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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18. 2018

리더

저 방향으로 가거라!

리더: 저 방향으로 가거라!

나: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 방향으로 가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리더: 저 방향으로 가거라!

나: 가다 보니, 이러이러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리더: 저 방향으로 가거라!

나: 저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좀 해결하고...

리더: 저 방향으로 가거라!

나: 아... 네...!


맞는 말이다.

상사가 하는 말은 대부분, 절대 틀리지 않는다. 맞는 말만 하기 때문이다. 왜냐면, 방향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올바른 '방향'을 알고 있다. 그 '방향'은 '잘 되는 길'이다. 그러니, 왜 그쪽으로 가야 하는지는 잘 이해한다.


문제는, 그 방향으로 가는 길에 맞이하는 수많은 문제들이다. 그쪽으로 가는 길이, 평탄하고 매끄러운 길이면 좋겠지만 어디 현실이 그런가. 리더에게 묻는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방향'에 대한 것이다. 


나: 이거 정말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리더: 지금 방향에 대해 의심을 하는 것이냐?

나: 아.. 아닙니다.

리더: 그렇다면 저 방향으로 가거라!


속으로는 리더님께서 해보시죠, 라는 말을 수 백 수 천 번을 되뇐다.

축구 선수들에게 큰소리치며 지도하는 감독에게, 직접 뛰어보라고 하는 것이다.


감독: 자, 우리는 두 가지가 문제야. 바로 '공격'과 '수비'!
         그 두 가지만 제대로 해보자고!

선수: 네? 아아... 맞는 말씀입니다!
        (그럼 감독님께서 한 번??? 감독님 선수 시절엔....)


재밌고도 슬픈 건, 내가 리더의 자리에 있더라도 같다는 것이다.


나: 저 방향으로 갑시다!

상대: 저 방향이 맞습니까?

나: 아, 그러니까... 네 맞습니다. 저 방향으로 갑시다!

상대: 저기로 가려면 이러한 어려움이 있는데요?

나: 아, 그런가요? 어떤 어려움이죠?

상대: 이런 이런 어려움이요. 이제 제 말 이해하시겠죠?

나: 잘 알겠습니다. 그래도 저 방향으로 가시죠!


리더는 방향에 집착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리더라고 항상 맞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방향은 우리에게 신념을 선사한다. 그것을 믿고 가다 보면, 해결된다.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또 다른 방향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방향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끌며 그것을 천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실무도 모르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방향만 읊조린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는 자신의 방향을 고수하며 사람들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이끌고 만다. 리더십이다. 때론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때론 절묘하게.


직장에선 한 없이 잘해주는 것도, 매사 소리치는 것도 통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정답이란 없다. 그래서 재밌고도 고달프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어느 방향으로 가던 그 길에는 배울 것이 넘치고 넘친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에 힘들고 지쳐도, 그나마 버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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