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사람 공부가 필요하다 #10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일까?
도저히 알 수가 없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성격이 좋고 나쁘고는 개인의 기준에 따라 멋대로 단언하기 쉽지만, 대체 어디서 저런 성격이 형성되었는지 알 도리가 없다. 성격의 형성 과정은 너무나 복잡하고,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적인 셀 수 없는 자극과 변수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자신을 한 번 보자. 내 성격은 어떠하며, 왜 이러한 성격이 형성되었는지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프로이트 조차도 스스로의 성격을 100% 규명하진 못했고, 이 지구상 어느 누구도 아직까지 그 업적을 달성한 사람은 없다.
그래서 학자들은 물론, 보통 사람들도 자문한다. 성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유전적 기질'인지 아니면 '환경의 영향'인지를. 허무하지만 정답이 아닌 지금까지 밝혀진 가장 근접한 답을 말하자면 '둘 다'다. 물론, 현대에 접어들어 많은 심리학 실험들이 행해지면서 '유전적 기질'보다는 환경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긴 하다. 하지만 현대의 과학이 '유전적 기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완벽하게 규명하거나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환경의 영향'에 다수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담론은 '감정'의 연구에서도 들여다봤었다. '감정'이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 들여다봤던 왓슨의 공포조건 실험을 보면, 후천적 (환경 요인) 요소로 조건부여에 성공했지만 그것을 되돌려 놓지 못한 것에 발목을 잡혔다. 그러니 어느 하나가 주된 요인이라기보다는, '둘 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재로선 맞다.
그럼에도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규명하기 위해 실험을 거듭하고 사례를 분석했다.
유전자 기질이 거의 비슷한 일란성쌍둥이와 동일하지 않은 이란성쌍둥이를 봤을 때, 상대적으로 일란성쌍둥이가 성격성의 공통점이 많다는 점을 주목했다.
20세기 초에 인도 어느 지방의 산속에서 발견된 두 여자아이의 사례도 인상적이다. 당시 언니는 여덟 살이었고, 동생은 두 살이었는데 둘 모두 늑대처럼 네발로 기어 다니고 늑대 울음소리를 냈다. 발견된 후 영국에서 수년 동안 교육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자매는 적응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또 한 사례는 18세기 말에 야생에서 발견된 열두 살의 소년이다. 프랑스 남부지방에서 발견된 이 소년은 그저 동물과 다름없었다. 사람의 문명에 관한 것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의자 하나만 놓으면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도 활용하지 못했다. 그 소년은 그저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은 욕구만 가지고 있었다. 이 소년을 양육하며 관찰한 의사 이타르는 이 소년의 지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꼭 필요한 환경에 대해서만 지능이 발달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사람이라고 해서 정해진 방향으로 발달하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발전될 수 있다는 발견이었다. 하지만 이 소년이 나체로 발견되었을 때는 추위를 못 느끼다가, 옷을 입히는 버릇을 들이고 나니 추위를 느꼈다는 것을 보면 또다시 환경이 바뀌면 발달 성향도 바뀌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일란성쌍둥이 사례를 보면 유전적 기질이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만약 둘을 따로 떼어 놓아 다른 환경에서 키웠다고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야생에서 발견된 아이들의 사례를 보면 환경적인 요인이 성격발달을 주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임계기가 지난 시점에서는 다시 그들을 사람사회로 끌어오지 못했다는 점에서 맹점이 있다. 그러니 '유전자적 기질'과 '환경적 요인'은 성격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논할 때 서로 보완되어야 하는 조건이다.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에는 '교육과 문화'도 있다.
요즘은 세상이 많이 바뀌어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남자라서 울면 안 되고, 여자라서 활동적이면 안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이야기는, 그러한 시대가 있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단 몇십 년 전만 해도 남자의 성격은 무조건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자답고 조신해야 한다는 교육이 팽배했다. 이에 남자는 로봇을 가지고 놀고 여자는 예쁜 인형을 가지고 놀아야 한다는 문화가 암묵적으로 형성되었다. 남자아이가 인형을 가지고 놀거나, 여자아이가 로봇을 가지고 놀면 불호령이 떨어질 정도였다.
최근엔 여성 사회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직장에도 여성의 비율이 높아졌다. 이미 우리의 교육과 문화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으니, 직장 내에서 사람들의 성격을 관찰하고 가늠할 때 이것을 유념해야 한다.
동양 사람은 문화적으로 스킨십의 빈도가 서양인에 비해 적다. 서양의 경우는 포옹이나 볼을 맞대는 인사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동양인들끼리는 그러한 모습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물론, 최근에는 해외에서 공부한 사람이 많고, 글로벌 오피스가 증가 추세라 완화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도 동양인끼리는 그러한 스킨십이 낯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술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특히 우리네 직장에서는 술을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본다. 술 한잔 먹고 나면 동성끼리도 부둥켜안고 얼싸안는다. 삽시간에 형과 아우가 되며, 언니 동생이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동양의 보수적이고 경계적인 성격이, 술로 인해 봉인해제되는 것이다. 실제로, 사무실에서는 얌전했던 사람이 술만 들어가면 눈이 반짝여지면서 성격이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 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다시 조신한 모습으로 전날의 일을 낯설어하지만, 그 사람의 음주 후 '성격'은 이미 모든 사람에게 알려진 뒤다.
이러한 현상을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의 버렌드 교수는 '알-커뮤니케이션(Al-communication)이라고 명명하였다. 취했기 때문에 잠시 자신의 성격이나 기질을 잊고, 술의 힘으로 지금까지 억압된 감정과 성격을 표출한다는 것이다. 사실, 굳이 이러한 이론을 들이밀지 않아도 이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술이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지 말이다.
통제의 방향성이 '성격'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직장 내에서 중요한 보고가 잘 되지 않았을 때 어떤 사람은 최선을 다하지 못한 자신을 탓한다. 반대로 다른 사람은 같은 팀원이 최선을 다 안 했다거나 그 날 일진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전자의 사람을 '내부통제형'이라 하고, 후자의 사람을 '외부통제형'이라 한다. '내부 통제형'의 사람은 자신에게 엄격하다. 반대로 '외부 통제형'은 자신에게 관대하다. 직장 내에서 흔히 사람들을 힘들게 하거나, 존경받지 못하는 유형의 사람이 어떤 쪽인지는 쉽사리 알 수 있을 것이다. 주로 술자리에서 험담의 안주가 되는 쪽은 '외부 통제형'의 사람이다. 하지만 안심하면 안 된다. 나는 '외부 통제형'이 아니란 법이 없다. 성격이 원래 그럴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외부 통제형'으로 변하기도 한다. 직장이란 그렇게 험난하고 다이내믹한 곳이다.
결국, 성격은 유전적 기질과 환경적 영향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성격심리학을 바탕으로 나와 주위를 둘러보자. 자신의 성격을 차분히 곱씹어보자. 나는 어떤 성격인지. 어떠한 영향을 받아왔고, 어렸을 때부터 나는 어떤 기질을 가지고 있었는지. 부모나 형제와의 관계, 또 친구와는 어떠했는지. 그리고 또 직장 생활을 하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나는 어떤 성격으로 평판이 나 있는지 등.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성격의 사람을 보며, 마냥 싫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대화나 관찰을 통해 무엇에 영향을 받은 건지, 어떠한 배경이 있었는지를 이해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