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을 모르는 게 더 큰 일
"잘 지내? 못생긴 건 좀 괜찮아?"라는 질문은 참 매력이고 혁신적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안부 외의 것들을 이렇게 해학적으로 물을 수 있다는 그 점이 독특하다. 그래서, 나도 한 번 많은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사람에겐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다.
사실, 장점과 단점의 구분이 없어도 되는데 사람들은 이를 굳이 나누고 또 나눈다. 이 둘은 상대적이면서 상호보완적일 수 있는데 사람들은 이를 선과 악으로 나누어 악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 버린다. 아니, 나 자신부터 스스로에게 그러한 엄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걸 느끼는가?
"장점과 단점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잠시 20세기 초 분석 심리학의 아버지인 '칼 구스타프 융'의 이론을 언급하고자 한다. 그는 그의 '심리 유형론 (성격 이론)'에서 인간의 '외향성'과 '내향성'을 대표 이론으로 내세웠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MBTI의 기초가 된 이 이론에서, MBTI 검사를 마친 사람들은 자신이 '외향성'인지 '내향성'인지를 가늠하게 된다. 단, 이 두 가지 요소는 상대적으로 강하고 약함의 것이지, 나는 100% 외향적인 사람이다, 나는 100% 내향적인 사람이다...라고 말할 순 없다. 게다가, 두 가지 요소의 강약은 나이가 들면서, 환경에 의해 변하기까지 한다.
이처럼, 부지런함과 게으름, 꼼꼼한 성격과 대범한 성격, 긍정적이거나 비관적인 사고, 적극적인 성격과 소극적인 성격 등 우리가 나누는 장단점의 것들이 꼭 선과 악의 개념이 아닌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해보고 출발하자.
"나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나의 장단점을 알게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누구나 아는 대로, 바로 주관적인 방법과 객관적인 방법이 있다. 주관적인 방법은 말 그대로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장단점일 것이고, 객관적인 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듣게 되는 그것일 테다.
직장을 다니면서 참으로 고맙게 생각하는 점 중에 하나는, 이러한 객관적인 피드백이 많다는 것이다.
사실, 때로는 듣고 싶지 않고, 원하지 않는데도 그 피드백은 나에게 스멀스멀 찾아온다. 그 피드백은 직접적으로 내게 오기도 하고, 때로는 돌아 돌아 돌아서 내 귀에 들려오기도 한다. 돌아 돌아오는 경우는 기분이 썩 그리 개운하진 않지만.
각설하고, 나의 장단점은 스스로 인지를 어느 정도 하고 있으며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듣고 싶지 않아도 이미 어느 정도 듣고 파악이 되었을 것이다.
"단점이라 일컬어지는 것을 받아들여보자."
조금은 억울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장단점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의 장단점이 다른 경우가 있다. 그런데, 나의 그것과 다른 사람의 그것이 거의 일치한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매우 객관적인 눈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반대로 나의 그것과 다른 사람의 그것이 매우 다르다면...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더 존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좋을 것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단점이라는 지적을 당하면 부정을 하거나 피하고 본다. 그리고는 자기 합리화 여행을 떠난다. 그 사람이 잘못 봤다는 둥, 그때 그 일이 잠시 꼬여서 그렇다는 둥, 원래는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닌데... 라며. 그래서 뭐?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단점을 인지한 그 사람의 생각이 바뀔까? 만약 나의 단점을 파악해낸 사람이 상사라면 일은 더 피곤해진다.
그저 받아들여보자. 아, 나에게 이러한 단점이 있을 수 있구나. 이렇게 일을 처리했더니 단점으로 보이는구나. 나의 행동을 그렇게 볼 수도 있는 거구나...
"사실, 단점은 고칠 수 없다.
다만 활용할 수는 있다!"
연애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내가 변해보려고 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바꿔보려고 괜한 애를 쓰지만, 나중에는 결국 인정하고 만다.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랑의 콩깍지가 잠시 훌륭하게 작동을 해서, 변한 것처럼 어느 기간 행동을 하지만 끝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단점도 마찬가지다. 내 안에 있는 단점은 장점과 더불어 절대 변하지 않는다. 단점을 고쳐보고자 열심히 노력하지만 작심삼일은 기본이고, 다시 보이는 단점에 실망을 하고 만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상대적인 개념이라 그 정도가 어느 정도 왔다 갔다 할 수는 있겠다.
다시 말해, 단점은 절대 고쳐질 수 없다.
다만, 이 고쳐질 수 없는 단점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사실, 단점을 인지하게 되는 것은 축복이다. 피하지만 말고 받아들여 본다면 좋은 '동기'거리가 된다. 사원/ 대리 시절 내가 가장 많이 지적당했던 단점은 '디테일이 부족하다'였다.
솔직히 처음엔 기분이 매우 나쁘고,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받아들이고 개선하려 노력하니 많은 부분이 나아졌다. 아직까지도 나 스스로 이 정도면 됐어... 할 정도로 디테일 하진 않지만 매사에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한 번 더 보게 되니, 이제는 간혹 사람들에게서 "정말 일 디테일하게 챙기네"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하는 척이라도 하다 보니, 어느새 조금은 나아진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단점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고, 또 단점을 활용할 방법이 있다. 어떻게? 앞서 장단점은 상대적이라 말했다. 즉, 반대급부가 있다는 말이다.
나의 단점이 디테일하지 못했다면, 그 반대급부는 일처리와 의사결정의 속도였다. 디테일한 부분이 부족했는지는 몰라도, 각각의 agenda에 회신하는 나의 신속함은 많은 사람들에게서 언급되는 장점으로 돌아왔다.
현재 주재원으로서 수많은 issue와 의사결정의 연속 선상에 있지만, 덜 디테일(?)한 부분은 나의 의사결정을 좀 더 빠르게 해준다. 하여, 현지 외국인 동료들에게 있어서 나는,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려주어 나아갈 방향을 확실히 알려주는 사람이 되어 있다. (이를 위해 평소 insight를 차곡차곡 쌓고, 내공을 길러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물론, 이것이 무조건 맞고 잘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때로는 신속한 결정으로 잘못된 결정을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테일한 의사결정 또한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너무 디테일해서 분석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정작 결정의 시기를 놓치거나, 아니면 도출된 결과를 두고 디테일하게 고심하다 이도 저도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봐왔다. (직장 생활에서는 오히려 이것이 최악일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사람이 자신의 단점을 알고 고치려 노력한다면 괜찮겠지만, 더 큰 문제는 자신의 '단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다. 다시 말해, 자신의 단점을 인지 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알고서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일은 더 커진다는 말이다.
자, 이제 자신의 마음과 귀를 열어보자.
나에게 들려오는 장단점은 무엇일까?
그리고 특히, 단점은 무엇일까? 내가 받아들이고 고치려 노력해야 하는 것.
그리고 단점의 반대급부를 생각하며 활용해보는 건 어떨까?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단점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힘든 직장 생활을 하는 우리를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고쳐질 수 없는 단점에 집착하기 보단, 그러는 편이 훨씬 낫다고 본다.
아니, 확실히 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