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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17. 2017

성격발달과 직장인의 상관관계

Part 2. 사람 공부가 필요하다 #11

계속해서 '성격'에 대해 이야기하며 달리고 있다.

잠시 쉬어가고 싶지만, '성격'이란 게 너무나 중요해서 중간에 중단하고 싶지가 않다. 어쩌면 이것도 내 '성격'이겠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런 성격을 가지게 되었는가? 자, 이렇게 해보는 것이다. 정말로 내가 왜 이런 성격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심각하게 혼자 고민해볼 테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각자 자신에 대해 수시로 나는 왜 이런 성격을 가졌을까, 왜 이렇게 행동하고 있을까를 보자.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다시 프로이트로 돌아가 복습을 해보자. 대표적인 성격발달 이론을 주창한 프로이트의 심리적 발달 단계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장복기, 성기기)는 '욕구'가 집중되는 곳에 따라 구분 지어졌다. 그리고 단계별로 욕구가 억압되면 성격 형성에 장애가 생긴다고 보았다. 어떠한 욕구도 100% 채워질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운명이라면, 프로이트의 이론에 의해 우리 모든 사람들은 성격에 어느 정도 장애가 있다고 봐야 한다. 당장 직장에 있는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보자. 어느 하나 온전히, 완벽하게 정상인 사람이 있는가? 물론, 성격에 장애를 일으키는 요소는 직장이라서 더 많고 강하긴 하지만 말이다.

프로이트의 이론이 지대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그것만큼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경우에라도 적용하면 말이 되는 그 이론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것일 수도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프로이트의 이론은 너무나 범용적이기에 누구나 (소위 말해) 지껄여도 들어맞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설명되지 않는 것은 모두 '무의식'적인 것으로 대체하면 되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겐 어렸을 때 성적인 학대나 구강기 때 욕구불만이 발생하여 그것에 고착되었다고 단정 지어 버리는 식이다. 물론, 프로이트는 그러하지 않았다. 자세한 근거와 심도 있는 연구로 위대한 이론을 갈고닦았으니 오해는 없도록 하자.


프로이트의 이론을 받아들이긴 하지만, 그 이론 안에서 성적 욕구가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고 사회적 관계에 따른 성격의 형성 등과 같은 개념을 도입한 사람이 바로 '에릭슨'이다. 에릭슨은 인간의 성격 발달 과정을 8단계(프로이트는 5단계)로 구분하여 전 생애에 걸쳐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프로이트의 성기기를 청년기로 바꾸고, 성년기의 세 가지 단계를 추가했다. 그리고 그는 각 단계마다 개인에게 심리적 과제가 다가오며 이에 대응한 결과에 따라 성격이 형성된다고 보았다. 에릭슨은 또한 인간에게 있어 '이드(id)의 역할'보다 '자아의 역할'을 중시했다. 때문에 에릭슨은 자아 심리학의 주창자로도 알려져 있는데, 어린이가 사는 환경은 성장과 조정에 결정적이고, 자기 인식과 자아 정체성의 원천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성격에 대한 이론은 관점에 따라 구분이 되기도 했다. 특성 이론, 행동인지적 접근, 정신역동적 접근, 인본주의적 접근, 사회문화적 접근 등이 그것이다. 이 이론들을 모두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 다만, 이러한 관점들을 요약해 보자면, 성격의 특성을 결정짓는 요소를 발굴하고 외적 환경의 작용과 무의식 그리고 주관적인 경험과 사회적인 환경에 적응하며 발달하는 것이 성격이라는 각각의 관점을 대변한다.


성격의 관점이나 이론이 어찌 되었건, 현대 심리학에서 범용적으로 사용하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가 성격의 유형을 구분하는데 큰 일조를 하고 있다. MBTI로 더 잘 알려진 이 성격 유형 구분법은 단순하면서도 명쾌하다. 더불어 반대되는 성격 유형을 극단적으로 정의하지 않고, 그것에 가까운 정도를 나타내어 주어 신뢰감을 더한다. 이 검사를 통해 사람의 성격을 이루는 요소를 구분하고, 특정한 개인이 어떠한 성격 요소에 더 큰 영향을 받아 행동하게 되는 지를 알 수 있다. 다만, 결국 스스로의 기준으로 표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정직하지 않거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는 제대로 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의 성격 유형은 아래와 같다.

외향(Extroversion)과 내향(Introversion): 에너지의 방향은 어느 쪽인가? (주의 초점)

감각(Sensing)과 직관(Intuition): 무엇을 인식하는가? (인식 기능)

사고(Thinking)와 감정(Feeling): 어떻게 결정하는가? (판단 기능)

판단(Judging)과 인식(Perceiving): 어떤 생활양식을 택하는가? (생활양식)


성격 유형이 단순해 여기에 모든 성격을 욱여넣기는 무리가 있을 수 있으나, 나 자신이나 타인의 성격을 인지하고 구분할 때 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너무 단정해서는 안되지만, 어느 정도 파악이 되면 써먹을만하다. 하지만 성격은 변하고 예측할 수가 없다. 실제로 직장인이 되기 전 실시한 MBTI와 직장인이 되고 난 후 MBTI 검사를 하면 큰 변화가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더불어 진정한 자신을 표현하기보다는 되고 싶은 바람을 담아 검사를 진행하거나, 업무상으로 잠시 변한 성격을 담아낼 경우는 온전히 자신을 알기가 어렵다. 보통 MBTI 검사를 하고 나면 나는 어떠한 사람이다...라는 것을 주위에 알리곤 하는데, 그 사람이 알린 것과 실제로 하는 행동에서 오는 괴리감이 큰 경우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자, 이제 드디어 '성격'에 대해서도 모두 짚어봤다. 우리가 다룬 부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지만 직장에서 나를 돌아보고 남을 관찰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정도라 생각한다. 우리는 '마음'이 존재한다는 것에 합의를 했고, 그 마음은 욕구와 동기로 인해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과정 중에는 사람과 사물 그리고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경험에 기반한 '감정'이 발생하고 이것이 쌓이고 쌓여 '성격'이 된다는 것을 목도했다. 그리고 또다시, 그 '성격'은 유전적인 기질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겪는 경험과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도 공부했다.

이러한 사람의 성장 과정과, 직장인으로서의 성장 과정이 다를까? 나는 개인적으로 매우 유사하다고 본다. 우리가 사회에 발을 들여 '직장인'으로, 신입사원부터 시작해 성장해 가는 과정은 우리가 '사람'으로서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을 그대로 답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만의 기질을 가지고 살아가다 맞이하고 변화하는 '성격'이나 심리상태도 맥을 같이한다. 오히려 직장은 삶의 축소판이고, 그 밀도는 더 강해 보다 더 역동적으로 사람들을 자극한다. 그러니 지금까지 함께 살펴본 심리학의 이야기를 머리와 마음속에 잘 간직해 놓자.


이제부터는 이러한 것들을 토대로 우리네 직장생활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임


초기 심리학자들은 그 연구의 정도가 깊지 않아 다소 무리수로 보이는 이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심리학 초기에는 일정한 기준을 정해놓고 유형별로 성격을 구분하는 '성격의 유형론'이 있었는데, 크레치머는 이 유형론에 따라 마른형, 비만형 그리고 투사형으로 성격을 구분했다. 이름 자체에서부터 거부감이 드는 이 이론은 그래도 체형과 성격의 연결 관계를 연구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는 평이다. 실제로도 마른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왠지 신경질적일 것 같다, 민감할 것 같다'라든가 비만형의 사람을 보고 '친근해 보이는데 쉽게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 조울이 좀 있을 거야'라고 흔히들 말하는 것이 크레치머의 연구 결과와 상통한다.


'융' 또한 사람의 성격을 '외향형'과 '내향형'으로 나누었다. 이때 이를 구분하는 에너지를 '리비도'로 규정하였으나, 이 리비도는 프로이트와 같은 성적 욕망이 아닌 일반적인 심적 에너지로 봤다. 융의 주장에 따르면 '외향형'의 경우는 '객관적 사물 파악을 하며 책임보다는 기회'를 추구하고, '내향형'의 성격은 '주관적 사물 파악을 하며 타인을 간섭하지 않고 현실을 중시한다'라고 했다.


긴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으로서 어쩐지 크레치머나 융의 이러한 이론이 딱 들어맞는 경우가 많다는 건 꽤 흥미로운 일이다. 심지어 우리는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구분하려 드는데, 혈액형의 경우도 근거는 어디에도 없지만 꽤 맞아떨어지는 것이 신기하다. 크레치머나 융은 아무래도 혈액형 이론보다 더 고민하고 진지했을 것이니, 좀 더 신뢰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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