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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27. 2018

우리 아이들을 위한 BTS 'Idol' MV 해석

'방알못'이라 미안하긴 하지만

나는 방탄소년단(BTS)을 잘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건, 그들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가에 대한 방증일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우리 아이들이 BTS를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초등학생인 두 아들 녀석은 BTS의 노래를 곧이 따라 부른다.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아이들이 BTS의 Fake Love를 부르면, 그것은 마치 엇박자가 많은 '동요'처럼 들린다. 어렸을 때 무언가에 빠져있던 나를 보며, 난 아이들을 응원한다.


둘째, BTS엔 '서사'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소외', '사랑', '성장'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마 이것이 전 세계와 전연령을 아우르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이번 'Idol' 뮤직비디오에선, 유독 그 이미지와 상징이 많이 보였다. 난, 아이들이 그 '의미'를 보길 바란다. 그저 즐겁게 따라 부르는 소비도 좋지만, 아티스트가 '의미'를 담아 전달하려 한다면 그것을 읽어주는 것도 팬의 도리라 생각한다. 영화처럼, 우리의 삶처럼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난 BTS를 잘 모른다. 그러나, 잠시 잠깐 검색해 본 내용과 삶에서 '의미 찾기'를 즐기는 나의 성향을 활용하여 글을 이어나가려 한다. (그래서 맞고 틀리고의 판단은 보류해 주시길...'의미'는 상대적 개념이니까!)


아이들이 이 글을 재밌게, 그리고 의미 있게 읽었으면 좋겠다.


1. Idol 뮤직비디오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



금번 앨범은 'Love Your Self'의 완결 편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항상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 그다음이 가족이라고 말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항상 강조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BTS는 참 마음에 든다. 가사와 뮤직 비디오를 보면, 크게 세 가지 핵심 메시지가 눈에 들어온다.


1. 나는 나,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들의 비난은 신경 쓰지 않는다.)

2. 글로벌을 무대로 우뚝 선 자신들의 모습. (한국인의 자부심과 함께)

3. 팬들에 대한 사랑. (자신들을 성장하게 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


이 세 가지 '축'을 바탕으로 가사와 뮤직비디오를 따라가다 보면 많은 것들이 보인다.



Idol 뮤직비디오의 첫 장면은 해가 뜨면서 시작한다. 아프리카 초원과 같은 배경도 보인다. 범선의 돛대와 지구본도 보인다. 마지막 장면은 이와 반대로, 해가 지고 있다. BTS가 담고 싶은 이야기와 상징들, 그리고 성장의 과정을 '하루'라는 프레임에 맞췄다.


이 장면 외에도 아프리카의 사파리를 보여주는 이미지가 많이 나온다. 이는 '사우스 아프리카' 풍의 음악을 덧입은 이번 음악과 관계있다. 조선 EDM이라는, 추임새가 들어간 흥겨운 이미지도 북청사자와 한복으로 대변된다.


지구본을 보면 첫 장면은 아메리카 쪽을 향하고 있다. 북미의 빌보드를 정복하고, 남미에서 큰 인기를 얻은 그들의 행보를 반영한다. 범선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업적을 상기시킨다.

해가 지는 장면의 지구본은 한국이 있는 곳을 향해있다. 글로벌을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하지만, 결국 그 뿌리는 한국이라는 의도가 다분하다. 호랑이와 한복, 한국의 각종 전통 추임새를 넣은 것도 그렇다.

자신을 사랑하는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듬뿍 담긴 것과 동시에, 한국인으로서의 기백과 자부심을 드러낸다. (헬조선이라 불리는 우리의 힘든 삶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아주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분명, 한국인으로서의 저력은 우리 맘 속 어딘가에 분명 있다.)


2.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는다. 난 나다, 그래서 행복하다!




'아티스트'라고 부르던 '아이돌'이라고 부르던 자신은 상관 안 한다고 말한다.

'정체성'을 찾고,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올바른 방법은 다른 사람의 말과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BTS는 이 부분을 확실히 말한다.


I don't care, I'm proud of it.
난 자유롭네. 나는 항상 나였기에.



그래서 한 멤버가 다른 사람이 손가락질해도 상관 안 한다는 랩을 할 땐, 멤버들이 그것에 동요하지 않고 자신의 시선에 집중하고 있다.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우측을 보면,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벽면과 그보다 더 화려한 마네킨이 눈에 들어온다. 마네킨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존재다. 그리고 항상 화려하다. '화려한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극명하게 상징한다. 좌우 벽은 무대를 상징한다. 그 가운에 한 멤버는 스노우 앱으로 이런저런 모습으로 변한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연예인'의 특성과, 수많은 가면을 대변한다.




BTS는 안티팬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그들의 노래 'Mic Drop'에서다.


이번 'Idol'에서도 자신들에게 뭐라고 하는 안티 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지만, 그것은 'Mic Drop'의 것과 다르다. 'Mic Drop'에선 스스로의 저 꼴을 보라며 도발적으로 이야기 하지만, 이번 'Idol'에선 뭐라고 하든 말든 상관 안 하겠단 내용이다.


뭘 어쩌고 저쩌고 떠들어 대셔
I do what I do. 그니까 넌 너나 잘하셔.
You can't stop me lovin' myself!


그리고 난 이 장면에서, "우리를 뭐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그래서 뭐?"라는 느낌을 받았다. 뿔난 '유니콘'은 서양 문화에서 환상을 상징하지만, 그와 더불어 '유치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아직도 '산타'를 믿어? 아직도 '유니콘'을 믿어? 와 같은 뉘앙스다.


고백하건대, 나도 '방탄 소년단'이라는 이름과 '피 땀 눈물'이라는 노래 제목을 들었을 때 고개를 갸우뚱했던 적이 있다. '소년단'이라는 이름이 조금 유치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한 모든 걱정과 우려를 뒤로하고,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BTS는 그래서 "누군가가 유치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우린 그걸 즐긴다!"라고 말하는듯하다.


우측을 보면, 그런 괴롭힘이 더 극명하게 보인다. 땅과 바다, 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BTS를 위협하는 커다란 상어가 있지만 안전하게 보호되어 있다. 네모난 박스는 마치 '휴대폰'액정을 보는듯하다. 전 세계 사람들이 그들의 모습을, 휴대폰이나 PC 모니터 등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것을 보며 공격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다른 이의 말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들, 그럼에도 상처는 많았을 것이다.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건, 일부 멤버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다. 심리 치료를 목적으로 그린 것이라 유추되는데, 그 안의 내용이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먼저 지민의 그림엔 불을 뿜는 용이 있다. 살해 협박까지 받은 그로선, 그것을 이겨냈다고 말하지만 분명 두려움은 있었을 것이다. 그림 테두리의 사람들의 손과 CCTV 형상은 그것의 크기를 더한다.


슈가의 그림도 재밌다. BT21 캐릭터(이게 뭔지 한참 검색했다. BTS가 만든 캐릭터라고...) 자세히 보면, 양 쪽 손에 사람을 움켜쥐고 있는데, 자신들을 괴롭히는 사람을 혼내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래 13이라는 숫자와, 18이라는 숫자도 중의적이다. 1318이라는 숫자는 특정 갬블에서 아주 좋은 행운의 숫자를 상징한다. 더불어, 13년도는 BTS의 데뷔 해. 18년도는 Idol이 나온 현재를 나타낸다. 그들의 데뷔 5주년을 자축(18-13=5)하면서, 키가 많이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의 그림을 보면, 바다의 최상위 군에 속한 고래가 그려져 있다. 'KORE', 발음은 고래지만 누가 봐도 'A'를 가져다 붙이고 싶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것을 'KOREA'라고 읽는다. 한류의 중심에서 우뚝 선, 아주 크게 성장하고 성공한 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3. 자신과의 갈등 그리고 정체성의 완성




살해 협박으로 가장 마음고생이 많았을 지민은, 이 뮤직비디오의 중심을 담당하는 듯 보인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You can't stop me lovin' myself"은 반복된다. 그가 외치는 포효 속으로 들어가면 화려한 색상의 배경이 나온다. BTS의 세계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미 DNA에서는 이 노란색과 보라색이 쓰였다. Fake Love 앨범에서 꿈을 깨기 전 보이는 저기 저 이상향의 박스도, 이 노란색과 보라색이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DNA'에서는 이 화려한 색상들이 그저 철근이나 배경 정도로 쓰였지만, 'Idol'에선 기둥이 있는 건축물로 묘사되어 어떤 공간과 세상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바로 '정체성'이자, '자신감'이다. 그 안에서 절도 있게 춤을 추는 멤버들의 춤사위가 강렬하다.




'정체성'에 대한 또 다른 핵심 메시지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내 속 안엔 몇 십 몇 백명의 내가 있어
오늘 또 다른 날 맞이해
어차피 전부 다 나이기에
고민보다는 걍 달리네



다양하면서 혼잡한 자신의 내면. 그 안에서의 갈등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나중엔 이 수많은 자아가, 진짜 '나'를 따라오는 멋진 모습도 볼 수 있다. '내'가 바로서야 한다는 중요한 의미다.)


그리곤, 나를 괴롭히는 나, 그리고 나에게 불필요한 모습은 이제 과감히 날려 버리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이게 바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모습이 아닐까. '방황'을 했겠지만, 그 '방황'이 어쩌면 지금의 용기를 가져다준 원동력이었을지 모른다.


4. 팬들에 대한 사랑



팬들에 대한 표현은 상징적이면서도 직설적이다


귀가 큰 토끼는 소통의 상징이다. 그리고 팬들과 소통함으로써 BTS는 성장한다. (뮤직 비디오에서도 팬들의 사랑으로 슈퍼히어로와 같이 쑥쑥 크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또 다른 멤버의 티 속엔 백설공주가 있다. 일곱 난쟁이가 연상되는 이 그림과, BTS 멤버수가 일곱 명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팬들을 '공주'로 표현한 건 아무래도 여성팬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남성팬들은 의문의 1패?)



상징도 상징이지만, 아예 대놓고 사랑한다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사랑한다'라는 말은 상징적인 것이 아니라 직접 하는 것이 맞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니까.


5. 성장과 성공 그리고 겸손함



고난과 역경, 팬들의 사랑을 먹고 BTS는 성공했고, 또 하고 있다. 마침내 '연꽃'으로 승화한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악취가 나는 호수에 연꽃이 피면, 향기로움만 남는다. 그렇게 '연꽃'은 사방을 정화한다.



더불어 콘서트 장에 거인으로 우뚝 선 그들의 모습이 거대하다. 단, 그 모습은 실제 모습이 아니라 '아바타'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성공한 모습도 좋지만, '나'라는 본질은 결국 누가 보는 내가 아닌, 내가 보는 '나'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겸손한 그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6. 대미 (大尾)



북청사자는 더불어 '가면'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멤버들은 화려한 색채가 가득한 사자탈 안에서 춤추고 노래한다.


티저를 봤을 땐, 약간 '왜색(倭色)'이 짙었었다.

하지만 호랑이의 모습은 그것을 불식시킨다. 호랑이는 한국인의 기백이다. 더불어, 한반도 전체를 상징한다. 여러 명의 '내'가, 하나의 '나'가 되어 춤추는 군무는 '통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대미를 장식하는 '북청사자놀이'가 북쪽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보면 더 그렇다. '자아'도 '남북'도 하나가 되면 큰 저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조금 많이 간 것 아닌가 싶겠지만, 군무 장면을 보면 처음엔 북쪽 방향에 아무도 없지만 북청사자와 함께 사람들이 함께 춤추고 있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좋다. 그렇게 하나가 되어 한국의 저력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말이다.




BTS는 대단하다. 인정한다. 그래서 '방알못'인 나도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내가 쓰는 글은 이러한 것과 결이 다르다. 하지만, BTS의 의도와 상징 그리고 메시지를 상기하면 그 '결'은 일치한다.


'나'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

나의 삶과 죽음을 통틀어, 끝까지 나와 함께 하는 건 '나 자신'이다. 나를 사랑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사랑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다. 그리고 내 안에 무수한 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들을 '리드'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거나 신경 쓰기보단, 차라리 무수한 나와 갈등하고 사이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좋다.


난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것, 즐기고픈 것을 마음껏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그것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에 큰 에너지가 되길 바란다.


그러니, 마음껏, 이 순간 BTS를 즐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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