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서로는 떠난다
정든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어쩌면,
새로웠던 곳에서
다시 제자리로
움직이는 모든 존재는
그렇게, 두고 가는 것에 미련을 가지고
새롭게 시작할 것에 기대하고 만다
그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생각이든,
기억이든,
추억이든,
움직이는 모든 것은
동요한다
그리고,
동요하는 모든 것은 살아있다
내가 쉰 숨마저 살아 움직여
사방을 날아다니고,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물건조차
흔적을 남기려 애쓴다
모든 것들이 떠났어도
기억은 남아있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도
추억은 스멀스멀하다
내가 떠나는 것 같지만
다른 무언가가 남는 일이고,
어떤 것들이 뒤로 남겨지는 것 같지만
그것들은 그저 제자리
떠나가는 것들에 대한 원망은
떠나는 나를 자각하는 것으로
소멸된다
결국,
서로는 떠난다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갈 수 없기에
남겨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훗날의 먼 약속으로 미루어둔다
내가 사랑했던 곳
내가 사랑했던 이
내가 사랑했던 길
내가 사랑했던 꽃
나는 또 누구를 사랑하게 될까
뒤로 남겨진 모든 사랑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결국,
그렇게 각자
살아가게 되고
사랑하게 될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