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 소녀를 생각하네
그 소녀를 위해 기도했네
지나가던 성당에서
타오르는 촛불과
두 팔 벌린 그분 아래
조용한 그곳
그 소녀를 위해 기도했네
떠나가는 것들에 대한 외로움이
그 소녀를 다치게 하지 않기를
다가오지 않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그 소녀를 해치지 않게 하기를
또렷한 눈빛과
야무진 입술
그리고 새하얀 손
때 묻은 운동화가
그 어느 구두보다 아름다운
그 소녀의 성큼한 걸음걸이
문득 다가와
가져간 내 마음을
오래오래 간직하기를
문득 다가가
내어준 내 마음을
고이고이 기억하기를
낭만이자 저주의 한 끗 차이가
사랑의 서막임을
서로에게 알려 주어
만날 수 있을 때에
기억할 수 있을 때에
손 잡을 수 있을 때에
함께 하기를
스친 둘의 옷깃이
그 둘을 오래오래
엮어 주기를
그 소녀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그 모든 것들이 조화로울 수 있도록
나,
그 소녀를 위해 기도했네
나,
그 소녀를 생각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