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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13. 2018

직장인의 품격

하루하루 떠나보는 품격으로의 여행

직장인에게 '품격'은 있을까?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존재.

그 기구한 운명 속에서 우리는 '품격'이란 단어를 생각해낼 수 있을까. 돌이켜보면 어렸을 적 내 꿈은 월급 받는 직장인이 결코 아니었다. 그렇다고 직장인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 고됨과 대단함을 두루 되짚고 알리고 싶은 마음이 나를 모니터 앞에 앉게 했을지 모른다. '직장인'이란 단어와 '품격'이란 단어를 놓고 한 참을, 몇 날을 나는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어디서부터 뭘 시작해야 하며, 도대체 무슨 말로 이어나가야 할지가 막막했다. 그럼에도 자나 깨나 머릿속엔 두 단어가 꾸물댔고, 뭐라도 써보라며 자꾸만 나를 등 떠밀었다.


'직장인'이란 단어는 한 없이 가벼우면서도 무겁다. '월급'에 팔랑이는 인생 같지만, 그 깊이와 뼈저림은 결단코 묵직하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툴툴대지만, 자신의 일을 해내는 모습은 사뭇 진지하다. 월급쟁이라고 스스로를 비웃거나, 같은 처지의 다른 이를 긍휼히 여길 필요 없는 이유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직장생활을 해오면서 왜 나는 갑자기 '품격'이란 말을 떠올렸을까?

어쩌면 그것은 상충되기 때문일 것이다. 연관이 덜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는 결핍에 의한 갈망 때문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품격'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 하며,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갖고 있기를 바란다.


'품격'은 대개 '마음의 여유'와 관계되어 있다. 그것이 있다면 '품격'을 유지할 수 있다. 요즘 '마음의 여유'는 대개 경제력에서 나온다. 인성이 바르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면 내 말이 맞을 것이다. 월급쟁이는 '마음의 여유'가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다. 물리적인 경제력이 뒷받침되었더라도, 당장 내일 직장을 다니지 못하게 된다면 마음이 요동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그러니, 직장인이 '품격'을 가지고 있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직장인의 '품격'이란 무엇일까?


나는 당장 '직장인에게 품격은 있을까?'란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다.

그 답은 수학적이나 과학적인 것이 아니어서 딱 떨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해도 잘 모르겠다. 솔직히. 이렇게 애매모호할 땐, 질문을 바꿔보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과연 '직장인의 품격'이란 뭘까?


어떠한 것을 가지고 있거나, 어떤 자세를 취하면 우리는 그것을 '품격'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이것 또한 바로 답을 하진 못하겠다. 어느 한 문장이나 표현으로 끝내버리고 싶지도 않다. 사실, 나는 처음부터 '대답'할 요량이 없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글자 하나하나를 쓰며 나와 주위를 돌아볼 생각으로 질문을 던졌다. 질문은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나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인생이 여행이라면, 질문에 질문을 이어가며 그 여정을 즐기고 방향을 가늠하는 것이 좋겠단 생각이다.


인생의 묘미는 '불확실성'이다. 직장인의 그것은 더하다. 하루아침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가련하면서도 익사이팅한 그 운명은 다름아닌 내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보며 그 사람의 불확실성을 속단한다. 그리고 불확실성이 덜 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내 것이 더 불확실해 보일 뿐. 신이 아닌 이상 어느 누구도 그것을 벗어나진 못한다.




나는 하루하루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곱씹어보려 한다.

그 날의 떠오르는 단어나, 사건, 경험, 생각 그리고 느낌들. 롤러코스터와 같이 요동하는 그 삶 속에서 나는 직장인의 '품격'을 찾아보려 한다. 찾아서 무얼 하냐는 질문에도 대답은 보류할 것이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고 싶다. 여행의 목적은 딱 떨어지는 답이 될 수 없다. 과정을 지나며 어떤 것을 발견하고 느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직장인인 나도 내가 왜 직장인인지, 품격은 장착했는지 모르는 마당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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