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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04. 2018

먹고 산다는 것

잘 먹고 잘 살고 싶다!

먹고사는 건 고달프다.

마음의 여유가 있고, 경제적 여유가 있고, 그것을 음미할 시간이 있다면 물론 먹고사는 것은 즐거움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그 셋 중에 하나 또는 모두가 결핍되어, 우리네 인생을 고단하게 한다.


먹는 것은 또한 우리로 하여금 고민을 하게 한다. 점심 뭐 먹지? 저녁 뭐 먹지?

이건 지상 최대의 과제다. 그 지상 최대의 과제는 하루에 3번 이상 찾아온다. 그래서 또 고달프다.

출장길에 어르신을 모시고 다니면, 그것은 더 큰 과제다. 그저께 한식을 먹었고, 어제 지역 음식을 먹었고, 오늘 중식을 먹었으니 내일은 뭐 먹지? 아, 배부른 고민이지만 영 든든하지가 않다.


야근을 하다 서로가 배고프다고 난리를 친다.

"이거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뭐라도 먹고 와서 밤새자!"

뭐라도 먹고 나면 느슨해진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꾸역꾸역 일을 마친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은 그렇게 매일 반복된다.


직장엔 먹고살기 위한 존재가 수두룩하다. '월급'을 받는 모든 이들.

서로의 '먹고사니즘'이 얽히고설켜 회사는 굴러간다. 그 안에서 이뤄지는 업무와 정치, 암투와 갈등 그리고 협업은 모두가 먹고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너와 내가 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내 밥줄과 너의 밥줄이 충돌해 일을 해결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먹는 걸' 잘 하고 있는건가?

먹고살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 운명인데, 그러고 보니 '먹는 걸' 잘 하고 있는지는 통 모르겠다. 먹고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잘 먹는 법을 모른다니. 맛을 음미하고, 그것이 내 살과 피가 되는 과정을 온전히 느낀 적이 있었던가. 그저 시간에 쫓기거나 스트레스에 몰려 후루룩, 우걱우걱한 기억밖에 없다.


나는 잘 먹고 잘 살고 싶다.

예전엔, 얄미운 누군가의 뒤통수를 바라보고 외쳤던 욕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요즘엔 이런 말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말 그 사람이 잘 먹고 잘 살까봐 그런가 보다. 먹고사는 것이 고달프니, 욕도 후하지가 않다. 더 이상.


고단하다, 고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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