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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31. 2017

다시 찾은 프랑스 옹플레흐

유서 깊은 예술의 도시. 우리에겐 맛있는 에클레어의 도시.


- 여정 -


암스테르담 To 벨기에 브뤼헤 (265km, 1박)

벨기에 브뤼헤 To 프랑스 옹플레흐 (385km)

프랑스 옹플레흐 To 프랑스 몽셸미셸 (227km, 1박)

프랑스 몽셸미셸 To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 (359km, 1박)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 To 암스테르담 (516km)



벨기에 브뤼헤 마르크트 광장을 출발한 지 약 4시간 후


그즈음에 우리는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국도로 접어들었다. 15년 2월에 노르망디 3대 절경(에트르타, 옹플레흐, 몽셸미셸)이라 하여 정신없이 들렀던 그때가 떠올랐다. 봄이라고 하기에는 이른 그즈음의 노르망디는 네덜란드의 날씨와 별반 다르지 않았었다. 추적한 비와 으슬으슬한 한기가 아직도 기억나는 이유다. 브뤼헤를 떠날 때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치던 비는 다행히 우리를 따라오지 않았다. 대신, 2년 전의 날씨를 사과라도 하듯이 환한 햇살과 기분 좋은 기온으로 옹플레흐는 우리를 맞이했다. 마침, 프랑스의 전승기념일이었기 때문에 도시 초입에서도 어떤 활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주차장 입구에 이르니 그때의 기억이 선명했다. 몇 번이라도 온 사람들처럼 익숙하게 주차장에 들어서니, 반가움마저 몰려왔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니, 이전엔 보이지 않던 관람차가 저 멀리 보였다. 아이들은 벌써 기대가 한가득이다. 관람차는 그렇게, 사람들을 한껏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것이 어디에 있던 지간에.

주차장에 내리니 저멀리 관람차가 보였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들뜨게 하는 매력이다.


프랑스는 전승기념일이었기 때문에 무언가로 분주했다. 아직 시작은 안 했지만, 항구 어느 쪽은 이미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들고 있었다. 무엇을 하려는지는 감이 오지 않았지만, 아직 무언가 시작되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그래서 우리는 관람차로 발길을 옮겼다. 옹플레흐의 정수리를 볼 수 있다니. 옹플레흐가 참 많은 선물을 준비했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준비했다.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하기도.
햇살, 날씨, 관람차 그리고 도시의 정수리. 많은 선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옹플레흐는 인구 9천 명의 작은 항구 마을. 크기 때문인지, 독보적인 개성 때문인지 노르망디의 '진주'로 불린다. 몽셸미셸과 더불어 노르망디 라인에서는 미쉐린 스타를 가장 많이 받은 명소다. 2년 전에 왔을 때와는 달리 위에서도 바라보니 옹플레흐는 더욱더 아름다웠다. '진주'라는 수식어가 모자랄 만큼. 

옹플레흐의 정수리. 가지런하진 않지만, 정겨운 모습이다.
행사가 열리는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에서 몽셸미셸로 가는 길이라면 옹플레흐를 지나쳐야 하지만, 옹플레흐를 기어코 다시 온 건 어쩌면 에끌레어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신없이 들렀던 2년 전이었지만, 그때 맛본 옹플레흐의 에끌레어가 아주 선명하게 머리와 가슴, 그리고 미각에 남아 있었다. 와이프는 그 후에도 몇 번을 이 에끌레어가 먹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심지어 가격까지 저렴했었기 때문에, 와이프는 그때 몇 개를 더 살걸...이라는 즐거운 후회를 하곤 했다. 와이프의 마음을 알기에, 옹플레흐를 다시 찾았을 때 와이프의 입꼬리가 이미 올라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관람차를 내리자마자 간 곳이 바로 그 에끌레어 상점. 다행히도 여전히 굳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놀라운 건 아직도 같은 가격이라는 것. 에끌레어 하나에 1유로라니. 바로 옆 같은 옹플레흐내 빵집들도 2유로가 넘는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데 말이다. 와이프의 오랜 숙원을 풀어주기 위해 진열대에 있는 에끌레어 모두를 포장하고, 여기에 몇 가지 다른 종류의 빵을 얹었다. 연세가 지긋하다 못해 다음번에 언젠가 방문하면 다시 이 분을 만날 수 있을까란 생각을 들게 하는 인심 좋아 보이는 할머니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익숙한 듯 그것들을 담아 우리 가족에게 건넸다.

어느 골목에 있는 에끌레어 상점. 맛과 가격이 그대로라 놀라웠다. 소소하지만 강렬한 맛과 추억.


에끌레어 꾸러미를 들고 골목을 조금 벗어나면, 작은 마을의 작은 상징과 같은 회전목마가 보인다. 클래식한 느낌의 이 회전목마는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주요 고객은 눈망울이 똘망똘망한 아이들이지만, 곳곳에 연인 티를 내는 어른들도 몇몇 목마에 올라 동심을 발휘한다. 안 그래도 차에 있을 때 녀석들에게 옹플레흐에서 회전목마 탄 것을 기억하는지 안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이제는 저희들이 탈 것은 아니라고 해 그저 웃었더랬다. 결과는? 내리 3번을 탄 두 아이의 얼굴엔 즐거움이 한가득했다. 

회전목마에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옹플레흐의 전형적인 모습이 보인다. 정박해 있는 배들과 물가를 따라 쭉 지어져 있는 오밀조밀한 집들. 그리고 그 집들의 1층은 식당으로 변모하여 수많은 관광객을 맞이한다. 그곳을 바라보며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아 에끌레어 꾸러미를 열어 맛있게 즐겼다. 바닥에 걸터앉아 옹플레흐 마을을 바라보며 먹는 그것의 풍미는 역시나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푸른 하늘, 돌아가는 회전목마, 저기 보이는 관광객들의 왁자지껄함을 우리는 에끌레어에 얹어 한 입, 두 입 즐겼다.

회전 목마는 그 때 그대로 계속 돌아가며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정박한 배들. 작은 항구. 줄지어진 집들이 좁고 높아 네덜란드의 그것들 같아 친숙하다.
회전목마는 탈 나이가 아니라더니, 아이들은 들떠 내리 3번을 탔다.
줄지어진 집들의 1층은 역시나 식당들로 가득차 있다. 사람들의 북적거림이 오히려 좋은 곳.


본격적으로 시내로 들어서면 갖가지 매력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 오래된 것, 세련된 것, 소박한 것까지. 옹플레흐도 골목골목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이 나올지 모를 정도로 좁고 여기저리로 이어져있다. 

골목과 하늘이 잘 어울린다.
지나가다 맞이한 작은 분수 우물이 정겹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 물을 뿜어내고 있었을까.


완만한 경사의 골목을 지나면 생카트린 교회를 만나게 된다. 사실, 나는 에끌레어보다는 이 교회를 다시 보기를 더 바랐다. 프랑스에서 몇 안 되는 목조 교회이면서, 그 규모가 가장 큰. 크기야 아무래도 좋았지만, 그때 들렀던 느낌이 남달라 다시 와보고 싶었다. 커다란 돌덩이 안으로 들어가는 여느 다른 교회들과는 다르게, 뭔가 포근하다는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느껴지는 공기와 고요한 소리가 정말 독특하다.

종탑이 별채로 지어진 것도 기억에 남았었다. 목조 건물이기에 번개로 인한 화재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함이다. 작은 별채의 종탑 아래는 현재 화장실로 사용되고 있다. 어떻게 이것을 화장실로 사용할 수 있느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제 몸을 낮게 하여 사람을 섬기려 한 그 숭고함이 십자가의 그것과 잘 어울린다.

교회는 두 동으로 나뉘어져 있다. 종탑이 별채다.
교회 내부도 나무로 되어 있어 느낌이 남다르다.
저마다의 소원이 담긴 간절함들. 우리 아이들의 간절함도 담겨 있다.
교회의 느낌을 잘 살려주는 외벽.
화장실로 쓰이고 있지만, 어쩐지 더 숭고해 보인다.
골목골목에서 만나는 소소하지만 세련된 것들. 옹플레흐의 매력이자 색깔이다.


다시 항구 쪽으로 와보니, 사람들의 탄성이 왁자지껄하다. 처음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있어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겨우 빈틈을 타 들어가 보니, 저기 저 멀리서 다이빙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뱃머리에 달린 뾰족한 봉까지 뛰어가 다이빙을 하는 것으로, 30분 동안 지켜봤지만 누구 하나 성공하지 못했다. 호기롭게 뛰어가다 봉의 중간까지 우스꽝스러운 종종걸음으로 균형을 맞추다가는 떨어지기 일쑤. 사람들은 몇 시간이고 이것을 보며 웃고 떠든 것이었다. 아마, 전승기념일에 벌어지는 연중행사일 것이다.

다이빙 대회를 뒤로 하고 모퉁이를 돌아 잠시 '에릭 사티'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2년 전에 왔을 땐 이것이 있는지 몰랐다. 아이들 잘 때 틀어주는 음악 중에서도, 짐노페디를 가장 좋아했으니 녀석들도 반가웠으리라. 안타깝게도 시간이 늦어 들어가진 못했지만, 입구의 테이블에 앉아 짐노페디를 감상하며 앉아 있었다. 에릭 사티의 집이어서, 곳곳의 스피커에서는 짐노페디가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릭 사티의 집을 나서 다시 주차장으로 가는 길. 다이빙 대회가 끝나고 저마다의 발걸음으로 옹플레흐의 이곳저곳은 분주했다. 항구마을이어서 그런지, 다리를 들어 올려 배를 지나가게 하고 사람들은 이것을 즐겁게 바라봤다. 네덜란드에서 흔한 풍경을, 옹플레흐에서 보니 새로웠다. 


그러고보니, 옹플레흐가 준비한 많은 것을 우리 가족은 만끽했다. 아니면, 옹플레흐는 원래 그런 곳인데 우리가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즐긴 것일 수도.


다음 목적지인 몽셸미셸로 향하며, 그렇게 우리는 옹플레흐와 멀어졌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왔을 그때에 여전히 인심 좋은 할머니의 에끌레어를 맛볼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이빙 대회를 열심히, 몇시간째고 보는 사람들.
안타까움과 될 것 같은 사람에 대한 환호성이 계속 터져나온다.
에릭 사티 하우스.
입구 테이블에 앉아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짐노페디를 들으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골목골목 매력이 차고 넘친다.
돌아가느라 분주한, 저마다의 발걸음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찾은 벨기에 브뤼헤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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