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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05. 2019

월급

모든 직장인들을 꾸준하게 만들어주는 것

나는 어려서부터 꾸준하지 못했다.

나는 그런 나에게 불만이었다. 이걸 하다 저걸 하고, 저걸 하다 다 끝내지도 못한 채 또 다른 일을 벌였다. 진득하게 하루하루를 버텨 무언가를 이룬 것도 딱히 없었다. 애초부터 꾸준함이 몸에 배어있었더라면 난 고시 공부를 해서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을 것이다. 또는 꾸준하게 운동을 해서 내가 원하는 체중에 도달했거나. 하지만, 난 그 둘 다를 이루지 못했다. 그러니, 역시 난 꾸준하지 못한 것이다. 아니, 어쩌면 꾸준하지 못한 것을 꾸준히 해왔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런...)


그런데, 돌아보니 스스로 꾸준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생겼다.

'월급'이다. 한 달 지나 서로 만나는 사이. 일 년에 열두 번. 운이 좋으면 몇 번 더. 지금까지 십 수년을 그렇게 매 달을 한 번도 끊김 없이 그것을 맞이해왔으니 그 과정을 '꾸준함'이라고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내가 꾸준했다기보다는 '월급'이 꾸준했다. 나는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고, 일주일을 버티고 한 달을 맞이했을 뿐인데 매달 나를 만나러 오니까.


그러니 한 편으론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먹고사는 것을 해결해주는 건 내 노동과 치환된 가치라 해도, 어쩐지 나를 꾸준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월급'은 고귀하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직장인들을 꾸준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니까. '월급'을 받는 모든 존재는 알아야 한다. 스스로가 꽤 꾸준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생각보다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날 꾸준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월급이 고맙다.

어려서부터 꾸준하지 못했던 나에 대한 자책감도 조금은 줄일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그 크기가 조금은 더 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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