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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28. 2018

안부 물을 도시가 있다는 것

잘 있었나, 암스테르담!

장소는 사람과 묘한 관계를 맺는다.


그 관계는 숨 쉬는 것 사이의 그것과 다르다.

하지만 대상이 살아있어 숨 쉬는 것이 아님에도 갖게 되는 아련한 감정은 그 관계를 더 공고히 한다.


도시가 그렇다.

도시는 물리적 공간으로 이루어진 장소다. 그것이 좀 더 특별한 이유는 숨 쉬는 사람들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각의 도시는 저마다의 개성과 이미지가 있어, 태생이 숨 쉬진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그 숨결을 느낀다.


내게 암스테르담은 서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도시다.

그리고 난 그 숨결을 느낀다. 그곳엔 나의 발걸음이 보이지 않게 남아있고, 나는 생각날 때마다 그곳의 안부를 묻는다. 4년간의 주재 생활을 마치고 공식적인 이별을 한 후, 난 우연찮게도 다시 이 도시를 찾았다. 만나기 전의 설렘은 숨 쉬는 존재를 만나기 전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국경을 넘어 가장 먼저 보고 싶었던 장소로 향했다.

역시나 네덜란드는 비가 오락가락했다. 늦가을과 초겨울의 접점에서 부는 바람은 습하고 스산했다.


"나 하나도 안 변했지?"
"그래, 정말 그대로네! 오락가락하는 날씨도. 전기장판 속으로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습한 추위도."



출퇴근하며 마음을 추스르던 아주 예쁜 그 길에 잠시 머물렀다.

우리 아이들과도 자주 거닐던 그곳. 같이 웃고 떠들던 기억이 홀로그램처럼 떠올랐고, 웃음소리는 최고급 음향 사운드와 같이 생생했다. 나를 위해 그것을 간직하고 있다가 틀어준 것일까. 그저 오가던 길이 그럴 리가 없다. 망상인걸 알면서도 나는 그 길에 고마웠다.


고민이 많을 때면 잠시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를 감상하던 곳


암스테르담도 여전했다.


자유롭고 분주한 거리.

비가 오락가락하고, 햇살은 나타났다 숨었다를 반복했다. 전차와 자전거, 사람들의 기분 좋은 부딪침은 도시의 리듬과 색깔을 더 도드라지게 한다.



이제는 이방인이 되어 암스테르담을 거닌 나는, 마음속까지 어루만져 주는 가장 좋아하는 차 한잔을 하고 있다. 그저 멍하니 사람들을 바라보고,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부여잡으려 휴대폰을 들어 한 자 한 자 적는다. 평소라면 자판 없는 불편함을 토로했겠지만, 지금은 꾹꾹 눌러가며 그 의미를 되새긴다.


내가 네덜란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Fresh Mint Tea
담광장은 언제나 분주하다


나는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떠난다.

네덜란드와 암스테르담은 또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에 분주할 것이다. 서로 안부를 물을 사람은 더 늘어날 것이지만, 분명한 건 이 도시는 나를 기억한다는 것이다. 내가 그 추억을 기억하고 곱씹고, 그것에 행복해하는 한.


안부 물을 도시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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