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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10. 2018

글 499

다시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어느샌가 브런치 글 발행 500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금 쓰는 글은 499번째 글이다. 500개를 달성하면 또 다른 시작이 되겠지만, 어쩐지 499개는 꽉 찬 느낌이다.


우선 대략 500개라 치자. 

난 15년 9월부터 글을 써왔다. 그러니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만 3년을 채워가고 있는 중이다. 500개를 36개월로 나누면 약 14개란 숫자가 나온다. 한 달에 14개의 글을 써왔단 이야기다. 그것을 다시 한 달 30으로 나누면, 어거지로 하루에 반 개의 글을 썼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틀에 글 하나 꼴. 글의 숫자보단 그 '질'이 더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평생 꾸준하게 해온 것 없는 나에게 이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그래서 난 스스로를 칭찬한다.


하지만, 처음 글쓰기의 세계로 빠져들었을 땐, 어떤 글일지라도 하루 하나 이상은 쓰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니, 목표 달성 측면에선 달성률이 50%를 채 넘지 못한다. 스스로에게 회초리를 들어야 할까.


글을 쓰고 생각을 남긴다는 건, '나에게로의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가끔은 정말 내가 썼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낯선 글들을 마주한다. '내'가, '나'가 맞는지 골똘해진다. 그런 '나'를 만나는 건 꽤 흥미롭다. 정말 '나' 아닌 '또 다른 나'가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매일을 '허상'과 싸워온 줄 알았는데, 또 다른 내가 정말 있긴 있는가 보다. 친구를 알아가는 것처럼,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을 음미하는 것도 꽤 즐겁다.


'또 다른 나'는, '글 쓰기는 나의 미래'라고 단정 했었다.

그때의 나에게는 지금의 내가 '미래'다. 미래의 나로서, 그때의 나에게 '글 쓰기는 나의 미래'라는 것이 사실임을 알려 주고 싶다. 단, 좀 더 열심히 그리고 잘 써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아야겠다. 아, 책도 좀 많이 읽으라고 해야 한다. 열정이 식어가니, 글을 쓸 소재도 막막해진다. 생산을 위한 소비를 하지 않고서는, 글쓰기를 연명할 수 없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부럽기도 하다. 어떤 목적과 목표도 없이 써 내려간 글들은, 그렇게 부끄럽지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체 검열부터 들어간다. 슬슬 남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고, 책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는 콘텐츠인가를 가늠한다. 처음부터 완벽해지려는 욕심과, 몇 문장 쓰다 다른 사람이 흥미로워하지 않을 거라며 커서를 왼쪽으로 옮기며 글자 하나하나를 지워가는 못되고 힘겨운 버릇도 생겼다.


누군가는 499라는 숫자를 보며, '우와'를 외칠 것이고 어떤 이는 '애개'라 할 것이다. 

세상이 그렇다. 내가 걸어온 길을 걷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가 이미 걸어간 길을 나도 걷고 있다. 예전에 '불혹'이란 나이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는 나에게 젊은 그때가 좋다는 말을 해줬다. 맞는 말이다. 지금의 나는, 내 인생의 가장 젊은 순간에 서 있다. 그 나이가 50이든, 60이든 말이다.


바라건대, 꽉 찬 느낌의 499란 숫자가, 다시 시작이라는 500의 숫자가 되었을 때 조금은 더 성장하고 싶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쌓인 글의 개수도 그렇다. 나이를 어디로 먹느냐, 남겨진 글들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숫자'의 '의미'는 빛을 머금을 것이다.


기대보다 꾸준했지만, 생각보다 실천을 많이 하지 못한,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마음이 오늘도 뭐라도 써보라며 손가락을 간지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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