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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07. 2018

면접

나는 그렇게 십 수년 전의 나에게 피드백을 주고 있었다.

면접은 다소 잔인한 만남이다.

얼굴을 마주하는 두 존재는 수평적이지 않다. 한 사람은 평가하고, 한 사람은 그것을 받는다. 평가를 받는 사람은 좀처럼 무언가를 숨길 수 없다. 동공은 흔들리고, 숨은 가빠오며, 손은 떨리고 만다. 온몸이 요동하는 순간, 목소리는 눈치 없게도 그 요동에 반응한다. 평가하는 사람들은 미세한 요동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다. 무언가를 끄적거리다 두 눈을 부릅뜨고 면접자를 응시한다. 대립된 모양새지만 싸움이 될 리 없다. 그것이 신입사원 면접이라면 더 그렇다.


그럼에도 면접자는 고개를 치켜들고 저 자신을 부르짖어야 한다.

떨리더라도, 무섭더라도, 두렵더라도. 그 두려움이 자신에게서 오는 것이든, 두 눈 부릅뜬 면접관들에게서 오는 것이든 이겨내야 한다. 이겨내지 못하면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생존, 꿈, 야망, 열정, 목표, 돈, 경험. 이유가 있어 왔을 것이다.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그 누구도 나를 위해 목소리를 주지 않는다. 사회로의 첫발은 나를 파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된다. 절대 나는 팔리지 않는다.


지금은 자리만 바뀌었을 뿐.

십 수년 전. 난 내 앞에 마주 앉은 면접자처럼, 온 열정을 다해 나를 팔았다. 절실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그랬다. 그때 가열차게 토해 놓은 나의 열정과 꿈은 어디로 치워졌는가. 누가 치웠는가. 가물가물한 나의 열정에 미안해하며, 난 앞에 앉은 면접자에게 열정을 물었다. 다짐을 물었고, 각오를 청했다.


그들의 손 끝은 떨렸다.

상당히 많이, 미세하게의 차이였다 뿐이지 모두가 떨었다. 아무리 편하게 말하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라고 해도 그들의 떨림은 막무가내였다. 난, 그들의 무거운 긴장감에 개입할 수 없었다. 어느 한 면접자는 죄송하다며 연신 물을 마셨고, 또 어느 친구는 고개를 떨구었다. 다른 면접자는 하고자 했던 말을 잊었고, 누군가는 한숨을 토해내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려 했지만, 면접은 여전히 잔인한 만남이다.

오늘 면접을 왔던 친구들은 자신이 한 이야기를 잘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는 그 시간을 지우기에 여념이 없을지도.


그래서 난 늘, 질문은 줄이고 피드백을 주었다.

좋았던 점과 개선을 했으면 하는 점. 솔직하게 전달해줬다. 그만큼 고생해서 어려운 관문을 뚫고 올라왔으면 면접비 말고도 더 가치 있는 무언가를 얻고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몇몇 친구들은 면접 때 이런 피드백을 받는 것이 처음이라 하며 고마워했다.

그들의 손떨림이 조금은 수그러드는 듯했다.


나는 그렇게 십 수년 전의 나에게 피드백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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