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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15. 2018

연예인

'인기'와 '인정' 사이

"저기, 저기, 누구 봤어?"


점심을 먹고 나오다 동기 녀석이 소리쳤다.

(회사 근처에 방송국이 있어 연예인을 가끔 보는 편이다.)

돌아보니 작은 얼굴에 호리호리한 한 여자 연예인이 매니저와 함께 우리가 가려던 식당에서 막 나오던 참이었다.  예뻐 보여서라기보단 주위 사람들 얼굴 크기의 반 밖에 안 되는 모양새 때문에 이미 내 시선을 빼앗긴 상태긴 했다. 소란한 우리를 잠시 의식하고는, 그 무리는 곧 사라졌다.


화려하지만, 우리와 같이 소란 떠는 사람을 보면 연예인은 참 피곤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생팬이나 스토커에 시달리는 연예인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주목받는다는 것이 그렇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연예인들은 '무명'일 때 그 '주목'을 꿈꾼다. 연예인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명세를 타면 아무도 자신을 몰라보는 그때를 그리워한다.


그런데 어쩐지 직장인의 삶이 연예인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예인들이 사람들의 '사랑'을 먹고 살아간다면, 직장인은 그와 같이 '인정'을 먹어야 한다. '관심'이란 범주로 묶으면 크게 다르지 않은 메커니즘이다. '인정'을 받아야 월급이 오르고 승진한다. '월급'과 '승진'을 빼면 직장인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직장인은 '인정'받으려 아우성이다. 어떤 이는 실력으로 승부하고, 어떤 이는 일인자에 기대기도 하고, 어떤 이는 아부나 기회주의를 무기로 살아남는다. 예능이 따로 없다. 예능 속 각자의 캐릭터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게 씁쓸하다.


나도 '인정' 받으려 무던히도 애써왔다. 그런데 그것을 받으면 받을수록 버거웠다. 왕관의 무게. 연예인이 유명세를 타며 느끼는 부담. 무대에 설 일이 많아지다 보니 기대 이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온전히 나 자신을 갈아내야 하는 상황이 많아진다. 사생팬까지는 아니지만, 이래저래 간섭하는 사람도 많아진다. 인정받으면 받을수록 한치의 오차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연예인의 '인기'와 직장인의 '인정'은 전진(前進)만 허용한다. 후진하는 순간 불안하고 두렵다. 열정과 꿈으로 시작을 하지만 '현실'이라는 관문을 통과한 뒤에는 '생존'만이 남는다.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면, 그 어느 스트레스보다 더한 충격을 받는다. 우리가 쉬지 못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는 이유다.


외국 바이어 앞에서 나와 회사의 '생존'을 위해, 노래방 테이블에 올라 '강남 스타일'을 부른 기억이 허다하다. 모두가 즐거웠던 그 시간을 돌아보면 난 영락없는 '연예인'이었다. 난 직장인이 연예인보다 더 다재다능하다고 생각한다. 일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이래저래 잡다한 일에 정치는 물론 예능감까지 갖춰야 하니.


연예인은 팬에게 사인을 한다. 난 결재 서류에 사인을 한다.

그냥, 연예인과 직장인의 공통점을 뽑아내며 한 번 해본 말이다.


언젠가,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직장인 걱정'이라는 말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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