 낸 날이었지만, 한국에서 급히 컨퍼런스콜을 요청한 것이다. 한국 시간 오후 4시, 벨기에 시간 오전 9시. 다행히 들고 다니던 인터넷 전화기로 한국에 연결하여 다자간 회의를 실시했다. 그동안 와이프와 두 녀석들은 호텔 조식을 먹고,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회의는 1시간가량 진행되었다. 호텔 방에 덩그러니 홀로 남아 회의를 해야 했지만, 그래도 가족들과 함께 온 여행이라는 것이 마냥 좋았다. 그리고 올 때마다 오던 비가 오지 않아서.

회의를 마치고 나온 나를 첫째녀석이 반겨주려 달려온다.


브뤼헤의 구도는 아름답다.


13세기에도 사람들은 이 도시를 지으며, 21세기에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때 구도가 잘 나오도록 고민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는 스쳐 지나가면서 보거나, 그저 아무 곳에 사진을 들이대도 만들어지는 이 멋진 풍경을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물론, 유럽의 많은 도시들도 그렇다. 저 멀리 수렴되는 어느 한 곳의 소실점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모습의 장소가 나온다. 그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좌우로 나를 안내하는 오래된 건물들을 따라가다 만나는 탁 트인 곳의 높은 구조물들은 눈과 가슴을 확 트이게 만든다.

골목 사이로 보이는 첨탑은 언제봐도 좋다.



벨기에의 상징


함께 일하는 벨기에 친구들은 자조 섞인 농담을 하곤 한다. "벨기에는 맥주와 초콜릿이 유명하지. 다 몸에 안 좋은 것들!"하며 웃는 모습이 친근하다. 또 하나 유명한 벨기에의 그것은 바로 와플이다. 쫀득하고 달달한 그 식감이, 왜 벨기에가 와플의 원조인지를 말해준다. 브뤼헤에는 그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와플 스틱'을 파는 곳이 있다. 별거 아니고 생각보다 비싸다는 생각을 할 때쯤, 이미 늦어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이미 이 와플 스틱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간절한 눈빛을 하는 녀석들의 애원을 모른척할 수가 없었다. 스틱 하나에 4유로라는 비싼 값을 지불했지만,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이들의 미소를 얻었다. 물론, 좀 많이 걷더라도 불평하지 말라는 조건이 달린 와플 스틱이었다.

형형색색의 와플 스틱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당긴다.
와플스틱 상점 건너편 또다른 와플 상점.

비장한 구름이 몰려왔다.


이제 막 마르크트 광장 입구로 들어섰을 때는 구름이 몰려들었다. 낯설지가 않은 그 분위기는 올 때마다 비가 왔던 그때를 떠올리게 했다. 올 것이 왔구나. 어젯밤 9시에 둘러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오전의 마르크트 광장은 어두웠다. 하지만, 어쩐지 그득한 구름과 브뤼헤의 높은 종탑이 제법 잘 어울렸다. 광장 한가운데 있는 얀 브레델과 피테르 드 코니크의 동상도, 그들이 프랑스에서 독립을 쟁취하던 비장함을 구름이 한껏 수식하는 것 같았다.

광장 한가운데 얀브레델과 피테르 드 코니크 동상
브뤼헤의 종탑은 언제나 멋스럽다.
종탑의 뒷편


브뤼헤 종탑의 뒤편으로 가면 작은 공터가 나온다. 그곳에서 바라본 종탑의 뒷모습은 앞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고는 화장실에 들르거나 잠시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 공터를 지나고 나면 다양한 상점들이 즐비하다. 대부분은 초콜릿과 맥주 상점이지만, 디자인을 강조하는 갖가지 집기 상점들도 있다.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사주는 동안 와이프는 다양한 주전자를 파는 곳으로 향했다. 초콜릿 삼매경에 빠진 녀석들을 뒤로하고 잠시 들어가 본 그곳엔 갖가지 모양의 주전자가 저마다의 색과 모양을 뽐내고 있었다. 독특한 것은 400유로가 넘는 가격으로 팔리고 있었다. 독특함으로 보면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고 보였다. 물론, 구매는 하지 않았다.


구름, 햇살, 오픈 마켓


즐비한 상점을 좀 지나면, 어김없이 물이 나온다. 한 때 바다의 퇴적 작용으로 인해 물길이 막혔던 브뤼헤. 다시 그 물줄기를 들여와 도시가 활성화되었으니, 물은 사람 몸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도시에도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느껴지는 활력은 어느새 사람들의 표정에 웃음 한가득으로 나타난다. 구름이 점차 많아지긴 했지만, 사이사이로 햇살이 비추어 브뤼헤의 그 활력을 저해하지 않았다. 마침 열린 오픈 마켓도 브뤼헤의 구석구석을 걷는 우리에게 보람을 안겨 주었다. 개인의 물품부터, 중세시대로부터 왔을법한 많은 물건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이사이의 운하. 그리고 떠다니는 배. 이제 막 출발 하려는 관광객들의 얼굴엔 웃음 한가득이다.
브뤼헤 어느 거리의 오픈 마켓
누군가 손수 만든 조각상들.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들이다.
맥주를 잔에 넣고 파는 줄 알았는데, 양초였다는 사실.
그림과 현실의 배경이 서로 어색하지가 않다. 어떤 것이 그림이고, 어떤 것이 현실일까.
뒤를 돌아보니, 아이들은 알아서 쇼핑 중이다.


너희들의 소원은?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교회와 자주 마주친다.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성행했던 종교의 힘은 그리 대단했던 것이다. 모든 것의 중심지에는 어김없이 교회가 있었다. 아니, 교회를 중심으로 모든 것들이 모여들었던 것이다. 어느 교회든, 안으로 들어가면 숙연해진다. 사람들을 숙연하게 만들기 위해 교회의 위용은 그렇게도 웅장하다. 신의 그것을 전달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초라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오히려 예술로 승화된 것이다. 작은 돈이지만, 녀석들에게는 클지 모르는 돈을 지불하고 아이들은 초하나씩을 집어 들어 불을 붙인다. 기도를 하는 모습 속에 소원이 무엇이었는지는 묻지 않았다. 그 나이에 맞이하는 고민을 굳이 내가 알아내어, 이래라저래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더 많은 장난감을 원하는 기도였음에 틀림이 없었겠지만.

걷다가 마주한 교회. 안으로 들어가면 어김 없이 성화와 오르간. 그리고 촛불이 있다.
녀석들의 소원이 대충은 짐작이 간다. 그리고 얼마나 간절할지를.
교회 안에서 바라본 바깥세상. 저 문은 어떠한 경계를 상징하는 것일까.
교회에서 나와 걷는 브뤼헤의 구석구석. 어디를 가도 좋다. 구름도 많이 걷혔다.


결국 비는 내렸다.


교회를 나와 다시 광장으로 발을 돌렸다. 유럽의 길은 아무리 복잡해 보여도, 한 두 번만 걸으면 익숙해진다. 구획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또는, 길을 잃었으면 무조건 광장으로 가면 된다. 

조금 있으면 브뤼헤를 뒤로하고 프랑스 옹플레흐로 가야 할 시간이었기에, 우리는 허기를 좀 채우기로 했다. 특히, 아침 원격 회의로 아침을 거른 나는 배가 고팠다. 광장 뒤편에 자리를 잡고 먹은 홍합요리.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스파게티가 시원한 바람과 함께 힘을 북돋웠다. 그리고는 차에 올라 출발하던 찰나. 결국 브뤼헤에 비는 내렸다. 그 양이 상당하여 앞 창문의 와이퍼는 쉴새가 없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남아 있던 여행하는 사람들이 걱정되었다. 우리가 비를 몰고 온 것인가 미안하기도 했고. 어쨌거나 비가 와도 아름다운 그곳. 브뤼헤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기에, 사람들은 그럼에도 행복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설마, 옹플레흐까지 비가 오고 있진 않겠지... 를 생각하며 운전대를 꽉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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